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 재미'도 잠시

어느날 마음이 말했다

by OZ

2019년 3월, 엄마가 됐다. 그리고 아이를 안고 씻기고, 젖병과 기저귀가 제법 익숙해지던 어느 날 알게 됐다. 마음의 병을...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았는데, 불쑥 무기력증인지 우울증인지 뭔가 모를 답답함으로 바짝 말라가던 내 속마음이 보였다.


3주 조리원 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왔다. 불과 며칠 전 진통 같다며 병원으로 갈 때만 해도 둘이었던 우리는, 셋이 돼서 돌아왔다. 잘 안지도 못하는데, 조리원 선생님들 도움 없이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을 꾹꾹 눌러 담았다. 그리고 경찰서, 국회, 법원, 외교부...처럼 육아 역시 하나의 출입처라 생각했다. (기자들은 수습생활이 끝나면 출입처를 배정받게 되고, 회사 대신 출입처로 출퇴근하는데, 출입처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을 책임지고 처리하면 된다.) 낯선 출입처도 열흘이면 금세 장악하는 나인데, 하면서 육아의 세계도 눈치와 성실함으로 뚫으면 된다고 여겼다. 육아도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생각하고, 수시로 육아 장비와 아이 발달 과정을 검색했다. 마치 ‘단독기사’라도 내놓을 기세로 꼼꼼히 자료 수집했고, 이의 신체 리듬은 1진에게 보고하듯 깨알같이 적었다. 말 대신 표정과 손짓으로 말하는 아이의 요구사항을 제대로 알고자, 깨어있는 시간 내 모든 신경은 긴장했다. 그렇게 조금씩 적응하는 육아의 세계에서 깨알 재미도 맛봤다. 하지만 오래 가지 않았다.


잠이 덜 깬 상태로 젖을 물리고 기저귀를 갈며 시작하는 하루. 먹이고 재우고 안고 내려놓고 씻기고 하는 행위의 반복이 주는 피로감은 아이의 목욕 시간, 절정에 달한다. 아이가 잠들고 나면, 한숨을 돌린 뒤 다시 아이의 내일을 위한 준비를 한다. 아이 반찬을 만들고, 아이 우유병과 수저 등을 삶고, 아이 옷을 정리하고...그리고 나서 비로소 찾아온 ‘나의 시간’. 하루종일 기다렸던 시간이다. 그런데 웬 걸,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핸드폰만 만지작 만지작. 의미없는 뉴스 검색과 친구들의 SNS 구경을 한다. 또는 보고 싶었던 예능을 보며 낄낄댄다. 잠깐 쉬는 건데 뭘, 하고 독려하다보면 금세 1시간은 훌쩍 지나고, 어느새 잠이 든다.


다음날 아침, 한숨과 함께 일어난다. ‘뭐 한 것도 없이 그냥 잤네. 또 하루를 날렸구나’ 짜증과 우울함이 목구멍 밖까지 차오른다. ‘원래 엄마는 힘들어. 쉬는 게 답이야. 모두 이렇게 살아’ 하며 내 자신을 다독여보지만 쉽게 털어지지 않는다. 하루 이틀 차곡차곡 쌓여가는 똑같은 일상에 점점 지쳐갔다. 어떤 날은 단조로운 일상에서 나를 찾겠다며, 미용실도 가보고, 바르지도 않을 화장품도 사며 기분전환도 해봤다. 또 어떤 날은 스트레스를 풀겠다고 친구들을 만나 밀린 수다도 떨어봤다. 그런데도 답답하다. 도대체 난 어떻게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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