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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요 Sep 13. 2024

오늘의 에피소드가 굿 스토리가 아닐지라도

나름 신중하게 여러 번 생각하고 내린 결정이었으나 나의 판단이 옳지 않았음을 자각하는 때가 있다. 괜찮은 사람 일 것이라 판단하고 곁을 내어주려 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이었을 때. 과거에는 나에게 상처를 주고 무례한 그 사람에게 탓을 돌렸더라면 지금은 '이번에는 나의 안목이 틀렸구나'라고 인정부터 먼저 한다. 그리고 나 역시 도덕성이나 인간성이 훌륭하다 자찬할 수 없기에 누군가에겐 썩 좋지 못한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다.


탓은 모든 관계를 망친다. 나 역시 그런 실수를 평생에 걸쳐 수 없이 반복했다. 지금은 원망의 화살을 밖으로 돌리지 않고 내면부터 성찰한다. 상대방에게 일방적인 실례나 무례함을 당하더라도 '내가 그 사람에게 무시를 받거나 얕잡아 보일만 했었나 보다'라고 생각하면 일단 나의 행동부터 돌아보게 된다. 외부에 화를 내며 탓을 돌리는 것보다 내부에서 원인을 먼저 찾으면 '나'라는 인간의 인격과 품성이 공고히 다져지는 것이 느껴진다.


사람의 일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위층엔 남자 한 분이 강아지 세 마리와 살고 있는데 간혹 굉장히 쿵쿵거리면서 층간소음을 유발한다. 유별나게 쿵쿵 쿵쿵하면서 돌아다니는 날은 '오늘 장어 드셨나? 기운이 넘치시네' 하고 넘어간다. 물론 그런 소음을 유발하는 날이 자주 있는 일이 아니라 가능한 일이다. 층간소음 유발 횟수가 잦고 더 컸으면 나 역시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터이다.


이번 집으로 이사 오고 나서 일부러 아랫집을 찾아간 일이 있다. 집에 놀러 온 손님이 유독  뒤꿈치로 걷는 통에 내내 아랫집이 신경 쓰였다. 그 일이 마음에 걸려 다음날 사과를 하기 위해 롤케이크를 사들고 아랫집을 방문했다. 원래는 혼자 가려 했는데 아이들이 같이 가고 싶다고 해서 셋이 같이 갔다. 


"저희가 어제 시끄러웠죠. 너무 죄송해서 찾아뵙고 사과드리려고 왔습니다. 앞으로는 조심할게요"

아랫집은 우리가 찾아온 사실에 놀라며 사실 어제 시끄러운 게 힘들어 아예 집 밖으로 나가있었다 하셨다. 우리가 이사오기 전 층간소음이 심해 진지하게 이사를 생각하던 와중에 우리가 이사를 왔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이미 스트레스가 심한 상태에서 층간소음이 발생해 적잖이 화가 났는데 이렇게 와서 먼저 사과해 주시니 마음이 너무 편해져 고맙다는 말을 상냥히 웃으면서 하셨다.


아이들은 내가 먼저 정중히 사과를 하고 아랫집에서도 흔쾌히 사과를 받아주시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다. 집으로 올라오는 계단에서 지온이가 "엄마 이렇게 먼저 가서 이야기하니 마음이 너무 좋아요"라고 했다. "그럼. 이렇게 서로 배려하면서 살아야 하는 거야" 아이들이 이웃과의 긍정적인 소통을 배우게 되어 기뻤다. 그리고 다음날 내가 사가지고 갔던 롤케이크보다 훨씬 비싼 빵이 문 앞에 걸려있었다.   


가능한 둥글고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태도는 삶을 부드럽게 만든다. 아이가 책을 한 권 사달라고 하는데 책의 제목이 "예의 없는 친구들을 대하는 슬기로운 말하기 사전"이다. 친구들과 일상생활에서 곤란한 일을 겪을 때 나의 마음을 잘 표현하고 상대가 기분 나쁘지 않게 대처하는 방법들이 써져 있었다. 상대의 감정이나 상황에 먼저 공감하고 그다음 솔직한 나의 감정을 말하는 것이었다.


어른들에게도 해당이 되는 좋은 책이라는 추천과 함께 엄마도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다고 권하는 아이의 말에 웃음이 났다. 아이들도 상황과 사람을 대할 때 긍정적이고 유연한 태도로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그렇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안목과 상황이 따라주지 못해 스스로를 자책하게 된 날,

친한 언니가 내게 다정한 조언을 해주었다.


네 잘못이 아니야. 에피소드 중 하나인데 굿스토리는 아닌 거일뿐



굿스토리도, 배드스토리도 내 인생을 구성하는 작은 에피소드 중 하나일 뿐. 오늘이 배드스토리의 에피소드일지라도 구태여 연연하지 않는 태도로 삶을 살아갈 것이다.







[이 글은 해당 연재의 마감 글입니다]


안녕하세요. 사라요입니다. 처음에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 날이 12월 9일이었습니다. 남편이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었던 지었던 작가명이 '살아요'였고 그게 지금까지 오게 되었네요. 살아요가 발음이 어려운듯하여 '사라요'로 중간에 작가명을 변경하였는데 아직까지 그 선택이 맞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왜냐면 '살아요 작가'로 검색을 해서 들어오시는 유입이 사라요라고 변경 한 뒤 없어져서 잘 찾아오지 못하시려나 걱정이 되었거든요.


9개월의 기간 동안 브런치스토리와 독자님의 사랑을 분에 넘치게 받았고 꾸준히 구독을 눌러 주시는 구독자님들 한분 한분 덕분에 어느새 구독자도 1500명이 넘게 되었습니다. 연재 기간 동안 다음 메인, 브런치 메인, 카카오톡 소개, 구독자 급등 작가, 완독률 높은 브런치, 요즘 뜨는 브런치북에도 올라갔습니다.

다 여러분들의 관심과 사랑이 없었으면 어느 것 하나 이루지 못할 일이었습니다.


특히 제가 구독자 한 분 한 분 일일이 다 방문하지 못했음에도 꾸준하게 라이킷을 눌러주시고 댓글 달아주신 점 진심으로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며칠 전 전체 조회수가 백만이 곧 넘겠다 싶었는데 이전 회차의 '남편의 보험금으로 집을 샀다' 글이 저번주 토요일 다음메인에 올라가고 그새 백만이 넘어있었네요.


전체 조회수 6~7만 넘겼을 때 남편과 농담을 주고받았던 일이 기억납니다. 7만이라는 숫자를 실감하지 못하는 제게 남편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7만이면 야구장이 몇 바퀴라는 소리야"


그 이후 제게 조회수는 야구장의 관중을 비교하게 합니다. 아 지금쯤 몇 바퀴이려나 싶으면 눈을 감고 커다란 야구장에 꽉 찬 관중을 상상합니다. 야구장의 관중이 열 바퀴도 스무 바퀴도 넘어 이제 백만을 넘었습니다. 연재를 이어나가는 동안 저는 많은 일을 겪고 더 성장하였습니다. 제가 지치지 않고 9개월을 달릴 수 있었던 것, 힘든 마음을 글로써 덜 수 있던 것 모두 지켜봐 주시는 분들이 계시고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주셨기에 가능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죽음과 삶에 관한 고찰을 써 내려가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누구에게나 다가올 죽음의 과정을 불편하지 않고 친절하게 설명하는 사람이 되려 합니다. 그게 어떠한 형태의 글로 이루어 질지는 아직 모르겠으나 가능하면 어린아이들이 보고 이해할 수준으로 너무 어렵지 않고 무겁지도 않은 글을 쓰려합니다.  


그러기 위해 조금 더 많이 읽고 이웃분들의 글에도 다녀오며 준비하는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저의 글과 인생에 동반자가 되어 주신 독자님들에게 모든 영광과 감사를 돌리며 더 깊이 생각하는 글을 준비해 다시 오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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