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본 눈 삽니다'

백미러로 본 나

by OZ

참 이상하다. 엄마가 됐다고 여자가 아닌 건 아닌데.

아이 기저귀 갈고 옷 입히고 신발 신기고, 우유랑 간식, 물티슈와 여분의 기저귀와 옷까지 챙기면 나갈 준비가 끝난다.

아차, 나 세수도 안한 것 같은데... 인지했지만 뭐 대수롭지 않다.

이미 외출하고 돌아온 것 같은 묵직한 피로도 앞에 세수하고 얼굴에 좀 바르겠다고 '유턴'하는 일은 없다. 주차장에서 아이를 태운 뒤 차창에 비친 내 모습. 아, '안 본 눈 삽니다', 딱 그 심정이다.


5분 거리의 수족관 가는 길. 오늘 백미러로 슬쩍슬쩍 보는 건 아이 표정이 아니라 내 얼굴이다.

'눈가에 기미인가? 입가에 뽀루지는 뭐지? 좀 탔나. 까칠해 보이네.' 혼자서 꼼꼼히 진단을 시작한다.

그리고 '오늘밤엔 팩이라도 붙이자' '내리면 잠깐 비비크림이라도 바르자' '기회 봐서 피부과 좀 가겠다 하자' ,하지도 못할 처방을 내린다.

주차를 마치고 아이를 카시트에서 내려준다. 마스크를 씌워주자 두 팔 벌리는 아이. 오늘도 걷기 싫다는 거다. 번쩍 아이를 안고 에스컬레이터에 몸을 맡긴다. 수족관 안에도 에스컬레이터처럼,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장소를 옮겨가며 관람 시켜주는 뭔가가 있으면 좋으련만. 잠시 SF 공상 만화 한 컷을 떠올리는 사이 도착했다. 수족관 입장과 함께 내 시선은 온통 아이 얼굴에 가있다. 신이 났는지 안긴 채로 발 동동, 고개가 이쪽저쪽 바쁘게 움직인다. 아이 때문에 온 수족관이니, 아이의 감각을 깨워주는 건 당연한 것. 어떤 물고기에 관심을 보이는지 아이 표정을 찬찬히 살피다보면 흐뭇해진다. 코로나19가 신경 쓰여 주변에 사람이 몰리면 자리를 서둘러 피할 뿐, 아이 외 누가 옆에 있든 그야말로 '아웃 오브 안중', 내 관심 밖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다르다. '귀엽네' '빠이빠이' 하며 마치 아는 사이처럼 아이에게 말을 거는 사람들. 그 말 끝엔 엄마 이야기가 들어간다. '엄마가 예쁘게 입혀줬네' '엄마랑 물고기 보러 왔어?' 이런 식의 말을 건네는데 백이면 백, 엄마인 나와 눈이 마주친다. 잘못한 것도 없지만 뭔가 부끄러움은 전부 내 몫이다. 황급히 시선을 떨군다. 대신 최대한 상냥하게 '아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를 건네며 자리를 옮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이는 잠들었다. 난 다시 한번 백미러를 들여다 본다. 신호 대기 그 찰라를 이용해 백미러를 보며 마스카라를 하고, 눈썹을 그리던 지난 날이 생각나 피식 웃는다. 물론 여자는 반드시 꾸며야 하는 건 아니다. 또 꾸며야 예쁜 것만도 아니다. 꾸밈은 자기 만족이니깐.

그런데 아마 내일 또 외출을 해도 나는 오늘과 같을 테다. 요즘 들어 부쩍 화장품 바르는 흉내를 내는 아이지만, 내가 진득하게 거울을 볼 여유를 허락할 만큼의 인내심은 없다. 그리고 어차피 아이 안고, 살 맞닿을텐데 화장품이 좋을리 없잖아? 또 지우는 것도 일이라는 걸 잘 안다. 결국 '아이와의 단 둘이 외출에서 꾸밈은 사치다' 하고 서둘러 결론을 낸다. 그럼에도 입가에 맴돈다. 하, 아까 내 모습을 안 봤어야 하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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