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가지에 매달린 이파리들이 펄럭인다. 이파리는 필사적으로 가지를 붙들고 있다. 멀리서 개가 짓는다. 밤바다에 불빛이 깜박인다. 비는 불어 대고 바람은 젖는다. 내가 뱉어낸 담배 연기는 오간데 없이 사라진다. 아이는 잠꼬대를 한다. 어색한 내가 오늘을 기억하려고 키보드를 두드린다. 허전하고 비어 있다. 뭔가 이건 아닌데 싶은 글자들이 모니터에 들러 붙는다. 하루가 간다. 밤은 깊다. 나는 잠들지 못한다. 바람은 불고 비는 숨어 있다. 나뭇잎은 제 가지를 붙잡고 떨어져라 떨어져라 기어코 떨어져라 흔들어 댄다. 새벽에 일어나 냉장고를 열고 차가운 생수를 마셨다. 밤새 제 할 일 하는 냉장고는 뱃속에 물과 토마토 두 알과 먹다 남은 햄버거와 캔 맥주 하나를 조용히 담고 있다.
오늘부터 휴가다. 짧은 일정으로 가족이 제주로 내려왔다. 일 년 만에 다시 찾은 게스트 하우스는 그 사이에 조금 낡았다. 커피포트도 후줄근해졌다. 몸통 여기 저기에 얼룩이 묻었다. 까만 때도 끼어있다. 오디오 플레이어는 노래를 부르다가 멈춘다. 낮은 톤의 목소리로 여자가 끈적한 노래를 부르다가 멈췄다가 또 부르다 멈춘다. 주인 남자는 조금 살이 쪘다. 작년보다 더 검어졌다. 얼굴의 주름도 슬쩍 깊어졌다. 샤워실의 타일은 군데군데 물때가 끼어있다. 발수제를 바르라고 조언을 하고 싶었다. 속으로만 했다. 아직 이곳에 글 쓰고 올리는 게 편하지 않다. 자꾸 누군가 이곳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의식을 한다. 그러지 말자, 하던 대로 하자, 고 생각했다. 전화기를 바꿀까 생각 중이다. 배터리 수명이 끝장난 것도 이유지만 카메라가 필요해서.
새 카메라가 필요하면 전화기를 바꾸는 시대를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