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메모.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이 책을 읽지 않았다. 팟캐스트를 통해서 여러번 듣기만 했다. 그림을 그리려고 책상 앞에 앉거나 마감의 압박에 쫓길 때 집중을 위해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을 듣는다. 문장을 읽어내려가는 목소리를 따라서 나도 서서히 그림속으로 들어간다. 김영하의 목소리를 좋아한다. 신영철의 낮은 목소리도 좋아한다. 오늘 새로운 목소리로 들려주는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을 들었다. 여자이고 성우라고 한다. 라면을 끓이면서 익히 알고 있는 문장을 들었다. 노인과 여대생의 대사가 나올 때마다 목소리의 톤이 변한다. 예쁜 목소리. 그러나 지겨운 목소리다. 클리쉐란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서 가끔 머리를 끙끙댈 때가 있다. 상투적이라고 하면 될 것을 꼭 '클리쉐'라고 부르고 싶어진다. 그리고 클리쉐가 상투성이란 단어보다 더 적확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낭독을 하는 전문 성우의 목소리가 그렇다. 닳고 닳은 전문가. 제 안에서 딱딱하게 굳은 전문가. 기교만 남고 마음은 없는 전문가. 그런 것들이 지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