에세이 [진짜좋은거] / 1. 들어가며 -2
1980년대 국민학생들의 꿈은 대부분 비슷했다.
대통령, 과학자, 변호사, 의사….
꿈이란 건 그저 장래 희망을 의미하던 때였다.
꿈을 써오라는 숙제에 우리는 대게 그런 ‘위대한 직업’을 적어냈지만
아마도 마음 한구석에는 슈퍼맨 같은 솔직한 직업들을 숨겨두었을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4학년 여름방학 어느 날 저녁, 아버지가 나를 서재로 부르셨다.
책으로 가득했던 아버지의 서재는 어려운 지식들의 압박으로 무겁고 경건한 분위기였다.
그곳은 작았던 나를 더 작게 만들어버리는 그런 공간이었다.
아버지께서 물으셨다.
“넌 커서 뭐가 될래?”
나를 꾸짖는 아버지를 원망하지는 않았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놈의 보잘것없는 꿈이 실망스러우셨을 테니까.
오해라면 오해지만, 굳이 해명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도 내 꿈을 정확히 인지하고 말한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냥 나도 모르게, 툭 튀어나온 말이었다.
그 공간이 주는 스트레스 때문에 잠시 정신이 몽롱해졌던 탓인지,
아니면 종이와 잉크 냄새에 섞인 화학성분에 취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다.
내가 그런 꿈이 있었다는 것을 나도 이날 처음으로 알았 다.
난 그저 행복하고 싶었을 뿐인 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