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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chstellar Sep 24. 2020

[마케팅 re:cord] _ 여기어때

눈과 귀로 힐링을 말하다 

제이레빗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 김동률의 <출발>, 투어리스트의 <유랑>. N씨의 플레이리스트에 다년간 자리 잡고 있는 노래들이다. 요 몇년 사이엔 볼빨간사춘기의 <여행>도 추가되었다. 연 1회 이상은 꼭 해외여행을 나가야 라이프 퀄리티가 유지되는 N씨는 근래 죽을 맛이다. 코로나로 하늘길이 막힌 바람에 나갈 수가 있어야지. 여행갈 때마다 들었던 음악을 접하는 날이면 아련한 그리움에 잠기곤 한다. 여행에 대한 갈망을 마른 찌꺼기처럼 한숨으로나마 뱉던 N씨는 여행 유튜버의 영상을 보기로 한다. 그때 마주하게 된 청량한 화면. 귀를 파고드는 볼빨간 사춘기의 목소리. 와, 이거 뭐지? N씨는 집중해서 영상을 보기 시작한다. 한편의 뮤비 같은 여기어때 광고를.

 

SEE

여름 풍경의 청량한 푸른색, 블러 필터, 요즘 감성의 아늑한 카페, 청량함. 시각적으로 한눈에 눈길이 갈 때. 여름아, 부탁해-. 깜빡이 없이 훅 들어온 안지영의 목소리에 귀가 열리고 입이 헤 벌어진다. 곧이어 안지영이 푸른 바다로 뛰어가는 장면이 나오고 그 뒷모습을 따라가며 화면도 함께 흔들린다. 마치 안지영과 같은 장소에서 함께 뛰고 있는 느낌이 든다. 연푸른 바다에 빨간 등대, 바닷가뷰 카페는 SNS에 빠지지 않고 올라오는 여행의 순간이다. 밀레니얼이라면 누구든 공감하고 좋아할 요소들로 영상미를 끌어올렸다.

감성이 느껴지는 폰트와 텍스트 배치도 영상미에 한몫한다. 해외여행이 어려운 시국을 반영한 '올 여름엔 바로 떠날 수 있는 바닷마을 어때.' 라는 카피는 국내여행을 한번쯤 생각하게 만든다. 한 편의 뮤직비디오 같았던 짧은 영상 끄트머리에는 슬로건인 '취향대로 머물다, 여기어때.' 가 나온다.

그 다음으로 접한 강원도 정선 폴킴 버전의 광고는 안지영 편과 비슷한 영상스타일과 흐름으로 같은 광고 시리즈라는 느낌을 준다. 자기 분야에서 실력파인 연예인들을 데려와서 CM송을 부르게 한 점이 먼저 떠오른다. 폴킴 편의 '올 여름엔 기차를 타고 떠나보는 건 어때.' 라는 카피는 이 광고 시리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카피가 아닐까 한다. 부산 편의 '바퀴 달린 캐리어도 좋지만 올여름엔 가벼운 배낭 메고 떠나는 건 어때.' 역시 이 시국에 적절한 문구가 아닐 수 없다.


FIND

개인적으로 여기어때의 광고는 그다지 좋은 이미지로 남아있지 않아왔다. 처음 여기어때를 접한 광고 때문이다. 오디오로는 여성의 급한 숨소리가 들리고 영상은 여성이 쫓기듯 으슥한 곳을 향해 뛰느라 흔들리는 화면이었다. 그 끝에 깜짝 놀랄 정도로 갑자기 신동엽이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피켓을 들고 나타난다. 전연령층이 볼 수 있는 광고가 선을 넘었다고 느껴졌다. 솔직히 나에겐 신동엽이 나오기 전까지 장면이 성범죄의 과정처럼 공포스럽고 소름 돋기까지 했다. 신동엽이 나타나고 나서야 무엇을 암시하는 장면이었는지 깨달았지만 그 역시도 몹시 불쾌했다. 대중매체에서 다뤄질 광고가 여성의 불안한 숨소리 같은 것들(비록 이게 불안한 숨소리가 아니었을지라도)을 성적인 부분을 암시하는 요소로 썼다는 점이 그랬다. 아마 이 광고를 봤던 여성의 일부는 마냥 이 광고를 즐겁게 볼 수는 없었을 것이다. 결국 이 광고는 화제성이 있긴 했지만 이렇듯 보는 사람에 따라 느끼는 바가 다르니 마냥 유쾌한 화제성은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반면 올여름에 나온 여기어때의 광고는 역대 자사 광고와는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었다. 그 사이 어기어때에 몇 개의 광고가 있었지만 이전 광고의 색이 묻어있거나 B급감성의 루트를 타고 있었기에 이번 광고가 놀라웠다. 여기어때 광고인 줄도 모르고 봤다. 감성이 느껴지는 영상미와 카피, 귀가 호강하는 CM송. 힐링이라는 말이 잘 어울렸다. 특히, 폴킴 버전의 '올해는 기차를 타고 여행을 떠나는 건 어때' 문구는 코로나 속 해외여행을 꿈꾸던 이들에게 어떠한 위로의 느낌마저 들게 한다. 현 시국을 잘 이용해서 감성적으로 다가온 점이 인상깊다. 이 광고 시리즈도 얼마 안 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불쾌했던 지난 광고와는 다른 방향의 화제성이었다.

여름아, 부탁해-. 볼빨간 사춘기가 가진 청량함과 특유의 목소리가 계속 기억에 남는다. 이전엔 광고에서 유행어가 탄생하는 비중이 컸다면 요새는 이미 탄생한 유행어로 광고가 만들어지는 게 많은 것 같다. 아무래도 TV 매체보다는 유튜브나 모바일 컨텐츠 시청으로 옮겨가면서 TV광고 시청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까닭이 아닐까 싶다. 그러한 특별한 유행어나 근래 핫한 인물이 나오지 않아도 계속 보고 싶어지고 머리에 맴돌 수 있는 광고가 된 것엔 청각마케팅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후 많은 사람들이 여기어때 측에 풀버전 음원을 내달라고 요청을 했다. 이미 광고 끝에 풀버전은 유튜브에서 확인하라는 메시지가 포함되어 있었던 것을 보면 CM송에 대한 반응을 예측했던 것으로 보인다. CM송의 인기를 증명하듯 현재 여기어때 유튜브에는 다양한 버전으로 CM송 영상이 올라와있다.

여행 뽐뿌를 오게 하는 광고임에는 틀림없다. 자유롭게 여행하던 때를 추억하고 그때를 그리워하며 여행의 의미를 다시 곱씹게 만든다. 갑갑하게 갇혀있다는 느낌을 기차 타고 자유를 만끽하는 상상으로 환기할 수 있다. (나는 기차여행 감성에 내일로까지 상상했다가 돌아왔다….) 부킹닷컴, 호텔스닷컴에서 해외 숙소만 뒤지며 여행하던 사람들은 국내로 한번쯤 눈을 돌려보게 된 요인이 되었을 수도 있다. 여기어때로 말이다. 여기서 신기한 건 마지막에 여기어때 로고를 빼고 하나투어나 모두투어 로고를 넣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는 점이다. 해외여행 말고 국내여행 가는 건 어때? 하는 여행사 광고 같기도 하다.

'여름아, 부탁해'로 유명한 바닷마을편 중 카페에서 안지영 뒤로 엑스트라가 인증샷을 찍는 모습도 잡힌다. 개인적으로 이는 작년 배정남이 나왔던 여어떻노? 편에서 배정남 뒤로 엑스트라들이 음식 항공샷을 열성적으로 찍었던 장면이 오버랩 된다.


APPLY

B급 감성을 강조했던 지난 광고들과 다르게 감성과 힐링 컨셉으로 새롭게 접근한 것이 눈에 띈다. 브랜딩 측면에서도 유지하고 있던 컬러가 있었을 텐데 전혀 다른 컨셉을 적용한 기획력과 판단력을 배우고 싶다.

또, 시국을 잘 이용하여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광고 카피를 쓴 것이 대단하다. '~어때' 라는 카피로 여기어때의 느낌을 유지하면서 기존과 달리 감성적으로 표현한 점을 데려오고 싶다.

특히 핵심고객층인 밀레니얼들이 좋아할 영상과 감성 싱어송라이터를 내세워 효과적으로 시청각마케팅을 한 점을 적용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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