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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요 Sep 06. 2024

남편의 보험금으로 집을 샀다

남편의 보험금을 모두 털어 이사를 했다. 이전에는 시부모님의 댁에서 1년 반가량 우리 네 가족만 살았다. 남편이 전망 좋고 조용한 시부모님 집에서 살고 싶다는 말을 했었기에 시부모님께서는 소유하신 건물의 작은 쪽방에서 사는 큰 불편을 감안하시면서 우리에게 집을 내어주셨었다. 나는 남편의 보험금을 모두 정리해 아이들 학교 근처의 집을 매매했다. 처음으로 가져본 내 명의의 집이었다.


매매잔금을 치르러 갔던 날 법무사님이 혹시 아이를 가질 계획이 없으시냐며 물어왔다. 감면혜택 때문이었는데 나는 그 말에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절대 그럴 계획이 없다고 말씀드렸다. 뱃속에 있어도 가능하다며 아니면 지금 당장 만드셔도 된다고 웃는 얼굴로 농담을 걸어오시는 법무사님께 뭐라 대꾸할 말이 없어 무안하시지 않도록 웃기만 했다. 두세 번 더 말을 장난스럽게 말을 걸어오시자 부동산사장님께서 "아유 그럴 생각이 없으시다잖아"하면서 대화를 마무리 지으셨다.


잔금을 다 치르고 좀 더 처리해야 하는 상황 때문에 남편의 명의로 집을 가진 적이 있는지, 내 명의의 집이 처음인지, 이전 거주지는 언제 매도했는지에 관련된 사항을 물어오셨다. 아이들과 같이 산다고 하니 당연히 남편이 있을 거라 생각하셨던듯하여 내 입으로 남편이 사망했다고 말을 하기가 망설여졌다.


나는 조심스레 법무사님께 "뒤쪽에 가족관계증명서를 봐주세요"라고 말씀드렸다. 우리 가족관계증명서에는 남편의 이름 옆에 사망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그걸 본 법무사님의 얼굴에 당혹감이 서렸다. 그리곤 본인의 실수를 눈치채시고 횡설수설하셨다. 나는 그분의 실수에 마음이 상하거나 기분 나쁘지 않았다. 악의를 가지고 말씀하신 게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첫 명의의 집을 가질 시(생애최초주택구입) 세금감면 혜택이 있는데 부부의 경우는 집이 공동재산이기 때문에 좀 애매했다. 나의 경우 따지고 보면 첫 명의의 집은 맞지만 부부였을 시 남편의 명의로 집을 사 공동재산으로 묶였었기 때문에 생애최초주택구입이 나에게 해당이 되는지에 대해 알아보셔야 한다고 했다.


내게 한 실수를 만회하시기 위해 본인이 다 알아서 하시겠다는 호언장담과 함께 구청에 여러 번 전화를 돌려가며 해당 부서에 문의를 넣으셨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구청은 전화를 받지 않아 근처 구청에 전화를 거는 수고로움을 감수하시면서 열심히 알아봐 주셨다.


옆 동네의 구청에서 "이혼의 경우는 생애최초주택구입이 해당되지만 사별은 잘 모르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혼은 본인의 의지로 혼인관계를 깬 거고 나는 나의 의지로 이 혼인관계가 끝난 게 아닌데 사별의 경우가 더 애매해서 잘 모르겠다는 공무원의 답변에 실소가 나왔다. 이렇게 인생은 참 콩트 같은 상황도 생긴다. 법무사님도 공무원의 답변에 확신을 가지지 못했으나 "아마 될 겁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일단 감면된 금액으로 받고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그때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아마도 될 거예요."라는 말로 내게 위안을 건넸다.        


아이들은 새로 이사한 집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가려했지만 전학을 가고 싶지 않단 아이들의 만류로 동네에 남기로 했다. 집 바로 옆이 학교이고 같은 학교친구들이 이 아파트에 많이 산다.


집 정리를 어느 정도 끝내 놓으니 아이들이 새 집을 자랑하려 친구들을 한두 명씩 집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어느 주말, 집들이의 개념으로 딸의 친구들 6명이 한꺼번에 오기로 했다. 6명이나 되는 친구들이 한 번에 온다니 딸의 학교생활과 교우관계가 원만해 보여 안심이 되었다.


아이들은 아직 친구들에게 아빠의 부재를 들키고 싶어 하질 않기 때문에 사람을 집으로 부를 땐 매우 조심스럽다. 혹시 다른 곳에 제출하느라 꺼내놓은 사망신고서가 컴퓨터 위에 올려져 있지는 않은지 남편의 영정사진이 밖에 나와있진 않은지 신경 써야 한다.


4명의 식구가 정상적으로 생활하는 생활감 중 내가 놓치는 것이 무엇이 있는지를 생각해 봤다.


아.. 칫솔!


남편의 칫솔을 몇 달 동안 그냥 두었었지만 이사를 하면서 남편칫솔을 버린 터였다. 칫솔꽂이의 맨 앞에 남편의 칫솔처럼 보이도록 새 칫솔을 하나 꽂아두었다.


칫솔 세 개에서 네 개로. 이제 딸 친구들의 집들이 준비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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