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지 못할 본업을 위한
"마케터 노트"
코딩 지식 습득 프로젝트를 시작함에 따라 미뤄왔던 것을 복합적으로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본업은 챙겨야지. 흘러가는 인사이트들과 아이디어들을 저장하기. 평소에 눈에 자주 띄어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우 해놓았던 이들이 알고 보니 이력서 광탈했던 기업의 기획자이거나 마케터였다는 것을 팔로우 2년만에 알게 되었다. 그들은 어쩐지 하나 같이 메모하는 습관들을 가지고 있었다. 사소하고 일상적인 별것 아닌 것들을 기록하고 남겼다. 누군가의 일기를 훔쳐보는듯 해서 보는둥 마는둥 했지만 게시글 자체에서 나오는 신선함과 영문모를 트렌디함에 눈길이 간 건 분명했다. 사실 대다수의 기획자, 마케터들은 이미 기록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내가 또 늦었을 뿐.
업무 특성상 클라이언트들이 네이버, 카카오를 비롯하여 문화 콘텐츠 플랫폼, 스타트업 가구브랜드, IT기업, 온라인 강의 플랫폼 등 다양한 분야에 포진해있었다. 사람은 결국 자기 성대로 살게 되는지 나는 유유자적하게 흐르다가 모 대행사에 몸을 담게 되었다. 마침 클라이언트들이 다들 업계 탑티어들이었고 그들과 일을 하며 기업별로 어느 부분에 무게를 주고 빼는지를 익혔다. 서로 특장점이 있는 커뮤니케이션 스킬이나 조직 분위기에 따른 업무 방향성에 대해서도 배웠다. 대행사에서의 업무 강도는 말도 할 수 없을 지경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적성에 맞는 직업군으로 흘러들어왔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워낙 박봉에 워라밸이 지각을 뚫고 지구 반대편 브라질에 가있는 바람에 다른 분야의 직무를 경험해보고 싶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이쪽이 맞았다. 한번 이쪽으로 들어온 사람들은 세컨잡으로 돌려서라도 기획자(마케터)의 길을 놓을 수 없다는 누군가의 말을 나는 뒤늦게 실감했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당장 이직이 어려워진 까닭에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순 없어 이 시간을 DB 축적의 기회로 삼고자 한다. 일을 하면서 내가 세상을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자학적인 노동자로서, 기획자(마케터)로서 또 한 번 시작할 애매한 경력의 중고신입으로서 경건한 마음으로 나의 마케터 노트를 작성해보고자 한다. 시대와 트렌드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휩쓸리기 보다는 흐름을 능동적으로 탈 줄 아는 사람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