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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윌리 Mar 28. 2022

반도체 최강 삼성이 어쩌다…애플 제국 넘어설 수 있을까


삼성에서 비메모리 초미세공정 반도체 수율이 나오지 않는다던 소문이 들려 설마하던게 작년입니다. 이게 이렇게 큰 위기로 이어질줄이야.


반에서 매번 1등하던 친구가 어쩐 일인지 성적이 맥을 추지 못하는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전학온 친구에게 밀려서 제 페이스를 잃어버린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아래 기사로도 정리되어 있지만, 실제 성적표도 애플에 확실히 밀려나고 있는게 사실인 듯합니다. 낮은 성능과 낮은 수율, 다시 점유율 하락, 더 벌어지는 기술격차의 덫에 빠진 것 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참고 기사) '삼성의 기술우위는 끝나버렸다' GOS사태의 본질 (KBS/서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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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와중에 '갬성'에 호소한다던 애플은 정말 기술력 끝판왕이라 불러도 될 반도체를 들고나왔죠. 더 저렴하고 더 빠르고, 고성능에 발열도 적은 기기로 시장을 장악해 갑니다. 위에 원그래프 속 검은 띠가 얼마나 더 넓어질지 걱정스럽기만 합니다.


심지어 컴퓨터, 스마트폰 만이 아니라 삼성전자의 심장, 심지어 인텔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란 경고를 내는 애플의 공격적인 반도체 기업으로의 전환이 정보기술 시장을 뒤집어 놓을 것처럼만 보입니다.

(3월 9일 애플의 행자 장면 중, 현존 최고 성능의 스마트폰칩 A15) 


● 그래프만 봐도 답답..1등은 삼성이 아니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24일 발표한 프리미엄스마트폰 점유율을 뜯어보면 상황이 더 어려워보이기만 합니다. 업체가 공개한 자료에서 2020년 기준 고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각각 애플 55%, 삼성 20%점유율이던 것이 불과 1년 만에 애플 60%, 삼성 17%로 벌어졌습니다.


심지어 삼성은 화웨이가 빠진 자리를 일부 흡수했음에도 한 수 아래 브랜드들에게 밀려 점유율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애플의 프리미엄 스마트폰과 이런 고가형 성능에 필적한 보급형을 모두 상대해야 하는 와중에 중국 업체에게도 치이는 상황이 이 그래프에서 드러난 겁니다.

스마트폰 AP 출하량 업체별 점유율  (출처:카운터포인트 리서치)



● 감성 메우던 기술력..그런데 갤럭시 우주급 성능 어디로


스마트폰만 이럴까? 위 기사에서도 아름답게 정리했지만. 삼성의 미래를 좌우할 스마트폰 두뇌, 즉 CPU, 그래픽, 통신 모뎀을 모두 포함한 AP점유율에서 참패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애플과 같은 '갬성' 사용자 경험을 낼 수 없다면 압도적인 성능, 기술력이 필요할텐데 이 영역에서 완전히 정체된 국면이라는 게 여실히 드러닙니다.


안드로이드 진영으로 한정해도 2021년 스마트폰AP 시장에서 미디어텍이 46%로 점유율 1위, 퀄컴은 35%로 2위, 삼성의 엑시노스는 모든 제품군에서 점유율 하락을 기록했습니다.


대만 미디어텍은 300달러 이하 저가 스마트폰의 52%, 절반가량의 물량을 싹쓸이하고 있습니다. 디멘시티라는 이름의 칩셋은 4나노 공정에 전력효율까지 높아 샤오미, 비보, 오포 등 중국 제조사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갤럭시노트7에서 보여준 발열 사건은 시작이었는지.. 삼성은 끝내 이 문제를 잡지 못해 GOS 사달을 냈다는 게 현재까지의 평가입다. 더구나 자체 생산하는 엑시노스990의 발열 문제가 발목을 잡아 퀄럼 스냅드래곤에 외주를 줬는데 이마저 애플에 압도당하고 점유율에서 턱없이 밀리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흐르고 있습니다.


● 저전력 고효율, 삼성은 놓쳤고 애플은 잡았다


위 기사에도 인용된 그래프는 아난드텍이 공개한 자료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요. 보면 삼성이 얼마나 어려운 입장에 처했는지 보입니다.


고성능폰에 들어가는 퀄컴의 스냅드래곤888X1, 삼성의 엑시노스2100은 전체 성능코어 점수로 중간정도 평가를 받는 반면 애플 아이폰13, 구형이 된 아이폰12에 들어가는 A15, A14칩이 모두 넘사벽 성능점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왼쪽 아래에 자리한 회색점, A15를 탑재한 보급형 아이폰은 전력을 적게쓰면서도 삼성의 엑시노스990에 필적하는 성능을 뽑아냅니다.


이러한 고성능 칩의 생산을 맡은 대만 TSMC는 애플과 관계를 단단히 하는 한편 미국, 일본과도 손을 단단히 잡고 있습니다. 파운드리를 장악한 TSMC는 물론 미국 정부를 등에 엎고 추격하는 인텔의 기세도 매섭습니다.


그래픽카드 생산업체인 엔비디아(Nvidia)의 젠슨 황은 개발자포럼에서 TSMC의 4나노 공정으로 생산한 그래픽칩 H100을 선보였죠. 젠슨 황 CEO는 이 자리에서 "새로운 파운드리 업체로 인텔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발언해 반도체 업계가 술렁이기도 했습니다. 원론적인 발언이었지만 인텔을 부활시키겠다는 겔싱어의 여러 행보를 짐작할 때 삼성에겐 잠재적인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 그래도 삼성인데...애플과 다음 승부, 뒤집을 수 있을


이런 와중에 애플의 설계 기술은 격차를 더 벌리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3월 9일 새벽 애플이 신제품 공개행사는 아이폰, 아이패드 신제품이 주인공이 아니었다. 이날 공개한 두뇌, 신형 M1울트라는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발열을 끝내 못 잡은 인텔, 요즘 잘나가던 AMD도 못 쫒아갈 성능의 M1맥스 칩을 이어붙여 선보인 칩셋. M1 하나만 쓸 때보다 8배 빠르고 가장 최신형 윈도우기반 데스크톱의 10배 성능을 내는 괴물 스펙을 갖춰 화제가 됐죠. M1칩을 선보일 때부터 두 칩을 연결할 설계를 구상을 했을 만큼 한계를 넘어선 반도체 기술력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A14도 아직 따라잡지 못한 상황에서 애플이 A15 이후 선보일 차세대 AP가 보여줄 성능을 암시하는 장면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코로나가 퍼지던 시기 빅테크 기업들은 직접 필요로하는 칩셋을 설계하고 TSMC 등을 통해 생산하는 방식의 반도체 시장을 형성하기 시작. 테슬라가 직접 수집한 빅데이터에 더한 자체 FSD칩셋을 보유한 것이 대표적이죠.


이렇게 치고 올라오는 애플, 테슬라 등 빅테크를 상대해야하는 우리의 상황입니다. 어쩌면 한국 정보기술 기업 가운데 TSMC를 압도할 품질을 가진 생산능력을 가진 기업이 없다는 게 이번 일로 드러난 문제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저전력 고효율을 내세운 애플을 따라잡고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서라도 가장 시급한 문제 중에 하나처럼 보입니다.


물론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선 여전히 삼성이 압도적입니다. 4나노 공정의 수율도 올라서고 있다는 경영진의 설명이 있었으니 이 문제또한 극복하리라 믿어집니다. 또 3년전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던 가로로 접는 폰, 다시 세로로 접는 예쁜 폰을 만들어 프리미엄폰에 접는 경험까지 선사했던 곳이 바로 삼성전자입니다. 그 저력을 아직 잃지 않았다고 봐야 할 겁니다.


미국이 주도권을 쥐려하고 유럽과 중국의 견제가 부쩍 격해지고 있는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은 지금 위기를 딛고 부활할 수 있을까요. 한국을 대표하던 기업이 이래저래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은 썩 즐겁지는 않습니다. '국뽕'이라고 해도 좋으니 희망적인 소식을 들을 수 있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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