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의 책이 되는 인생,

#로맨스는별책부록 #위로

by ozcarz

은호야,

사랑하는 내 아들아

아주 오랜만에 눈을 떠 맞이하는 세상은 여전히 깊은 밤이구나. 어둠이구나.

하지만 더 이상 두렵지 않구나.

내 삶이 사람들에게 병든 치매노인으로 읽히느니

차라리 실종으로 잃어버린 이야기를 되겠다고 하던 내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나는 앞으로 근육도 못 쓰고 기억도 더 잃어가고 아무것도 남은게 없이 죽어갈테지만

이 또한 버릴 수 없는 내 인생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지금에야 깨닫게 되었구나.


은호야,

내 인생이 책이 되어 읽힐 수 있도록 내 책에 실릴 내 연고를 네가 써주겠니.


은호야,

한 권의 책이 세상을 바꾼다는 말. 나는 믿지 않는단다.

그럼에도 나는 은호 너에게 한 권의 책 같은 사람이 되라고 그 말을 남기고 싶구나.

책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어도 한 사람의 마음에 다정한 자국 정도는 남길 수 있지 않겠니.

내가 힘들 때 책의 문장과 문장 사이에 숨었듯이,

내가 은호 너란 책을 만나 생의 막바지에 가장 따뜻한 위로를 받았듯이.


그러니 은호야 앞으로도 누군가에게 한 권의 책이 되는 인생을 살아라.

네 안에 있는 한 줄의 진심으로 사람을 만나고 세상을 살아라.

한 권의 책이 세상을 바꾸거나 누군가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지는 못해도

좋은 책은 언젠간 누군가에게 꼭 읽히는 법이니까.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따뜻해지는거 아니겠니.

세상의 수근거림 속에서도 꿋꿋이 나를 지켜준 은호, 너에게도 그런 책 같은 사람이 생기기를.

따뜻한 위안이 내리기를 기도하마.


-로맨스는 별책부록 中-


<누군가에게 책이 되는 인생을 살고 있냐는 물음에, 그렇다 대답하는 사람은 어디에 있는걸까>



우리는 삶을 살아가며 위로가 필요한 순간을 꽤 자주 마주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우리는, 그 순간을 홀로 삼켜낸다.

내가 힘들 때 문장과 문장 속 숨을 곳을 만들어 줄 사람,

나로 하여금 따뜻함을 읽게 해 줄 사람,

내 마음에 다정한 자국을 남기고 따뜻한 위로를 건네줄 사람.

그런 사람은 어디 있는걸까.


우리는 삶을 살아가며 위로가 필요한 사람을 꽤 자주 마주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우리는, 그 사람을 홀로 남겨둔다.

그가 힘들 때 문장과 문장 속 숨을 곳을 만들어 줄 사람,

그로 하여금 따뜻함을 읽게 해 줄 사람,

그의 마음에 다정한 자국을 남기고 따뜻한 위로를 건네줄 사람.

그 사람은 어디로 가버린걸까.


책이 되어주는 이를 만난 적이 없기에 책이 되어주지 못하는 것일까

책이 되어주지 못하기에 책이 되어주는 이를 만나지 못하는 것일까.




초침이 60번의 째깍 소리를 내는 동안 열 두번의 숨을 내쉬는 일,

그 일 마저 고단할 땐 사람은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그러나 그럴 때조차 흘리지 못하고 삼킨 눈물은

마음에 쌓여간다.

마음에 내리는 눈물에 우리의 책은 젖어갔고,

한 장 한 장 들러붙은 책은 결국엔,

펼쳐지지 않는 한 권의 책이 되어갔다.


어쩌면 우린 모두들 눈물에 굳어버린, 펼쳐지지 않는 책 한 권씩을

마음 속에 지니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그렇게 굳어버린 책은 다른 이로 하여금

책 속의 문장 사이에 숨게 해주지도,

따뜻함을 읽게 해주지도 못한다.


그럼에도, 그 책을 꺼내어 본다면

그 책으로 다른 이의 눈물을 받쳐줄 수도,

빗 속에서 다른 이의 옷을 덜 적실 수도,

뜨겁게 타는 태양 아래 아주 작은 그늘을 만들어 줄 수도 있다.


딱딱하게 굳어버린 책을 꺼내어 볼 용기가 있다면,

그 책을 꺼내어 다른 이의 곁에 서 있어 줄 용기만 있다면.

따뜻한 한 권의 책은 아니라도,

나에게도 아주 작은 우산이, 아주 작은 그늘이 생길 수 있지 않을까.


다른 이의 우산이 되어 돌아오지 않더라도

다른 이의 그늘에 내가 기대어 쉴 수 있는 것이 아니더라도

나의 책이 나에게

우산이, 그늘이 되어줄 수 있진 않을까.


헛된 기대에 아플까 두려워

책을 꽁꽁 숨겨두기엔,

우린 아직 많은 숨을 내쉬고

많은 비를 맞고

많은 눈물을 흘려야 하기에,

작은 용기로 책을 꺼내어 보자.




그리고 그 용기로

한 순간에 굳었던 책을 녹일 수 있는 일,

따뜻한 책 한권이 되어줄 수 있는 일,


손을 잡아보자.

그리고 느껴보자,

36.5도씨의 따뜻함을.


그 따뜻함이 계속되지 않더라도 떠올리자,

36.5도씨의 기억을.


분명 그 온도는 그대에게 가장 뜨거운 온도였음을 알기에,

그대가 따뜻한 책 한권을 갖게할 수 있는 온도임을 알기에,

그대가 누군가에게 한 권의 책이 되어주는 인생을 살 것이라 믿어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영화_꿈의 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