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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도알 Apr 27. 2021

18세 미만 입장 불가

아이스크림은 언제나 옳다

 아까부터 카지노 입구에 애매하게 서 있는 어린 소년이 자꾸 거슬렸다. 나는 입구와 가까운 비흡연 블랙잭 테이블에서 손님들과 게임을 진행 중이었고, 곧 자리를 떠날 줄 알았던 소년이 계속해서 서성이자 결국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18세 미만은 카지노에 있으면 안 돼요.”


 게임이 끝난 카드를 걷으며 소년이 들리도록 소리 높여 말했다.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화들짝 놀란 소년은 본인에게 말한 것을 바로 알아채고는 한 두 발자국 뒷걸음쳤다. 카지노 입구에서 조금 더 멀어졌을 뿐, 소년은 여전히 카지노를 떠나진 않았다. 그때였다.


“내 아들이에요”

“제 동생이에요”


 내 앞에서 얌전히 게임하던 세 명의 손님이 말했다.  


“쟤는 아직 성인이 안돼서 게임을 할 수가 없어요.”

“하지만 우리는 할 수 있잖아. 우린 게임하고 싶다고!” 


 소년의 아빠, 엄마 그리고 그의 누나가 다음 게임을 재촉하듯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가족 모두가 카지노에서 게임을 하고 있으니 키즈클럽에 가기에는 너무 커버린 소년은 그 시각 달리 갈 데가 없었던 모양이다. 서로 몇 발자국을 사이에 두고 그들은 다른 공간에서 전혀 다른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우리도 우리의 휴가를 즐겨야 하니까요.”


 처음 가르쳐 준 그대로 블랙잭 스탠드 수신호를 정직하게 지키며 아빠가 말했다. 아이스크림 컵 바닥을 숟가락으로 박박 긁고 있던 아들을 향해 이번엔 엄마가 외쳤다.  


“아들! 아이스크림 하나 더 먹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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