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가는 공원에 갈 때마다 중간 중간 배치된 정원의 입구 간판이유독 눈에 걸린다. 다른 사람들은 별 생각 없이 지나칠 수도, 오히려 좋아할 수도 있지만 나는 이 입구 간판을 볼 때 어색하고 당황스러움을 느낀다. 무엇이 나를 당혹스럽게 하는걸까?
맥락의 형성
인간은 맥락을 통해 대상의 의미를 이해하는데, 맥락은 상황에 의해 형성된다. 상황에는 일관성, 관계, 장소 등이 포함될 수 있다. 그 밖에도 시간, 규율, 분위기, 타인의 존재 등 우리 주변의 모든 요소들이 상황이 되고, 상황이 모여 맥락, 즉 그 상황과 연관성을 형성한다.
우리는 중요한 자리에서 드레스 코드를 맞춤으로써 일관되게 격식을 갖춘다. 특정 일이 일어나도 괜찮은 관계가 있는 반면 일어나면 불편한 관계가 있으며, 장소에 따라 의복과 행동을 달리해야 한다. 우리가 상황과 연관된 행동을 해야 상대방이 우리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당황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정원이 있는 공원의 모습
운동을 하는 사람들, 산책하는 사람들은 이 정원에 들러 잠시 쉬며 머물다가 가던 길을 가기도 하고 지나쳐 옆에 있는 강변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이 곳에는 녹지라는 장소이자 일관성, 운동하고 휴식하는 행위라는 상황이 있고, 이 상황과 연관되는 맥락이 있다.
벗어난 맥락
우리는 맥락에서 벗어나는 대상을 경험하면 대상의 의미를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어색함을 느낀다. 즉 일관성이 부족하거나 적절한 관계가 아니거나 행동에 걸맞지 않은 장소일 때 상황과의 연관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여 의아해 한다.
외국에서 한국어로 된 간판이 널린 거리를 보면 실망하는 사람도 있다. 모처럼 멀리 떠나 여행하는 기분을 느끼고 있는데 그 나라의 일관된 모습을 보다가 갑자기 익숙한 풍경이 비춰지니, 즉 일관성을 해치니 몰입이 깨진 탓이다.
연인 사이에 하는 사랑 표현을 친구 사이에 하면 당혹스럽다. 놀이 공원에서 코스프레를 하면 괜찮지만 지하철에서 하면 구경거리가 된다.
우리가 여러 상황에서 맥락을 벗어나는 대상을 볼 때 느끼는 이질감은 사물을 볼 때에도 동일하게 작용한다. 정원의 간판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간판이 정원이 가지고 있는 맥락에서 벗어났다고 느꼈다.
이 입간판은 큰 사이즈에 주변과 대비되는 색상, 정보까지 담고 있어 시선을 빼앗고 경관을 가린다. 정원을 잘 가꾸어놓고 정원을 보게 하지 않고 눈을 입간판으로 돌리게 된 상황이다. 혼자만 눈에 띈다는 사실은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주변과의 조화를 깨고 이목을 끌어 휴식을 위한 사용자의 몰입을 방해한다. 정원의 이름, 입간판의 모양새 등 표면적인 요소에 대한 얘기를 넘어 정원의 본질된 기능을 헤친다.
맥락 따르기
우리는 때로 전체가 아닌 일부에 매몰되어서 맥락을 간과한다. 일관된 맥락은 몰입하고 이해하게 한다. 반대로 맥락을 벗어나면 어색함을 느낀다.
이곳에는 간판이 없거나, 불가피하게 필요하더라도 작은 나무 간판으로, 또는 어둡게 칠한 세로형 금속판에 흰 글씨로 지나가는 사람이 보려고 하면 보이는 정도로 표현했어도 충분했을 것이다. 주변 녹지 환경에 일관되게 녹아들도록 하면 사용자는 휴식에 집중할 수 있다.
디자이너는 사용자가 연관성이 떨어진다고 느껴 당혹스러워하지 않도록 맥락을 잘 파악해야 한다. 모든 물체는 독립해 있지 않고 어떠한 환경에 놓여있다. 사물 또한 주변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