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진짜좋은거] / 1. 들어가며
"만인이 오직 좋은 것을 구하지만
실제로 좋은 것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한다."
-테스형-
다들 하니까 나도 그냥 하고
모두가 그렇다고 하니까 그런 줄 알고
사람들이 다 좋다고 하니까 좋은 거라고 믿어온
나...
내가 (원)하는 것들이 뭔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원)했던
나...
성공의 본질이 무엇이고
행복이란 게 정말 뭔지
그러니까 내가 그토록 원하는
그 ‘좋은 게’ 뭔지를
잘 알지 못한 채 원하기만 했던
나...
그런 '나'와 세상의 모든 '나'에게 전하는
나는 딱히 원하는 게 별로 없는 아이였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렇지 않았다.
단지 내가 무언가를 원한다는 사실을
그 당시에는 인지하지 못했을 뿐이다.
돌이켜보면 내 인생 대부분이 그랬다.
의식하지 않은 상태로 수많은 일을 했다.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리고 나는 쉬지 않고 무언가를 원했다(정말 제정신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잠에서 깨어나 가장 먼저 원했던 것은 더 자는 거였다.
몸살이 나서 학교를 안 가도 되기를 바랐다.
숙제 검사를 하지 않기를 바라기도 했고
빨리 점심시간이 와서 뭐든 먹고 놀고 싶었다.
학교가 빨리 끝나기를 기다렸고 군것질을 하고 싶었다.
오랫동안 놀고 싶었고 놀 때는 우리 편이 이기기를 바랐다.
내가 히어로가 되어 모두가 나를 좋아해주는 걸 상상하기도 했다.
숙제가 없거나 간단했으면 했고,
시험을 망치면 성적표가 안 나왔으면 했다.
때로는 학교에 불이 나서 시험지를 흔적도 없이 태워주기를 바랐다.
그동안 나는 정말 많은 것을 원했다.
그렇다고 대단한 걸 바라지는 않은 것 같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꽤 대단한 것들이다.
사소한 것이든, 아니든,
내가 원한 것이 그대로 이뤄진다는 것 자체가
마법이라는 걸 그때는 몰랐다.
어린 내가 주로 원했던 것은 혼나지 않는 것,
생리적으로 이득이 되는 것,
재미있는 것, 능력을 갖는 것 등이었다.
내가 ‘좋은 거’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얻어지기를 원하거나
‘나쁜’ 일이 생기지 않기를 계속해서 원했다.
내가 원했던 것들이 이뤄져 만족스런 때도 있었지만
기대했던 상황이 오지 않아 실망했을 때가 더 많았던 것 같다.
나는 매일 일어나 학교에 갔고 성적표는 어김없이 나왔다.
학교엔 불이 한 번도 나지 않았으며
우리 편이 늘 이기지도 않았다.
결국 나는 히어로가 되지도 않았다.
내게 이득이어서,
그래서 그렇게 원해온 것들이 정말로 가치 있는 것들이라면,
그렇다면 그것들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전혀 이상할 게 없다.
하지만 내가 얻기 위해 애쓰고 있는 그 ‘좋은 것’들이 사실은 정말 좋은게 아니라면,
뭔가 크게 잘못된 게 분명하다.
설령 그것이 정말 좋은 것이라도,
그것을 얻지 못했을 때 느끼는 실망감과 불만족이 계속되는 삶이 과연 좋은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만약 ‘좋은 것’ 그 자체가 좋은 것이 아니라
‘좋은 것을 얻는 것’만이 좋은 것이라면,
이 삶은 고통의 연속일 수밖에 없는 거 아닌가?
내가 바라는 대로 모두 이뤄지기를 바라고,
그렇지 못하면 실망할 수밖에 없는 삶은
결코 행복한 삶이 될 수 없다.
내가 생각하는 그 ‘좋은 것’들은 도대체 무엇이고,
나는 그것들을 왜 그토록 원하는 것이며,
그것이 이뤄지지 않았을 때는 왜 그리도 실망할까?
좋은 것은 반드시 얻어야지만 좋은 것인가?
그것을 얻지 못한다고 해서 좋은 것이 더 이상 좋은 게 아니게 되는 걸까?
나는 그것이 알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