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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권 Feb 03. 2024

투명한 소통은 어떻게 하는 걸까?

2. 표현되지 않은 감정과 생각을 공유하기

최소 놀라움의 원칙


'최소 놀라움의 원칙(POLA: Principle Of Least Astonishment)' 사용자 인터페이스 그리고 소프트웨어 설계를 할 때 적용되는 원칙입니다. "필요한 기능에 크나큰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요소가 있다면 해당 기능을 다시 설계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라고 명시되어 있는데요. 이는 조직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애자일 코치이자 스크럼 방법론 전문가인 케네스 S. 루빈은 그의 저서 <에센셜 스크럼>에서 이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투명한 의사소통은 당황스러운 일이 발생하는 것을 피하고 팀원 간의 신뢰를 쌓는 것을 돕기 위해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해 준다. 나는 언제나 팀이 최소한의 놀라움 원칙(principle of least astonishment)에 따라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고 느꼈다. 간단히 말해서 서로를 놀라게 할 가능성이 가장 적응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코치를 했던 한 스크럼 팀에서는 특정한 사람이 시종일관 일일 스크럼에서 무슨 일을 했고 무슨 일을 할 것인지를 빠뜨리고 이야기했다. 사람들은 자주 (깜짝) 놀랐고 나중에 그의 의사소통이 의도적으로 불투명하고 오해를 만든다는 것을 알았다. 그 결과 다른 팀원들이 그 팀원을 믿지 않게 되었고, 팀의 자기조직화와 스프린트 목표를 달성하는 능력에 장애가 되었다.

- 케네스 S. 루빈, <에센셜 스크럼>


이를 이전글에서 설명한 '추론의 사다리'를 통해 다시 정리해 보면, 서로를 놀라게 할 가능성이 가장 적은 방식은 한 사다리의 칸에서 상대방이 이해하기 전에 다음 칸으로 넘어가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투명한 소통'이란 추론의 사다리의 각 단계에 해당하는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고 이해한다는 뜻입니다. 앞선 글에서 이를 '상대와의 이야기를 정렬한다'라고 표현했습니다.



취약해져라!


'취약해지기'는 신뢰의 대화를 하기 위한 준비 상태입니다. 이는 상대방에게 나의 감정과 생각을 공개하는 것을 뜻합니다. 이를 바꿔 말하면 상처 입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약해질 의향을 드러내는 것이 신뢰의 대화를 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유명 MC들이 진행하는 토크쇼를 떠올려보시길 바랍니다. 진행을 잘하기로 소문난 MC일수록 자신을 낮추고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처럼 행동합니다. 그러면 출연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술술 꺼내놓습니다. 여러분의 친구들 중 누구와 함께 있을 때 내가 말이 많아지는지를 생각해 보시면 바로 이해가 되실 겁니다. (<두려움 없는 조직>의 저자 에이미 에드먼슨은 '심리적 안전감'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리더의 '상황적 겸손함 보여주기'를 강조하는데, 이는 '취약해지기'와 같습니다.)

Jeff Polzer의 취약성 루프(Vulnerability loops)


이 취약해지기 위해서 할 것은 '안전하지 않은' 것들을 꺼내려고 하는 것입니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모른다고 투명하게 대답한다면 취약한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또는 멍청한 질문을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를 테면 "바보 같은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라고 하면서 물어보는 겁니다.(아마존의 질문 문화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질문을 할 때 위협이나 위축감을 줄여줍니다. 그러면 이 반대는 무엇일까요? 바로 (두려운 마음에) 자신이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가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추론의 사다리의 정렬을 벗어나게 되고, 투명한 소통은 불가능해집니다.



표현되지 않은 '감정' 공유하기


투명한 소통을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나의 생각과 느낌을 전달해야 한다고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나의 '감정'을 공유한다는 것이 조금 낯설게 느껴집니다. 그 이유는 보통 우리가 직장, 심지어는 일상생활에서 있어서도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말라거나 혹은 감정을 숨겨야 된다고 주문받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것이 부정적인 감정이라면 더욱더 감춰야 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는 투명한 소통을 막는 일입니다. 행동과학자 크리스 아지리스에 따르면 부정적 감정을 억제하고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처럼 보이는 것은 '방어적 사고(모델 1)'에 해당합니다. 우리가 감정을 억제하거나 표현하지 않는 것은 투명한 소통에서 깨는 행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나의 감정을 상대방에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요? 문제는 우리가 스스로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조차 파악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비폭력대화>에는 다음과 같은 사연이 등장합니다.


워크숍에 참석한 한 대학생이 같은 방을 쓰는 친구가 밤에 음악을 너무 크게 틀어 놓기 때문에 잠을 못 잔다고 말했다. 그럴 때 어떤 느낌이 드는지 표현해 보라고 하자, 그 학생은 "밤에 음악을 크게 트는 건 옳지 않다고 느껴요"라고 대답했다. 나는 그에게 '~하다고'라는 말과 '느끼다'라는 말을 함께 사용하면 느낌이 아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지적해 주었다. 그에게 느낌을 다시 표현해 보라고 하자 "사람들이 그런 행동을 한다는 것은 성격 장애가 있기 때문이라고 느낍니다."라고 대답했다. 나는 이 표현 역시 느낌이 아니라 의견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러자 그 학생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다소 화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렇다면 나는 아무 느낌도 없어요!"

이 학생은 분명 강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는 자신의 느낌을 표현하는 방법은커녕 그 느낌이 무엇인지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 마셜 B. 로젠버그, <비폭력대화>


실제로 우리는 자신의 감정을 공유하는 데 익숙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역시나 <비폭력대화>에 나오는 NVC 모델 중 '느낌을 알아차리고 표현하기'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이 나를 보고도 아는 체를 하지 않으면 무시당한 것처럼 느껴져" (X)   

     "그 사람이 들어오면서 인사를 하지 않을 때 나는 섭섭하다" (O)   


위의 예시 문장은 '느끼다'라는 동사를 쓰고 있지만 느낌이 아닌 생각을 말하고 있습니다. 나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아래 예시 문장처럼 바꿀 수 있습니다. 이는 앞서 말한 '취약해지기'와 동일한 효과를 가져다줍니다. 내 감정을 제대로 표현함으로써 상대방과 열린 상태로 대화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마셸 B. 로젠버그 박사는 그의 저서에서 느낌과 느낌이 아닌 것을 구분하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느낀다'라는 말을 다음과 같은 말과 함께 쓰면 느낌이 정확하게 표현되지 않는다.


1. ~한다고, ~와 같이, 마치~처럼

- "당신이 좀 더 분별이 있어야 한다고 느껴"

- "나는 실패한 사람같이 느껴져."

- "마치 벽하고 사는 것처럼 느껴져."


2. 대명사: 내가, 너는, 그 남자는, 그 여자는, 그들은, 그것은

- "나는 내가 항상 대기 상태인 것처럼 느껴."

- "나는 그것이 쓸모없다고 느껴."


3. 사람을 가리키는 명사나 이름

- "나는 윤희가 꽤 책임감 있는 사람이라고 느껴."

- "상사가 우리를 조종하는 것처럼 느껴져."


우리 자신에 관해 표현할 때에도 실제 느낌을 나타내는 말과 나 자신에 대한 생각을 나타내는 말을 구별한다.


1. 자신에 관한 생각을 나타내는 표현

- "나는 기타 연주자로서 부족하다고 느낀다."

-> 자신의 느낌을 명확하게 표현하기보다는 기타 연주자로서 자신의 능력에 대한 평가를 나타내는 문장이다.


 2. 실제의 느낌을 나타내는 표현

- "나는 기타 연주자로서 나 자신이 실망스럽다."

- "나는 기타 연주자로서 좌절감을 느낀다."

-> 자신을 '부족하다'라고 평가하는 이면의 느낌은 실망, 조바심, 좌절, 그 밖의 또 다른 감정일 수 있다.


또한, 우리가 다른 사람의 행동에 대한 우리의 생각과 느낌을 구별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음은 우리가 흔히 느낌 표현이라고 착각하는 예문들이다. (실제로는 다른 사람의 행동에 대한 우리의 생각)


1. "나는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져."

여기서 '중요하지 않다'는 느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나를 그렇게 평가하리라는 나의 생각이다. 이때의 실제 느낌은 '슬프다' 아니면 '실망스럽다'일 것이다.


2. "내가 오해를 받고 있다고 느낀다."

여기서 '오해를 받고 있다'는 실제 느낌이라기보다는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평가한 말이다. 이 상황에서 느낌은 '걱정스럽다' 또는 '괴롭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3."나는 무시당하고 있다고 느낀다."

이 또한 자신의 느낌을 명확하게 나타내는 문장이라기보다 다른 사람의 행동에 대한 나의 해석에 더 가깝다. 만약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다면 그때의 느낌은 안도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 욕구였다면 그때는 마음 아프게 느꼈을 것이다.


위는 <비폭력대화>에 설명된 내용을 그대로 들고 왔습니다. 요지는 '생각'과 '느낌'을 구분하는 것. 그리고 두 번째로는 자신의 느낌을 명확하고 구체적인 어휘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기분이 좋다' / '기분이 나쁘다'는 표현은 구체적이지 않고 추상적입니다. 이보다는 '기쁘다' '마음이 놓인다' / '걱정된다' '불안하다'와 같은 구체적인 표현을 썼을 때 상대방에게 분명하게 나의 느낌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표현되지 않은 '생각' 공유하기


표현되지 않은 나의 '생각'을 전달하는 것 또한 우리가 의식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이 또한 <비폭력대화>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는데, 우리가 느끼는 감정의 근원에는 우리의 욕구(Needs)가 깔려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바를 전달하기보다는 종종 돌려서 표현하곤 합니다. 이때 대신 사용되는 방법이 상대방을 비판, 비난하거나 평가하고 해석하는 것입니다. 가장 흔한 예는 부모가 아이에게 하는 말입니다. "네 성적이 나쁘면 엄마와 아빠는 마음이 아프다."라고 말하는 것은 부모의 행복이나 불행의 책임을 아이에게로 돌리는 것입니다.


이러한 대화 방식은 비록 우리가 공감을 원하여 한 말일지라도 내 감정의 책임을 상대방의 탓으로 돌려버리기 때문에 이를 들은 사람은 비난을 막기 위해 자기 방어에 나서거나 반격을 하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아래 예시 문장들을 확인하면서 '욕구'를 제대로 표현하고 있는지 체크해 보시길 바랍니다.


- 중요한 회사 서류들을 회의실에 그대로 두고 나가면 정말 걱정스럽습니다.  (X)

- 회사 서류들을 회의실 바닥에 그대로 놓고 가면 화가 나요. 왜냐하면 우리 회사는 서류는 모두 이용하기 쉽고 안전하게 보관되기를 원하기 때문이에요. (O)


- 네가 늦게 와서 짜증이 나. (X)

- 우리가 앞자리에 앉을 수 있길 바랐기 때문에 실망스러워. (O)


- 네가 하겠다고 약속한 일을 하지 않아서 정말 실망스러워 (X)

- 나는 너의 말을 신뢰할 수 있길 바라기 때문에 네가 약속한 일을 하지 않으면 정말 실망스러워 (O)


- 때때로 사람들이 하는 사소한 말에 상처를 받아요.  (X)

- 나는 비판받기보다 인정받고 싶기 때문에 사람들이 하는 사소한 말에도 마음이 아파요. (O)


- 네가 그 상을 타서 정말 기뻐. (X)

- 네가 그 일에 들인 노력이 인정받기를 바랐기 때문에, 그 상을 받았을 때 나는 정말 기뻤어. (O)


- 아빠가 소리를 지르면 겁이 나요.  (X)

- 아빠가 소리를 지르면 무섭고 겁이 나요. 왜냐하면 저는 우리 집이 편하고 모두가 안전하다는 것을 믿을 수 있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에요. (O)



이번에는 조금 더 업무와 연관된 대화로 옮겨가보겠습니다. 조직심리학 박사 Roger Schwarz의 <8 Behaviors for Leading a Smarter Team>에는 '입장이 아닌 관심에 집중하라(Focus on interest, not position'이란 말이 등장합니다. 이는 업무에서 정말 많이 쓰이는 대화 방법입니다. 우리는 대화할 때 나의 '입장'을 얘기하는데 익숙합니다. 이때 반대 입장에 부딪히게 되면, 서로의 입장이 더 굳어지기만 할 뿐 결론이 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간혹 숙련된 리더나 구성원의 경우 자신의 관심, 즉 이유와 맥락을 공유합니다. 이유와 맥락이 공유되기 시작하면 비로소 설득할 수 있고 의견을 조율할 수 있게 됩니다.


이를 두고 마커스 버킹엄은 그의 저서 <일에 관한 9가지 거짓말>에서 리더가 전달해야 할 것은 '목표(입장)'이 아니라 '의미(관심)'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흔히들 스타트업에서 '공유'가 중요하다는 걸 많이들 얘기합니다. 이때 많은 사람들이 '공유'를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접근가능한 데이터에 대한 권한을 통제하지 않는 것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진짜로 공유해야 하는 것은 관심, 이유, 맥락, 의미 같은 것들입니다. 이는 굉장히 수고롭기 때문에 마음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의식하지 않으면 금방 입장, 목표, 지시, 명령 등으로 바뀌어 전달됩니다.

다양한 입장 및 관련된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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