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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동 Sep 09. 2016

메모

 1. 어제는 일찍 잠이 들었다. 몸이 자꾸 눕고 싶어 하길래 그리 했다. 이틀 전 꿈에는 어떤 여자와 연애를 했다. 달콤한 꿈이어서 뒷맛을 즐기고 싶었는데 어느새 사라졌다. 창 너머로 보이는 뿌연 바깥이 내 안에 맴도는 안개와 닮았다. 안개를 닮은 담배연기를 뱉다가 담배를 끊어야지 생각했다. 생활이 한 점으로 모이지 않는다. 돋보기 초점을 맞추듯이 하나에 집중하고 싶은데 산만하다. 사는 게 원래 그런 것이라 생각한다. 아비로서의 역할, 직업으로써의 기능, 가장의 책임, 나라는 사람이 바라는 방향. 모두 조금씩 엇나가 있다. 각각이 딱 맞게 자리를 잡을 날이 있을까.   


2. 커피는 코스타리카 따라쥬 AA. 모카포트에 내려서 세 잔을 만들었다. 출근 전에 한 잔, 돌아와서 나머지를 마신다. 커피와 담배는 실생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지만 마음을 달래는 데는 쓸만하다. 마음에 잔 기스가 나면 바르는 연고 같다. 술도 그렇지.


3. 지금 일하는 현장에서는 내가 가장 나이가 많다. 30대와 20대의 사내들도 있다. 젊은 나이에 일찌감치 이런 일을 하는 게 좋아 보인다. 기술직이 적성에 맞는 사람들이 있다. '노가다'를 하찮게 바라보는 사회에서 자기 길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4. 기름칠한 벽 위에 덧바른 물감 꼴이다. 안착하지 못한다. 어쩌면 단독자로 산다는 게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모두 안착을 바라지만 그런 건 애초에 없지. 


5. 여행을 포기했다. 예약한 티켓을 취소하던 밤에는 마음이 좀 그랬다. 다음에 가면 되지, 하고 스스로를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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