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에 온 걸 환영해 -2
유골함이 들어있는 봉안당 실내는 책장이 즐비한 거대한 도서관이나 박물관 같았다.
사진이나 물건이 빼곡하게 들어있는 안치단도 있고 유골함만 덩그러니 놓인 안치단도 있었다.
안치단 유리문에는 색색의 꽃들이 붙어있었다.
꽃도 하나 없는 안치단과 온갖 물건으로 장식된 화려한 안치단을 보니 납골당에도 빈부 격차가 있구나 싶었다. 그나저나 저승이 왜 납골당인지 전혀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근데, 저승이 왜 이래요? 말도 안 돼. 여긴 납골당이잖아요?”
“왜 말이 안 돼? 너, 진짜 저승 가본 적 있냐? 대체 저승이 어떻게 생겼는데?”
저승에 처음 온 나로선 말문이 턱 막혔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저승 말고는 본 적이 없었으니까.
“납골당이 임시 저승으론 안성맞춤이지. 인구가 늘어나 저승도 포화 상태야. 이곳은 저승 임시 대기소라고 보면 돼.”
“네? 저승 임시 대기소요?”
저승도 아니고, 저승 임시 대기소라니, 헛웃음이 나왔다.
“저승 가기 전 잠시 머무는 곳이라고 보면 돼. 난 최녹사라고 한다. 저승사자 말고 최녹사님이라고 불러주면 좋겠어. 근데, 너 나처럼 잘생긴 저승사자 본 적 있냐?”
방금 죽은 사람 놀리는 것도 아니고 뭐라는 거야? 배우처럼 겁나 잘 생긴 거 하나는 인정하겠는데 자기 입으로 자기가 잘 생겼다니 어이가 없었다.
“헐! 제가 저승사자를 언제 봤겠어요? 전 죽은 게 처음이거든요.”
내 말에 최녹사가 호탕하게 웃었다. 최녹사? 그럼 최씨? 저승사자에게도 부모가 있단 말인가?
“근데, 저승사자님도 엄마 아빠 있어요?”
“하하하! 부모님이 있었으니 최씨겠지?”
저승사자가 전혀 근엄하지도 않고 비현실적으로 잘생긴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저승사자면 좀 근엄하게 생겨야 어울리지 않나?
“내가 능력이 출중한 저승사자라 일이 심하게 많아. 하루빨리 후계자를 구해야 할 텐데, 영 마땅한 인재가 없다니까. 저승사자 구인난이 심각하다 보니 요즘은 무인화해서 죽은 자들을 자동으로 데려오고 있지. 예전에 비해 인구가 좀 많니? 근데 넌, 뭐가 급해서 이렇게 빨리 왔냐? 저승에 뭐 먹을 게 있다고? 그냥 참고 살지,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지 않냐?”
심하게 말 많고 아무말 대잔치나 하는, 괴상한 저승사자였다. 나는 짜증이 치밀어 그를 째려보았다.
“완전 개 짜증! 저승사자님! 지금 저 약 올리는 거죠?”
“허허! 또 저승사자라 그러네. 최녹사님이라고 부르라니까.”
“녹사는 너무 구식이잖아요? 사자님 말고 사장님이라 불러드릴까요? 사장님! 저승사장님!”
이응 하나 더 붙여주는 게 뭐 그리 어렵겠는가. 옛다, 모르겠다. 당신은 저승사장입니다.
“와하하하! 사장? 저승 사장? 거 참, 발칙한 녀석이네. 맘에 들어. 난 신라 시대 때부터 이 일을 했어. 인간 세상으로 치면 녹사는 동사무소 9급 공무원쯤이랄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별 볼 일 없는 저승사자란 건 아니고. 흠! 이 옷차림도 그렇고, 저승도 인간 세상을 따라 하는 셈이지. 조선 시대엔 검은 두루마기에 갓을 쓰고 다녔어. 요즘 저승도 많이 현대화되었지. 이렇게 폰도 쓰고 미니 패드도 사용해. 역시 오래 살고 볼 일이야. 안 그러니? 하여간 저승에 온 걸 환영해.”
죽었는데 오래 살고 볼 일이라니!
배우급으로 겁나 잘 생긴 건 인정하겠는데 최녹사는 심하게 말이 많고 아무말대잔치 하기 선수였다.
신라 시대 때부터 있었다는 저승사자가 폰도 쓰고 미니 패드도 쓴다고? 여기가 저승이 맞긴 한 건지, 저승이 아니라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닌가 싶었다. 뺨을 몇 번이나 때려봐도 아무런 감각이 없는 걸 보니 진짜 꿈속인가?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