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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동 Jul 14. 2016

허공의 발판



 일요일 저녁에 집에 돌아왔으니 오늘로 4일 째다. 몸의 피곤은 남아있지만 조금씩 풀리고 있다. 빈둥거리며 인터넷 뒤지고 페북 들락거리다가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갔다. 마음에 남은 앙금이 풀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들은 대부분은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만 끝내 사라지지 않는 것도 있다. 


덥다. 아침 담배를 피우려고 밖에 나갔다. 현관 앞에 그늘을 드리운 나무 쪽으로 피했다. 볕이 드는 곳은 따갑다. 이제 본격적인 여름이다. 이 여름의 더위에서 일해야 한다. 작년의 경험으로 여름이 최고치에 다다라 눈이 부시고 어지러울 정도가 되면 오히려 짜릿함이 있다. 아무리 물을 뒤집어써도 금세 마르고 물을 마시고 마셔도 목이 탄다. 그런 강렬한 더위 속에 뜻밖의 쾌감이 있었다. 은근히 더위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 시간은 열흘 전후였던 것 같다. 


팀을 옮기기로 한 결정의 뒷맛을 느끼고 있다. 며칠 지나면 사라질 것이다. 그도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나도 내가 관계의 어느 지점에서 폭발하는지 잘 모르겠다. 대부분 자존심 상할 때라는 정도만 안다. 하긴 누군들 안 그러겠나. 불필요하게 참는 것도 안 한다. 그렇다고 화를 내지도 않는다. 소리 지르고 인상 쓰고 하는 일에 서툴다. 그냥 떠나거나 입을 닫는다. 


그건 그렇고, 까마득하게 남은 줄 알았던 노년이 이젠 코 앞에 닥치고 있다. 뭔가 해야 할 텐데 손을 못 댄다. 생계와 욕망 사이에 끼어서 일생을 낭비한 것만 같다. 뭐라도 하나 붙잡고, 그것이 돈이 되든 말든 내 속을 풀어줄 수 있는 것 하나 붙들고 살면 좋겠다. 한때는 사랑이었고, 그림이었고, 만화였었고, 일기였지만 다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무기력하다. 밥을 만들 수 있는 기능이 이렇게까지 없다니. 


자잘한 감정들이 구름처럼 흘러간다. 헛것이고 잡히지 않는 것들. 

기록으로만 남길 수 있는 그날의 날씨 같은 것들. 비가 오거나 해가 나거나 바람이 부는 사이의 시간들.

그 시간을 발판 삼아 살아간다. 허공을 딛고 오르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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