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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동 Nov 18. 2015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집 생각이 났다. 

집에 두고 온 아내와 새끼 생각이 났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들이 쓸쓸해 보였다. 들판에 붉은 점으로 남은 감들이 꽃처럼 보였다.

남은 잎도 얼마 없다. 겨울이 오고 있다. 공사판의 노가다들은 다가올 겨울을 어떻게 나야할지를 두고 낄낄대며 헛소리를 했다. 웃음으로 두려움을 감추려는 반응이다. 


페북에 아는 사람들의 친구 요청이 많아진 후로 글을 쓰지 않는다. 매일이 노동이어서 내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글을 올리지 않는다. 마음이 글에 닿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지만, 글을 쓸 시간 자체가 없다. 그렇게 변명하고 싶다. 매일 메모를 한다. 뭐라도 기록해 내가 겪은 시간을 남기고 싶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쓰지 못한다. 기억도 못한다. 어떤 문장들이 머리에 떠올랐다가 가라앉는다. 문장들은 순간 나타나고 사라진다. 그것을 붙잡지 못한다. 빗방울이 처마에 매달려 있다가 떨어진다. 통통 물 떨어지는 소리. 계절이 가고 시간이 바닥으로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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