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와 노을

by 오동


사진이 뿌옇다. 카메라 렌즈에 내 손이 닿았나 보다. 그제는 저녁으로 햄버거를 먹었다. 수제버거. 롯데리아 정도의 햄버거를 생각했는데 피자만한 크기의 햄버거가 나왔다. 햄버거 집을 찾아가면서 카메라에 관해 얘기했다. 최근에 맛이 가기 시작한 내 아이폰에 관해서도 얘기했다. 처제의 새 아이폰 6를 만지작 거리다 카메라가 갖고 싶었다. 빌려서 몇 장 찍었다. 나쁘지 않다. 며칠 전부터 전화기 배터리가 이상하다. 내 손에 들어와 3년 반을 지냈다. 처음 스마트 폰을 접하고 종이에 메모하던 버릇을 폰으로 옮겼다. 그 시절에 생긴 취미가 낮술이다. 대낮에 순댓국에 소주를 마시면서 건조하고 우울한 메모를 했었다. 사진도 제법 찍었다. 산책길에 주머니에 있는 폰으로 찍으니 편하더라. 거의 온 종일 전화기를 옆에 두고 지낸다. 검색보다는 주로 메모와 카메라의 용도로 쓴다. 우도에 가는 길에 점심으로 몸국을 먹었다. 정식을 생각하면서 식당을 찾아갔다. 돔베고기에 갈치 조림이 곁들여 있는데도 가격이 좋다. 정식을 파는 식당 앞에서 몸국이 먹고 싶다는 의견이 있었다. 완강하다. 차를 돌렸다. 정식과 몸국을 파는 식당을 찾아가면서 세 군데 핸드폰 대리점에 전화를 했다. 내가 원하는 폰이 없다. 주말이고 어쩌고 해서 없단다. 그럼 미뤄야지 별 수 있나. 식당 근처에 주차하고 들어가는 중 길 건너의 핸드폰 대리점이 보였다. 혹시나 해서 물어보니 내가 찾는 폰이 있다. 아이폰 6 스페이스 그레이 64기가. 앞으로 몇 년 간 내 카메라가 될 것이다. 이 동네 저 동네의 현장을 떠돌아 다니는 시간의 기록을 같이 하겠지.


하늘이 잠시 열렸다. 서편으로 지는 태양이 붉은 빛을 흘린다. 빛은 번지고 구름은 하늘 가득 흩어져 산만하며 아름답다. 이런 순간에 습관적으로 카메라를 꺼낸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지 못하는 것이다. 기록을 의식하는 버릇과 곧 사라질 풍경을 바라보는 것 중 어떤 게 나을까.


무엇과 무엇을 비교하는 버릇은 오래됐다. 그것이 사람이든 감정이든 사물이든 뭐든. 어째서 이런 버릇이 생겼는지 대충 알지만 이제 와서 어쩌겠나. 이미 생긴 것이고 마음에 들진 않더라도 다독이며 감추며 데리고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