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가 죽던 날(청소년 장편 소설)

1. 저승에 온 걸 환영해! -1

by 나비


“정수호! 일어나!”

바닥에 떨어진 수건처럼 널브러져 있다가 눈을 떴다.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을 때 뭔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수업시간에 엎드려 자다 선생님에게 갑자기 이름이 불린 상황이랄까.


검은 셔츠, 검은 정장에 검은 중절모까지 쓴 남자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소스라치게 놀라 벌떡 일어났다.

“어? 누, 누구세요?”

“정수호! 저승에 온 걸 환영한다.”

그 말을 듣자마자 내가 죽었다는 사실이 번개처럼 머리를 스쳤다.

남자의 얼굴이 분장한 것처럼 너무 하얗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에 갓 대신 검은 중절모를 썼지만, 저승사자가 분명했다.


“아저씨, 저, 저승사자 맞죠?”

남자는 내 말에 빙긋 웃기만 했다.

저승이 있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지만, 죽고 나서 처음 만난 인물이니 저승사자가 아니고 누구겠는가. 드라마나 영화 속의 저승사자들은 무조건 검은 옷을 입고 있었다. 아마도 드라마에 나오는 저승사자를 보고 그대로 베낀 것 같았다. 창의성이라곤 눈곱만큼도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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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가 깔린 것처럼 주변이 흐릿했다.

이리저리 둘러보니 저승이라고 하기엔 말도 안 되게 이상했다. 사방은 유골함이 층층이 들어있는 납골당이 아닌가. 3년 전에 삼촌이 암으로 돌아가셨을 때 본, 그런 납골당 내부와 비슷했다.


높다란 아치형 푸른 천정이 푸른 하늘처럼 보였다.

구름이 떠다니는 하늘을 배경으로 아기 천사들이 날아다니는 그림이 보였다.

모든 아이들은 한때 천사였다.

나도 어렸을 때는 천사 같다는 소리를 꽤나 들었다.

문득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천사도 죽고 싶은 순간이 있을까?<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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