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이 없는 남편을 위해 매일 점심은 거의 나가서 먹고 있다. 나도 일하지 않고 남편은 일을 못하는 상황이고 비보험인 항암제 때문에 카드값은 한도가 초과되어 돌려 막기하고 있지만, 밥 먹고 커피숍에 가서 음료 한잔 도란도란 나눠먹는 여유까지 부리면서. 이래서 내가 철딱서니가 없다는 거다.
아 한 달에 병원비만 오백 가까이 깨질 줄 알았다면
남편이 조금이라도 괜찮았을 봄, 여름 가을에 일 좀 해둘걸 하는 후회가 든다.
보험금은 이제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고 남편은 상황이 더 나빠지니 점점 초조해진다.
남편이 먹고 싶단 양평해장국을 먹고 집에 가던 길, 친구가 '1년 생존기념'으로 준 쿠폰으로 커피숍에 들러 오곡라테를 시켰다.
몇 번 먹어서 결제가 안 될지도 모른다 생각했는데 결제가 넘어갔다. 이다음이 마지막일 수도 있겠군.
빨대 하나 가지고 쪽쪽 번갈아 먹다가
남편에게 말을 건넸다.
"여보, 나 당신과의 일을 글로 쓰고 있어"
남편에게 이 사실을 말을 할까 말까 고민을 했다.
할까 하지 말까 고민이 들 땐 하지 않는 게 맞다는 말을 무척이나 동감하지만, 남편이 죽고 나서 듣지도 못하는 그대에게 "나 사실 당신과의 일을 글로 쓰고 있어" 라며 혼자 슬퍼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좀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잖아? (웃으면서) 오빠가 보고 싶으면 봐도 되는데, 상처받을까 봐 그게 좀 겁이 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