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고 산다

by 오동

아침 먹고 현장에 도착했다. 멀리서 본 현장의 풍경은 아름답지만 발 딛고 들어가면 진창이다. 신발에 진흙이 묵직하게 붙는다. 걸음도 불편하고 일하기도 번거롭다. 실내와 실외를 드나들 때마다 신발을 털어야 한다. 욕실에 방수액을 바르던 팀장은 온몸에 방수액이 묻었다. 거지가 따로 없는 꼴이다. 내 바지에도 언제 묻었는지 모르게 방수액이 묻었다. 손톱으로 박박 긁어 떨어냈다. 점심 먹으러 가는 식당에 노가다들이 자주 보인다. 나나 그들이나 비슷한 몰골이다. 얼굴은 시커멓고 목덜미는 빨갛게 익었다. 옷차림은 대부분 후줄근한 등산복이다. 옷에는 페인트, 먼지, 본드 등이 지저분하게 묻어있다. 어디서도 대접받기 곤란한 모습이다. 그런 차림으로 밥도 먹고 웃고 떠든다.


아침 먹는 식당에서는 사람들이 자주 술을 마신다. 아침부터 막걸리 서너 병에 소주를 마시는 이들도 보인다. 저러고 일이 되나? 싶을 때도 있다. 오전 7시 조금 넘어서 혀가 꼬부라진 사내들을 보는 게 유쾌하진 않다. 이해는 한다. 일이 힘들기에 그렇다고 한다. 특히 철근을 다루는 형틀 목수들이 술을 달고 산다고 들었다. 다루는 재료가 무겁고 위험하기에 몸의 고통이 만만치 않다고 한다. 그것을 술 기운으로 버틴다는 얘기다. 아침 점심으로 반주 삼아 술을 마시는 이들을 보면 정말 그런 것 같다. 우리 팀은 반주로 술을 마시지 않는다. 위험하기 때문이다. 알딸딸하게 취한 상태로 일을 하기에는 다루는 공구들이 많다. 자칫 정신을 놓으면 손가락이든 뭐든 잘린다. 전동 톱이 그렇고 그라인더가 그렇고 못을 쏘는 총이 그렇다. 현장에서 다루는 공구 중에 제일 약한 게 사람의 몸이라고 말한다. 사람이 공구를 다루면서 일을 하기에 사람의 몸이 가장 우선이지만 제일 약한 것이 사람의 살과 뼈다. 쇠도 아니고 나무도 아니다. 살짝만 닿아도 아프고 조금만 스쳐도 베인다. 지난 겨울에는 톱질을 하다가 실수로 내 이마를 찍었었다. 아찔하더니 이마가 뜨근해졌다. 뭔가 쏟아져 나오는 느낌이 들었다. 피. 병원에 가보니 대수롭지 않은 상처였다. 몇 바늘을 꼬매고 거울을 봤다. 검은 실로 꿰맨 내 이마가 보였다. 몸의 연약함을 생각했다. 조심하자는 생각도 했다. 이후로 조심성이 늘었다. 그렇게 우연한 사고를 당하는 일이 있다. 그럴 때마다 조심성을 배운다.


아시바 쇠기둥을 타고 빗물이 떨어진다. 흙은 검다. 습도는 높고 일하기는 좋지 않은 날이다. 조금만 움직여도 습기와 땀이 몸을 무겁게 한다. 허리에 찬 툴벨트도 무겁다. 그래도 일한다. 셋이서 석고 보드 붙이고 재단하고 농담도 하면서 일한다. 가장 많이 하는 농담이 어서 '은퇴'하라는 소리다. 이런 험한 일 하지 말고 은퇴하라고 서로에게 한 마디씩 던진다. 등에 빨대가 꽂혀 있기에 은퇴를 못한다고 말한다. 모두들 웃는다. 책임져야 할 가족과 새끼들을 빨대라고 표현한다. 큰 빨대, 작은 빨대. 담배를 피우고 낄낄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