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다 제 곁을 떠났어요
개요 : 드라마 / 한국 / 104분 / 2017.05.31개봉
감독 조현훈
출연 이민지(소현), 구교환(제인), 이주영(지수)
세상에 소현은 홀로 내던져졌다. 그래서 사람들과 함께하는 법을 알지 못한다. 소현이 사랑하는 모든 사람은 소현의 곁을 떠난다.
정호도, 지수도, 제인도.
"저는 태어날 때부터 진실하지 않았어요. 그거 아세요? 제가 처음 배운 말은 거짓말이었대요. 저는 영원히 사랑받지 못할거에요. "
"방법을 모르겠어요. 어떻게해야 사람들이랑 같이 있을 수 있는지, 방법을 모르겠어요."
"제가 이 편지를 쓴 이유가 궁금하신가요? 그럼 혹시 제가 지금 어디서 무얼하고 있는지 궁금하신가요? 사실 저는 지금 또 다시 혼자가 되었습니다. 꿈만 같던 순간들은 모두 끝나버렸어요. 이제 모든게 예전으로 돌아갈 거에요. 제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도, 자기 얘기를 들려주는 사람도 없던 때로 말이에요. "
영화는 소현이 스스로의 목숨을 끊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소현이 목숨을 잃으려 하는 순간, 제인이 찾아와 문을 두드린다. 제인은 소현의 팔을 치료해주고 자신의 팸으로 받아준다. 엄마처럼 따뜻하게 소현을 챙겨주는 제인. 그러나 제인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팸에 있던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진다.
소현은 또 다른 팸에 속하게 된다. 그 곳에서 소현은 지수에게 친밀감을 느끼고 가까이 지내고 싶어 한다. 지수는 팸의 신고식을 당하다 도망치려 하고 결국 죽게 된다. 소현은 또 다시 지수를 잃는다.
소현은 제인을 만나게 된다. 정호오빠와 함께 모텔방에 살던 시절, 처음 오빠가 일하는 가게에서 제인을 만난다. 제인이 노래하는 모습은 자신을 위로하는 듯 하다.
실제 일어난 사건대로 해석을 해보자면, 소현은 정호와 함께 살던 시절 제인을 만난다. 그리고 제인을 보며 독특한 감정을 느낀다. 그러다 정호는 자신을 버리고 떠나고, 소현은 어쩔 수 없이 가출팸에 들어가게 된다. 그 곳에서 마음을 준 지수는 또 죽음으로써 소현을 떠나게 된다. 결국 소현은 자신의 삶을 포기한다.
그리고 죽어가는 마지막 순간, 제인을 떠올린다. 자신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던 유일한 사람. 잘 알지 못했지만 자신을 위해 노래해주었던 사람. 제인과 같은 사람이 자신과 함께 하는 것을 상상하며 죽어간다. 그리고 소현은 새로운 세상에서 제인과 함께 할 것을 꿈꾼다. 바로 뉴월드.
소현이 처음 제인을 보고 자신과 닮았다 생각한 이유는 아마 제인의 말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영화에서도 첫 부분 소현의 대사와, 마지막 부분 제인과 소현의 첫 만남에서 했던 제인의 대사를 같게 처리하지 않았을까.
"저는 태어날 때부터 진실하지 않았어요. 그거 아세요? 제가 처음 배운 말은 거짓말이었대요. 저는 영원히 사랑받지 못할거에요." -소현
"저는 태어날 때부터 진실하지 않았어요. 제 입에서 처음 나온 말은 거짓말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만 진실이라고 믿죠. 그렇게 제 존재는 언제나 거짓이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 곁에 머물 수 있는지 방법을 몰랐죠.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다 제 곁을 떠났어요. “넌 영원히 사랑받지 못할거야. 왜냐면, 넌 사랑받고 싶어서 누군갈 사랑하거든.” 그렇게 전 여전히 혼자인 채로 살고 있습니다. 제 진심이 언젠가는 전달될 것라고 믿으면서요. 물론 이 외로운 삶은 쉽게 바뀌지 않겠죠. 불행도 함께 영원히 지속되겠죠. 뭐 그래도 괜찮아요. 오늘처럼 이렇게 여러분들이랑 즐거운 날도 있으니까 말이에요. 어쩌다 이렇게 한 번 행복하면 됐죠. 그럼 된거에요. 우리 죽지 말고 불행하게 오래오래 살아요. 그리고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또 만나요. 불행한 얼굴로, 여기 뉴월드에서." -제인
그러나 실제 만남이 아닌 상상 속 제인은 소현이 생각하는 제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상 속 제인에는 소현의 마음이 투영되어 있지 않을까. 소현이 함께하길 바라는 인물일수도, 혹은 소현이 되고자하는 인물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난 인생이 엄청 시시하다고 생각하거든. 태어날때부터 불행이 시작돼서 그 불행이 안끊기고 쭉 이어지는 기분. 근데 행복은 아주 가끔, 요만큼, 드문드문, 있을까말까. 이런 개같이 불행한 인생 혼자살아 뭐하니. 내가 무슨 말하는지 모르겠지. 아무튼 그래서 다 같이 사는거야."
소현은 제인 같은 사람과 함께 하고 싶었을 것이다. 자신과 같이 사람과 함께할 줄 모르는 사람과 함께 살아나가는 것. 그곳에 늘 행복이 있진 않아도 어쨌든 함께 사는 것. 그 작은 것이 바로 소현이 바라는 유일한 것일지 모른다. 소현이 바라던 뉴월드는 그런 세상 아닐까. 행복한 일이 일어나지 않아도, 불행하게 살더라도 함께 모여 살아가며 웃을 수 있는 세상.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모여 살 수 있는 세상.
그러나 그런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현실의 소현은 모두를 잃고 스스로를 버린다. 소현은 한 번도 다가가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두렵다는 감정 뒤에 숨어 소현은 지수를 잃었다. 어쩌면 학습효과일지도 모른다. 자신을 떠난 정호. 그리고 그의 진짜 감정을 알기 무서워 관심없는 척 해버린 소현.
슬프게도, 그러한 세상이 존재하지 않는단 사실을 소현은 알고 있다. 그래서 소현의 상상 속 제인은 죽어버린다. 상상 속 제인은 죽을 때 스스로를 경완이가 아닌 제인으로 생각하며 죽을 수 있게 약을 먹고 죽는다. 소현도 어쩌면, 가짜인 걸 알면서도 그 상상을 영원한 자신의 기억으로 가져가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꿈 속의 제인, 그리고 꿈꾸는 제인.
당신의 꿈 속 제인은 어떤 사람인가요?
꿈의 제인에서 가장 독특했던 연출은 색감, 음악 보다도 떨림에 있었다. 소현의 불안하고 공허하고 외로우면서도 그것이 오래되어 격하게 느껴지지 않는 감정이 미세한 떨림으로 너무나 잘 전달되었다.
이주영 배우를 볼 수 있어 좋았고, 이민지 배우의 공허한 눈동자가 좋았으며, 구교환의 쓸쓸함이 좋았다.
내가 왜 2017년에 이 영화를 보지 않았나 뒤늦게 찾아보니, 그 당시 감독을 검색해보고 성추행 전력이 있음을 알게 되고는 보지 않았었던 것이 기억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