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그게 뭐냐면

by 오동

2015.06.30.


안간힘을 쓰며 메모를 한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문장들이 쉽게 사라진다. 한숨처럼 새어 나간다. 영어로 악을 쓰던 꼬맹이가 커피집에서 나갔다. 다행이다. 어제는 갑작스럽게 우울해졌다. 어떤 기사를 읽고, 기사에 나온 사람이 내가 만난 적이 있던 사람이어서 우울했다. 그의 소식을 포털에서 볼 정도의 시간 동안 나는 뭘하고 살았나. 뭔가 한 것 같은데 온통 미련해 보이는 기억뿐이다. 아무거나 확 집어던지고 싶어서 바다에 들어갔다. 바다는 차가웠다. 입이 돌아갈 것 같다고 아내에게 말했다. 최대한 멀리 보이는 바다로 걸어 들어갔다. 그러나 죽지 않을 만한 거리에서 멈췄다. 수영을 했다. 파도와 모래와 나와 아이가 잠시 동안 둥실둥실 떠 있었다. 숨을 쉬다가 짠물을 들이켰다. 진짜 짜다. 침을 뱉고 다시 물속으로 들어갔다. 뿌연 물속에서 흐릿한 나를 끌고 앞으로 앞으로 헤엄쳤다.







2015.06.27.

잠이 오지 않는다. 내일 일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자야 하는데 잠이 안 온다. 오늘은 잠들고 싶지 않은 밤이다. 밖에 나가 담배를 피웠다. 한밤의 놀이터에서 미끄럼틀을 보고 사진을 찎고 싶었다. 시소도 찎고 싶었다. 카메라를 살까 생각했다. 통장의 잔고를 셌다. 내 나이를 셌다. 돈은 없다. 나이는 많다. 할부로 할까? 셈을 해보니 빠듯하다. 적자다. 그런데 좋은 카메라가 갖고 싶다. 가볍고 성능 좋은. 소니나 라이카. 색감은 라이카지만 비싸지. 소니도 비싸지만 풀프레임에다 작은 크기의 유혹이 있지. 모르겠다. 자야지.






2015.6월. 날짜는 잊었다.

꿈이다. 김 XX가 내 집에서 그림책 강의를 한다. 확신에 찬 당당한 목소리다. 첫 아이디어 스케치가 곧바로 데뷔작이 된 사람이 있다고 말한다. 나는 실망과 질투를 동시에 한다. 아버지가 보였다. 조카 둘도 보였다. 영선이 경연이는 어린 모습이다. 더 어린 아이도 있던 것 같다. 나는 어딘가로 간다. 꿈에서는 항상 어딘가로 간다. 왜지? 길을 찾는다. 헤맨다. 목적지는 나오지 않는다. 아시바가 설치된 것 같은 길을 건너야 한다. 아시바를 타고 가려니 위험하다. 아래를 보니 바닥에는 뾰족한 못이 촘촘히 박혀 있다. 멀리서 차 한대가 길을 돌아오는 게 보인다. 그 길이 안전해 보인다. 늙음이 구체적으로 거울에 비춰 보인다. 눈 밑 살이 늘어진다. 조명을 받은 살에 그림자가 진다. 어제도 술을 마셨다. 배가 살살 아프다. 똥을 싸야 하는데 일 나가야 할 시간이다. 아침마다 똥 싸는 일이 문제다.


팀장과 맞지 않는다. 하긴 사람들은 모두 서로 맞지 않지. 떠날까? 쫓겨날까? 아침에 본 그의 화난 모습에 짜증이 났다. 하루 종일 불편한 마음이었다. 어딜 가도 꼴통은 있다. 팀을 아무리 옮겨도 꼴통이 보이지 않는다면 내가 꼴통일 수도 있다. 이런 말을 들었다. 웃었다. 내가 문제일까?


지금의 나를 버티게 하는 것은 글 쓰기와 사진이다. 그중 글 쓰기의 위로가 더 크다. 뭐라도 써야 마음이 덜 흔들린다. 요 며칠간 일을 하면서 즐겁지 않았다. 일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 때문이다. 결국 누구와도 어울리지 못하는 걸까,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