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게트를 사려고 차를 멈췄다. 마트에서부터 따라온 눈이 공터에 머물렀다. 중독. 술, 마약, 담배, 감기약, 일 따위에 푹 젖어 있는 상태를 이른다. 사랑에도 중독이 있지. 슬픔에도 중독이 있지. 권태도 그런 것처럼. 너무 깊은 곳까지 내려간 사람들은 되돌아오기 힘들다. 그곳에서 무엇을 봤을까.
Nina Simone의 Feelings을 듣다. 사람의 속에 얼마만 한 크기의 슬픔이 있기에 저런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아무런 꾸밈없이 순도 높은 슬픔을 부른다. 노래가 아닌 슬픔을 읊는다. 슬픔도 재능이다. 더구나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슬픔이라니. 낯도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슬픔을 꺼내어 보여주며 사랑을 받다니.
가능한 타인에게 잘 보이려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 되도록 무심하자는 생각을 했다. 친절한 무심함이 나를 지켜줄 것이다.
바게트 두 개를 사고 앞으로 밀려오는 눈을 피해 머리를 숙였다. 처마에서 떨어진 물방울에 머리를 맞았다.
시동을 걸고 엑셀을 밟고 신호를 어긴 채 집으로 돌아왔다. 눈이 여전히 따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