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의 사괴석

기능과 맥락

by p id


회전교차로의 사괴석

거리를 거닐다 보면 인도에 접한 도로나 회전교차로 등에 육면체의 돌이 박힌 곳을 찾아볼 수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사괴석(四塊石)이라고 하는 이 돌은 돌담이나 장식을 위한 곳에도 사용된다. 설계, 시공 현장서는 사고석, 사구석 등으로도 린다.


도로에서 많은 사람들이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치거나 혹은 장식 정도로 생각하는 이 돌은 사실 인간의 무의식적 행동에 긴밀히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이용되기도 한다.


제약

사용자가 의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행동하면서 문제를 일으킬 때 우리는 '그렇게 행동하지 말라'는 직접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지만, 사용자의 행위에 대해 특정 피드백을 가함으로써 제약을 만들 수도 있다.


도로를 만든 이의 의도는 주행이지만 과속은 의도하지 않은 오류이다. 과속 단속 카메라나 '서행하시오'같은 문구는 이러한 오류를 방지하는 제약이지만, 사괴석은 과속에 대한 피드백을 즉각 제공함으로써 은근한 압박을 주는 제약으로 기능한다.


이 돌은 운전자에게 영향을 미친다. 운전하는 사람에게 적당한 충격을 가함으로써 속도를 줄이게 만든다. '적당한'이라는 말은 경험하는 사람에게 문제가 발생할 정도는 아니나 경각심을 일으킬 정도로 충분한 수준이라는 의미이다.


일대에 진입하는 순간 운전자는 울퉁불퉁한 노면 때문에 약간의 덜컹거림을 겪게 되고 속도를 줄여 충격을 최소화하려고 한다. 자연스럽게 서행을 유도해 과속을 방지하는 셈이다.속방지턱이 해당 위치에서 일시적으로 속도를 줄이게 한다면 사괴석은 구간에 있는 동안 지속적으로 속도를 줄이게 한다.


이는 강요가 아닌 자연스러운 상황을 조성함으로써 사람의 행동을 유도하는 넛지 효과로 설명할 수도 있다.


인간의 행동은 때로 구체화된 언어보다 긴밀히 설계된 사회 장치를 따라 더 쉽게 유도된다. 그렇기 때문에 때로는 메시지를 직접 전달할 때보다 물리적 제약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맥락

사괴석의 또 다른 훌륭한 점은 도시경관의 맥락을 따른다는 점이다. 도시에는 문제를 해결하는 수많은 장치들이 있지만 종종 맥락을 놓치는 경우가 있어 또 다른 문제를 만든다.


사람은 맥락을 통해 대상의 의미를 이해하기 때문에 갑자기 연관성 없는 무언가가 튀어나오면 당황한다.


를 들어 내가 대화 중에 상대방은 알지도 못하는 우리 삼촌 얘기를 갑자기 꺼낸다면 상대방은 내 말의 의중을 이해하지 못해 당혹스러울 것이다. 우리 주변의 공간과 사물도 마찬가지다. 모든 사물은 공간 안에 놓여있고 인간은 사물과 상호작용한다. 즉, 관계를 가진다. 공간 안의 사물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면서도 서로 연관되어 있다.


사괴석은 돌이라는 자연친화적 요소를 이용해 경관의 맥락을 해치지 않도록 한다. 주변환경과 조화를 이루어 혼자만 튀지 않는 이유는 해당 공간의 맥락에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기능과 맥락은 디자인을 할 때 각각 실용성, 인간의 인지 관점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도로의 사괴석은 이 둘을 모두 충족하는 훌륭한 치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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