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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chstellar Sep 19. 2020

[마케팅 re:cord] _ 끌레도르

고급스런 깡으로 돌아온 빙그레 세계관의 한켠

날씨가 좋은 오후. N씨는 신나게 친구와 점심 산책을 나왔다가 따가운 가을 햇살을 만만하게 본 죄로 인중에 오아시스를 얻었다. 공기는 시원한데 볕이 따가우니 아이스아메리카노 보다 아이스크림이 더 당긴다. '야, 하드 고?' 했더니 '하드가 뭐니, 하드가.' 하고 핀잔주는 친구 때문에 입술이 씰룩인다. 틱톡 하냐 물었을 때, 케샤 노래 아니냐고 했던 내 친구….  세련된 내 친구와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편의점에 가기로 했다. 음, 뭐 먹지?


"너 뭐 먹을 거야?"

"난 메로나. 넌?"

"그럼 난 끌레도르."

"끌레도르? 그거 없어지지 않았어?"

"퀸 이즈 백 모르냐?"

"진로 이즈 백은 알아."

"....." 


그렇단다.


SEE

최근 빙그레는 자사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끌레도르'의 브랜드 리뉴얼 작업에 돌입했다. 리뉴얼, 새롭게 태어남의 취지와 일맥상통하게 끌레도르 광고에서는 퀸이즈백, 새롭게 돌아왔지 라는 가사로 시작한다. 가사는 깡의 가사를 아는 사람이면 이게 깡의 패러디라는 것을 금방 눈치챌 수 있다. 깡에도 다시 돌아왔지, 왕의 귀환 이라는 가사가 있기 때문이다. 그 패러디를 비의 부인인 김태희가 하고 있었다.


김태희는 차에 타서 끌레도르가 각인된 황금열쇠를 흔든다. 이 부분에서 유명한 깡의 가사, 차에 타봐가 연상된다. 또, 가사에는 치즈, 베리, 쿠키가 나온다. 이는 리뉴얼되어 출시될 상품의 맛을 유추할 수 있게 한다. 더하여 재료를 나열한 후 나를 감싼다 라는 가사로 깡을 완벽하게 광고에 녹인다.


끌린다, 끌레도르. 빠져나올 수 없는 끌림, 끌레도르. 광고가 끝나고도 기억에 남을 라임이 느껴지는 카피로 끝이 난다.


FIND

깡은 올초 즈음부터 붐이 일기 시작했다. 2017년에 나왔을 때에는 부인이 수치스러워서 각방 쓰자고 할듯 등의 댓글이 달렸을 정도로 혹평이었다.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빌런이나 어그로성 게시물에 '일단 차에 타봐' 라는 댓글이 쉽게 달릴 정도였다. 그것이 시간이 지나 사그라들 때쯤, 여주시 공무원이 깡 춤을 추는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공무원 유튜브 치고 이례적으로 수십만에 달하는 조회수가 기록되었다. 한 커뮤니티 유저는 모 플랫폼에서 취미 방송댄스 관련 문의를 하면서 깡춤을 추고 싶다고 하여 당황한 댄스 선생님과의 대화내용을 캡쳐하여 올렸다. 반응이 폭발적이어서 일이 커진 바람에 댄스학원에서 자체 영상팀을 데려와 영상을 찍는 것까지 가기도 했다. 그렇게 싹쓰리까지 쓸면서 비는 깡의 전성기에 올랐더랬다.


그때 발맞춰 빙그레는 끌레도르의 새로운 모델로 비의 부인인 김태희를 기용했다. 영상은 시작부터 깡의 패러디 느낌이 난다. 개인적으로 깡의 인기가 절정을 찍고 하향을 탈 직전일 때, 비와 관계있는 김태희를 모델로 선택한 안목이 대단하다고 여겨진다.


끌레도르 광고 음악을 한 번이라도 들은 사람이면 퀸이즈배애액(Queen is back)을 자신도 모르게 부를 것이다. 웅장한 전주와 함께 한 퀸이즈배액에서 청각을 사로잡은 광고에 스킵하지 않고 집중하다가 김태희에게 눈길마저 빼앗긴다. 시청각이 즐거운 광고다. 그러다 쿠키가 감싼다에서 악 하고 광고 넘기기를 하게 된다. 깡의 절차다. 한동한 퀸이즈배액이 귓가에 맴돈다. 결국 다음에 끌레도르 광고를 또 마주하면 끝까지 보게 된다. 광고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효과가 얼마나 큰지 다시금 깨달을 수 있다.


광고 속에서 흔드는 열쇠꾸러미. 끌레도르는 황금열쇠라는 의미이다. 인스타에서 빙그레 계정을 팔로우 하고 있다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사실이다. 그렇게 또 빙그레우스 세계관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빙그레는 몹시 신선하고 신박한 시도로 핫하게 마케팅 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이다. 최근엔 지코를 내세워 명품브랜드를 차용한 '꼬뜨게랑'을 내놨다. 갑자기 신이 주신 영감으로 퍼뜩 떠올랐다가 혼자 웃고 지나갈 그럴싸한 아이디어를 디벨롭하여 실제로 현실로 만든 것이다. (몇 년치 영감을 원기옥처럼 모아서 퍼뜩 떠올라야 빙그레우스 같은 아이디어가 나올 것 같지만.) 빙그레우스는 요즘 유행하는 부캐 트렌드의 연장선으로, 제품의 부캐라고 보는 게 옳을 것 같다. 연예인들이 사람을 부캐로 내놓을 때, 빙그레는 제품을 부캐로 2d화 해서 내놓았다. 최근엔 뮤지컬 배우들과 콜라보하여 열창열연하는 컨텐츠도 올렸다. 영상 속에 각각 제품을 상징하는 인물들이 있지만 제품을 내세우는 컨텐츠가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자신들의 마케팅을 마케팅하고 있다고 느꼈다.


빙그레는 자신들의 제품의 영역을 확장하고 브랜드가 낡지 않도록 활발한 마케팅을 유치한다. 목욕탕 으른들의 우유라는 고루한 이미지를 밀레니얼들이 열광하는 템으로 만든 혁신적이기까지한 이들의 마케팅은 멈추지 않고 빙그레우스에 이어 꼬뜨게랑을 이어갈 아이디어를 발굴해내고 있다. 아이디어를 내달라는 공지가 뜨고 해당 게시물 인스타 댓글엔 꼬뜨게랑을 이어갈 아이디어가 수십개가 달렸다. 사람들은 주기적으로 댓글을 확인하고 인스타스토리로 투표도 진행했다. 1위가 된 아이디어는 또 실제로 만들어져 피드에 올랐다. 이들이 고객과 소통하는 방법이다.


APPLY

김태희x비 부부를 엮어 깡이 너무 많은 패러디로 신선하지 않을 시점에 부인인 김태희를 모델로 하여 깡을 세련되게 패러디한 아이디어가 대단하다.

그런 면에서 새우깡은 조금 늦게 비의 깡을 기용하지 않았나 싶다. 이럴 때 유행을 늦게 차용한 브랜드와 신선함이 떨어진 유행에서 새로운 각도를 찾아내어 활용한 브랜드의 차이를 깨닫게 된다. 깡을 신선하게 패러디한 끌레도르는 정말 새롭게 돌아온, 리뉴얼의 느낌이 확실히 든다. 한때 유행이었던 것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 기발한 패러디를 만들어낸 점을 배우고 싶다.


힙한 보이스와 재미있는 가사, 가슴이 웅장해지는 cm송 역시 데려오고 싶다.


빙그레 마케팅팀은 꼭 자체 강연을 했으면 좋겠다. 빙그레우스처럼 마케팅팀 강연도 컨텐츠로 나오면 너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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