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계의 꿈돌이
평화로운 오후. N씨는 음악을 듣기 위해 유튜브에 들어왔다가 모종의 알고리즘으로 인해 추천 영상에 뜬 JYP를 보게 된다. 자연스럽게 황급히 화면을 내리던 N씨는 뭔가 좀 다르다는 느낌에 다시 올라가 영상을 클릭했다. 아악, 내 눈! 보자마자 뒤로가기 할 시청자의 마음을 알았는지 영상은 친절하게 경고한다. 본 영상을 SNS에 공유하면 팔로워 수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 경고문을 읽다가 빨갛고 하얀 글자에 얼핏 BYC 내복 광고인가, 그래서 제와피가 흰 이불 속에서 이러고 있나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얼핏 본 계정 아이콘은 샤오미 로고와 닮아있었다. 아니, n. 네이트였다.
네이트는 2010년대 전후까지 네이트온과 싸이월드로 인해 네이버의 뒤를 이어 많은 유저들이 찾는 포털이었지만 싸이월드 인구가 페이스북으로 넘어가면서 점유율이 많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업무상 여전히 네이트온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그마저도 카카오톡에 밀리고 검색포털로서도 zum에게 밀린 상황이다. 이제는 판춘문예라는 말이 나올 정도인 네이트판 정도에서나 그나마 유저들이 찾는 편이다. 잊혀지다가 확실히 사양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느껴지던 때. 유튜브 광고에 JYP가 떴다. 너무 웃겨서 끝까지 보고 두 번 봤다.
유튜브 광고를 본 순간, 지인짜 놀랐다. 너무 놀랍고 괴로웠다. 박진영이 하기엔 썩 그림이 잘 나오지 않는 모습으로 시작된 광고였다. 예쁜척을 하고 귀여운 척을 하며 남친적 모먼트를 보여주니 이건 괴리와 부조화가 컨텐츠 주제인가 했다. 박진영의 남친적 모먼트로 시작되는 네이트의 광고는 사내에서 벌어질 수 있는 스토리 흐름으로 네이트를 계속 노출시키며 몹시 자연스럽게 네이트가 광고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대사에 녹였다. JYP가 '나때(라떼/NATE)'에 젖어 우수에 찬 눈빛으로 네이트 뉴스를 위화감없이 설명하기도 하고, 여자 사원이 모바일로 실시간 검색어를 띄워 네이트의 실시간 뉴스 기능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광고 후반쯤 네이트 실시간 뉴스에 호랑이 탈출이 뜨자, 켈로그 콘푸로스트 호랑이 같은 가짜 호랑이가 탕비실을 터는 장면도 나온다. 호랑이 모습이 너무 B급인 점을 누구나 느낄 시점에 주변에 있던 사람이 아예 '광고적 허용이지' 하고 대사를 친다.
중간중간 여자 사원이 수시로 제와피 꿈을 꾸기도 하는데 분명히 온라인에 각종 짤로 돌아다닐만한 장면들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네이트가 밀레니얼 저격을 확실하게 했다. 이 유튜브 광고 영상 댓글에는 첫 오프닝 장면에 글자 빼고 움짤 만들어주세요 라는 요청이 달렸다. 네이트는 쫌만 기둘 이라고 대댓을 단 뒤, 곧 움짤을 만들어 링크를 달았다. 영상에 이어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까지 B급 감성의 향연이다.
네이트 유튜브 광고 영상을 보면 시작부터 뽀샵 엄청 들어간 박진영이다. 뭔가 불편한 골짜기를 연상케 한다. 친절하게 SNS 공유 시 팔로워 수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문도 넣었다. B급감성을 잘 녹였다. 제와피히- , 공기반 소리반, 떡고를 연상케 하는 떡 등 JYP를 따라다니는 유행어를 스토리에 적절하게 녹여 밀레니얼들이 웃을 수 있는 포인트를 만들었다. 박진영이 NATE를 '나때'로 읽는 장면에서는 지난날의 네이트를 추억하게 만든다. 2010년 전후로 활발히 인터넷을 했던 사람이라면 '라떼는 말이야, 싸이월드였어' 하면서 네이트판에 상주했던 기억들이 스쳤을 것이다. 그 당시 K팝스타의 공기반 소리반이나 원더걸스 노래 인트로에 나오는 제와피히-를 한번도 안 보고 안 들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모든 것이 '나때' 라는 말로 NATE와의 추억을 소환시켰다. 억지스럽지 않게 유행어와 유행어에 담긴 뜻, 그리고 브랜드를 엮어 시청자를 네이트로 훅 끌어당긴 것이 대단하다.
이 광고 영상은 박진영과 여자사원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한몫 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여자사원이 JYP 꿈에서 깨어나 경악할 때마다 빵 터질 수 있다. 평소 커뮤니티나 SNS에 댓글을 많이 달아본 이들은 사원이 '인셉션이야, 뭐야;' 할 때에는 말투에서 땀방울(;)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커뮤니티 말투에 밀레니얼들은 네이트를 한발 더 친숙하게 느낀다. 늙어 멀리 사라지던 네이트가 알고보니 우리집 뒷집 사는 동년배였더라 하는 느낌 말이다.
아무래도 광고이다보니 중간중간 네이트 뉴스에 관한 내용을 넣기는 했지만 그마저도 큰 위화감 없이 다음 장면을 위한 연결고리가 된다. 드라마를 보면 개연성 없는 PPL로 인해 흐름이 깨져 논란이 많은데 네이트 광고는 불편하지 않게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짧게 넣어 주목도를 높이고 거부감을 줄였다. 이 짧은 네이트 뉴스 소개 내용도 시청자 입장에서는 잘 즐기던 중에 광고라고 인식하여 다소 불편한 감이 없지 않아 있을 수 있지만, 그것보다는 네이트라는 이름, 컨텐츠의 유쾌함이 더 크게 와닿기 때문에 마지막에 머리에 남는 것은 키워드 정도이다. JYP, 네이트, 호랑이, 네이트 뉴스. 굉장히 큰 효과라고 생각한다.
영상 중간에 '자꾸 눈길이 가. 어릴 때 시큼한 배꼽 냄새가 계속 궁금하던 그런 느낌?' 이라는 대사가 있다. 딱 그 말대로다. 용서할 수 없는 제와피의 모먼트에 중간중간 몸서리치면서도 끝까지 보게 된다. 진짜 결국 끝까지 보게 만들다 못해 두 번 보게 만든다. 그리고 다음화를 기대하게 한다. 이 영상을 본 시청자는 더이상 네이트를 벼머리, 한아름송이 야상처럼 느끼지 않을 것이다.
죽어가는 사이트인 줄만 알고 포털이라고 하면 단번에 떠오르기 힘들었던 네이트가 턱을 괸 JYP와 함께 번쩍 떠오르게 되었다. 브랜드 이미지를 이렇게 한방에 바꿀 수 있는 컨텐츠력이 대단하다.
배경을 회사로 잡은 건 아무래도 업무상 네이트온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서가 아닐까 싶다. 크게 특별하지 않은 스토리를 식상하지 않게 풀어나간 시나리오, 유명인이 가진 유행어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스크립트, 센스있는 편집들을 전부 데려오고 싶다.
청하, 처음처럼과 같이 고객 눈높이와 채널 특성에 맞춰 커뮤니케이션 하는 부분도 돋보인다. 이건 사실 내가 관리자라면 꼭 해보고 싶은 B급메타이기 때문에 자꾸 눈에 들어오는 것 같다.
앞으로도 나는 네이트 광고는 당분간 찾아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