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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동 Sep 02. 2016

 불만

  덥다. 샤워를 하다가 거울을 보니 내 등짝이 보인다. 툴 벨트를 매고 있던 자리만 원래 피부색이고 다른 부분은 슬쩍 그을렸다. 자외선이 옷을 뚫고 내 몸을 태웠다. 목덜미에서 척추를 따라 난 자국. 어제는 뜨거웠다. 아침부터 지붕에 올라가 밥 먹을 때와 쉬는 시간에만 내려왔다. 지상보다 4~5미터 높은 곳에서 태양빛을 쬐었다. 얼굴과 팔뚝에서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 비릿한 체취, 숨이 턱 막히는 짧은 순간. 같이 일하는 사람 중에 60을 넘은 사내가 있다. "직장 생활 35년 동안..."을 입에 달고 다니는 늙은 남자다. 자신이 겪은 것을 얘기하면서 스스로 재미있다고 생각할 때는 이빨을 닫고 입술은 벌린 채 크크크큭 웃는 버릇이 있다. 


청력이 좋지 않은지 불러주는 숫자를 자주 잘못 알아듣는다. 물어보니 '직장생활 35년 동안...' 공장에서 돌아가는 기계음 때문에 얻은 증상이라고 한다. 멀리서 들리는 소리가 흐리멍텅하게 뭉개진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다른 이들의 말을 듣지 않는다.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남의 말을 듣지 않는 전형적인 늙은이의 모습이다. 이 팀의 팀장도 남의 말을 듣지 않는다. 뭐든 다 알고 뭐든 다 경험했다. 그러므로 내가 다 안다는 태도로 사람들을 대한다. 자기 기준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않는다. 둘 다 피곤하다. 


나이가 많다는 것과 현명함은 아무 관계가 없다. 경험을 많이 했다고 해서 꼭 지혜로워지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틀에 박혀서 다른 사람의 입장이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그냥 어리석기 때문이다. 일을 하는 중에 그런생각들이 짧게 들었다. 팀 사람들의 손발이 안 맞는데 이게 내 탓인지 누구의 탓인지 모르겠다. 날은 덥고 일은 더디고 손발은 안 맞으니 짜증이 났다. 서로 하던 일을 바꿔보려고 늙은 사내를 지붕으로 올렸다. 그의 얼굴에 불만이 잔뜩 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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