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동 Jan 13. 2016

현명한 말

잠시 집에 있었다. 하룻 밤과 하룻 밤. 이틀을 내 침대에서 잠을 잤다. 밖으로 떠돌다 돌아가면 내 공간이었던 집이 조금씩 낯설게 느껴진다. 아이가 나를 찾는다. 비워둔 아빠의 책상 앞 의자에 아빠가 앉아 있는 듯한 환영을 본다고 한다. 전화기 너머로 운다. 달래줄 말이 없다. 아이는 지금 아빠의 빈자리를 겪고 있다. 기대야 할 시기에 기댈 곳이 없다. 고작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지금의 그 감정을 소중히 하라는 것과 마음에 슬픈 것들이 가득차면 쓰거나, 그리거나 노래를 부르거나해서 밖으로 자꾸 끄집어내라는 것이다. 표현하는 것 외의 방법을 나는 모른다. 어린 나이이고 처음 경험하는 감정일 것이다. 앞으로도 이런 힘든 감정은 반복 될 것이라 말해줬다. 그러니 잘 다스리고 네 안을 잘 보라는 정도의 말이다. 도움이 안된다. 전화를 끊고 멍청한 대답이라 생각했다. 당장 위로가 필요한 아이에게 관찰자 같은 태도로 말했다. 아이의 감정을 더 이해한다면 더 좋은 답을 했을지도 모른다. 성장통을 겪는 새끼를 바라보며 애비가 할 수 있는 현명한 말이 뭘까.

작가의 이전글 금요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