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상권 Oct 25. 2024

복잡계 지식으로 조직 문제 해결하기 (1)

사례 1. 직원 혼자서 팀 시스템 바꾸기

복잡계 이론으로

조직 문제 해결하기


앞선 글을 통해 복잡계 이론에 대한 대략적인 이해, 그리고 이것이 현대의 조직문화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알아보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이 남을 수 있습니다. 복잡계 이론에 대해 알았다고 해도 그것을 현재 조직에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오늘은 이 부분을 제가 겪었던 사례를 바탕으로 설명드리려고 합니다.


본격적인 설명에 앞서 복잡계에 대해 서술한 글들을 읽고 오시면 이해하는데 도움을 될 것입니다.


1편. 요즘 조직문화를 이해하려면 알아야 할 '복잡계' 이론

2편. 복잡계 이론으로 의사결정하기: 크네빈 프레임워크

3편. 조직문화랑 복잡계랑 도대체 무슨 상관일까?




사례 1.

직원 혼자서

팀 시스템 바꾸기


회사를 다니면서 비효율적이고 비체계적인 프로세스에 어려움을 호소하시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저 또한 그랬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일개 팀원 한 명이 이를 개선하기란 사실 쉽지 않은데요. 재밌게도 당시 저는 팀원들에게 새로운 툴과 함께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해서 팀의 생산성을 끌어올린 적이 있습니다.


물론 제 욕심과 다르게 팀을 바꾸기에는 불리한 조건들만 가득했습니다. 저는 팀의 리더도 아니었으며, 일개 팀원이었고, 그중에서도 그다지 큰 신뢰를 받지 못하는 인물이었습니다. 


팀 내부에서는 제가 늘상 얘기하는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프로세스에 대해 공감도가 높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저는 팀과 잘 섞이지 못하는, 불만만 많은 팀원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팀에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었을까요?


당시 새로운 시스템 구축을 위해 정리한 업무 흐름도와  데이터 목록


당시 팀이 사용하던 툴 그리고 업무 시스템은 팀원들이 실제 업무와 괴리가 많았습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일이 수동으로 체크해야 하는 부분이 많았고, 데이터가 가시화가 되지 않다 보니 놓치는 부분도 많고, 실수가 발생했을 때 문제를 확인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저는 늘 이를 바꾸고 싶었지만 좀처럼 기회가 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때마침 전사적으로 툴을 바꾸는 사건이 발생하게 됩니다. 기존의 트렐로에서 '노션'이란 툴로 바꾸게 된 것이죠(이때가 노션이 국내에서 막 활성화됐던 시기였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팀원들의 표정은 어두웠습니다. 갑자기 처음 들은 툴의 사용법을 익혀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기존에 있던 데이터 또한 모두 옮겨와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안 그래도 하루하루 바쁘게 일을 처리하고 있는 입장에선 번거롭고 귀찮은 혹이 붙은 것과 다름없습니다. 


당연하지만 저에겐 이것이 절호의 기회로 다가왔습니다. 일을 하면서 동시에 툴을 공부하고, 새로운 업무 프로세스 방식을 구상했죠. 그러던 와중에 하나의 사건이 더 일어나게 됩니다. 바로 회사에서 강점 워크숍을 진행하게 된 것입니다. 

 

태니지먼트 강점 검사 결과


태니지먼트라고 하는 이 강점 검사에는 총 8가지 항목이 있고, 위 그림처럼 자신의 강점들이 검사 결과로 나오게 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이 한 팀에서 서로의 강점이 겹치지 않을수록 좋다는 것인데요. 당시 저희 팀은 저를 제외한 모든 팀원들이 동기부여, 외교, 추진, 창조 등에 강점이 몰려 있었습니다.


이는 복잡계 이론을 안다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조직은 구성원 간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이때 구성원의 인지적 다양성이 높을수록, 다른 말로 '비평형(Nonequilibrium)' 상태일수록 '창발(Emergence)'이 일어나기 쉽습니다. 피터 센게 또한 '서로를 동료로 간주하는 데서 생기는 힘은 관점의 차이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진가를 발휘한다'라고 말했죠. 


이 두 가지 사건으로 인해 저에 대한 팀원들의 신뢰도가 확 바뀌게 됩니다. 제가 팀에 유일하게 조정, 평가의 강점을 갖고 있는 팀원이었고, 제가 왜 체계나 프로세스를 바꾸려고 했는지를 이해하기 되었기 때문이죠. 여기서 중요한 점은 '변화 대리인(Change Agent)'이자 변화의 '시작자(Initator)'였던 저의 신뢰도가 변화의 촉매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반대로, 제가 더 힘이 있거나 직급이 높아서 팀에 명령을 내릴 수 있었다고 해서 변화가 일어났을 거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조직의 변화는 절대 '단순한 개입 또는 지시'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구성원 스스로가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awareness)'하고, 변화에 참여하려는 '욕구(desire)'가 있어야 있어야 하죠. 


여기서 더 나아가서 또 하나 변화에 성공했던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팀원들에게 자주, 충분한 피드백을 요청했던 점입니다. 아시겠지만 변화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변화의 그림이 존재합니다. 저 또한 그랬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우리 팀이 이 시스템에 적응하고 지속적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기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당시 도입했던 새 시스템의 예시 이미지


그래서 중간 과정을 계속해서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으면서, 이런 방향으로 설계가 된다고 하면 사용했을 때 괜찮은지, 불편한 점은 없는지 물었고, 팀원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했습니다. 그것이 설령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습에서 완전히 벗어난다고 할지라도 말이죠. 


이 또한 복잡계를 이해한다면 너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진실을 가진 유일한 존재'가 아닙니다. 틀릴 수도 있고, 혹여 맞더라도 상황은 그보다 더 빠르게 변화합니다. 더군다나 나만 사용할 것이 아니고 팀 전체 혹은 조직 전체가 관련될 수 있는 부분이기에 내가 생각하는 정답을 고수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늘 열려있고,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변화관리 패턴 중에 'Champion Skeptic'이란 것이 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새로운 변화의 저항하는 회의론자가 있다면, 그를 무시하기보다는 오히려 그에게 공식적인 비판자의 역할을 맡기고, 피드백을 적극 수용하라는 것인데요. Snowden 또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의식적인 이견(ritual dissent)'을 수집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새로운 시스템을 정착시킨 이후, 변화 초기 가장 회의론자였던 팀의 리더는 새로운 시스템의 도입으로 원활한 업무 모니터링이 가능해지자 높은 만족감을 표했습니다. 그리고 이후 팀장은 저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Q. 만약 운 좋게 사건이 일어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요?


아마 이 사례를 보고, 이와 같은 생각을 하실 수도 있습니다. 저처럼 우연한 사건으로 인해 기회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그땐 어떻게 변화를 시킬 수 있는지 말이죠. 예를 들면, '저는 노션이라는 툴을 도입하는 것부터 설득해야 하는데 그것부터가 쉽지 않습니다'라고 얘기할 수도 있죠(실제로 이런 물음을 받아본 적이 많습니다).


이때 제가 항상 덧붙여드리는 얘기가 있습니다. 진정한 설득을 하려면 상대방에게 솔루션부터 강요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사실 상대방 입장에서는 왜 노션이란 툴을 써야 하는지 그 맥락을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일 확률이 높습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 팀에 이러한 문제가 있고 그 때문에 업무를 보는 데 있어서 어떠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해결책은 그 문제에 대한 공감대가 충분히 쌓인 이후에 함께 찾아가도 늦지 않습니다.  


또한, 꼭 강점 검사 워크숍과 같은 사건이 아니더라도 저는 팀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행동을 지속하고 있었습니다. 이를 테면 팀원들이 자주 찾을만한 정보들을 스프레드 시트에 정리해 놓은 다음은 신규 입사자가 오면 공유하는 것이었죠. 이미 작업에 익숙한 기존 팀원들이야 체감하지 못할 수 있지만, 신규 입사자들에겐 한 줄기 빛처럼 다가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처럼 작고 사소한 것들부터 시작해서 저는 지지자들을 확보하고 있었던 것이죠.







참고 자료


David J. Snowden and Mary E. Boone (2007), <A Leader’s Framework for Decision Making>, HBR 

피터 센게 (2014), <학습하는 조직>, 에이지21

Jurgen Appelo (2012), <How to Change the World: Change Management 3.0>, Jojo Ventures

롭 그레이 (2023), <인간은 어떻게 움직임을 배우는가>, 코치라운드

테니스 이너 게임 (2022), <테니스 이너 게임>, 소우주

매거진의 이전글 조직문화는 정말 MZ 세대를 위한 걸까? (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