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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격조했습니다.
이 귀촌일기는 2008년부터 2014년 언저리까지 제가 겪었던 일들을 기록하기 위해 쓰였습니다. ‘나고 자란 서울을 떠나 처음 혼자서 살게 된 낯선 동네, 앞으로 이곳에서 무엇을 먹고살아야 할까?’ 귀촌 후 반년이 지나자 불현듯 그런 걱정이 스쳤습니다(보통은 귀촌 전에 충분히 고민해봤어야 하는 문제이긴 합니다만…).
따라서 이 이야기는 삶을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했던 기록의 산물이기도 합니다. 5년간 저는 다양한 직업을 전전했습니다. 지게차 운전부터 물탱크 청소, 허브 공방 직원 등등 일부러 기존에 해보지 않았던 일들을 찾아 전국을 떠돌며 경험을 쌓았습니다. 연고가 전혀 없는 동네에서 직장을 구하고 처음 보는 사람들과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일은 무척 흥미진진했습니다. 스파이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그 미열 같은 들뜸에 중독이 될 지경이었습니다.
흥미롭고 즐거운 세상 유랑이었지만, 통장에 700만 원이 모이면(대개 6개월을 정도 걸렸습니다), 일을 그만두고 귀촌한 집으로 돌아가 돈이 떨어질 때까지 다시 유유자적한 삶을 이어갔습니다(그 기간 역시 보통 6개월 남짓이었습니다). 우연히 동네에 입소문이 나서 제 방은 마을 도서관처럼 늘 아이들이 찾아오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이 아이들 중 일부는 지금까지도 연락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오랫동안 게임업계에서 일해왔지만, 귀촌 후 제가 다닌 직장의 동료들은 예의 그들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제 인생의 가장 성공적인 인간관계를 형성한 시기도 바로 이때였고, 저는 그들과의 추억을 이곳에 오롯이 새기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기록을 온전히 옮기기도 전에 인생 3막이 시작되고 말았습니다. 저는 현재 도시로 나와 작은 책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비록 이곳에선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 대신 자동차 소음이 가득하고, 사시사철 변화를 몸소 체험하기보단 에어컨에 의지해야 하는 생활이지만, 오랜 꿈이 실현되었다는 얼떨떨한 기분으로 무언가를 즐겁게 해나가고 있습니다.
틈틈이 잊지 않고 와서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기록해나가겠습니다. 이 외진 곳까지 찾아와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 인사드립니다:)
이제 여러분 차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