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국밥

by 오동
나도 그런 얘기 들은 적 있어.jpg

소문, 2018




돼지국밥


점심시간. 사람들이 줄을 지어 걸어간다. 남자와 남자와 남자 사이에 여자 둘.

웃음소리 맑고 가볍다. 나도 저렇게 웃던 때가 있었다. 양복과 양복과 양복 사이에 원피스. 하늘거린다.

다리 사이로 감싸이는 봄 치마, 파마머리, 쏟아지는 햇빛, 파산, 회생, 면책, 고소장. 거리를 가득 메운 불행의 말들. 나도 그 말들을 안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나, 나는. 얼마나 더 견뎌야 하나. 그는 어떻게 될까.

거기가 바닥이 아니었다는 소문들, 땀냄새, 비릿한 노인의 냄새와 섞인 짠내, 내 몸에서 나는 냄새와 너의 기억과 그때와 지금과 앞으로가 뒤섞인 채 새우젓을 넣고 깍두기를 집었다. 희멀건한 고기 국물에 바다를 담은 새우를 휘젓고 빨간 겉절이를 바라봤다. 아직 생소해서 붉은 고춧가루가 많다. 깍두기처럼 능숙해지면 달라질까. 언젠가는 몰래 품은 꿈이 익을까.


오래 우려낸 땀과 기름이 떠다녔다. 수저로 떴다. 입에 넣었다. 생각났다. 소주를 마시고 싶었지만 참았다.

흰쌀밥과 흰 국물이 사람들을 키웠다. 돈을 번 사람도 있고 망한 사람도 있다. 행운과 불행의 소문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지만 누구도 확인하지 못했다. 우는 사람도 없었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문을 닫고 사라졌다. 서로가 서로의 엑스트라인 곳에서 어떤 남자는 주차장 관리실에 엉덩이만 붙이고 있다. 어떤 남자는 너무 높은 곳에 있었다. 근사한 곳이다. 어떤 남자는, 어떤 여자는, 어떤 아이들은. 사랑만으로는 안 되는 게 있다.


후회를 했다. 제일 잘하는 게 후회다.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붙들고 있었다. 무능한 사람들은 어디에도 앉을 수 없었다. 자리가 없다. 텅 빈 테이블 위에 다대기와 새우젓과 엎어진 물컵과 파를 담은 그릇이 있었다.


나도 무거운 게 싫다. 미지근한 국물을 마시고 수저를 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