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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묘 Feb 06. 2020

코로나가 지나가는
삶의 흔적을 더듬다

일상. 코로나 바이러스, 너 싫다 / 예방 행동 수칙 추가

개학이 연기되었다. 2월 10일부터 일주일 간 잡혀 있었던 학사 일정이 2월 마지막 주로 옮겨 갔다. 방학이 끝나가는 시점에서 개학이 미뤄졌다는 사실은 학생들에게는 무척 좋은 소식일지도 모르겠다. 나도 당장 출근을 하지는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한숨 돌렸지만, 그 주의 일정이 연기된 덕분에 2월 말에 학교의 다양한 행사(졸업식, 주말 프로그램 등)가 잔뜩 몰리게 되었다. 그 많은 행사들을 치르고 곧바로 3월 첫 주까지 논스톱으로 새 학기를 시작할 것을 떠올리면 벌써부터 피곤해진다. 어찌하겠는가. 그래도 예방이 최우선이니 더 심각한 상황을 차단하기 위한 수고는 사서 해도 모자랄 것이다. 


랑람이가 함께 다니는 어린이집은 현재 휴원 하지는 않았지만 가정에서 자율적으로 아이들을 등원시켜야 한다. 어린이집 통학 차량에 아이들이 단체로 모였다가 혹시라도 전염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일 것이다. 이번 주 월, 화는 아내나 나나 중요한 일정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이틀 동안에는 내가 오전에 학교 출근하면서 등원시키고 점심 이후로는 아내가 아이들을 어린이집에서 픽업하기로 했다. 그런데 등 하원뿐만이 아니라 원내에서도 마스크 착용이 기본이란다. 걱정이다. 우리 랑이와 람이는 마스크 착용을 싫어하는데. 역시나 둘은 어린이집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마스크를 쓰기 싫어서 칭얼댔다. 하지만 아이들도 군중심리는 동일하게 작용되나 보다. 막상 어린이집에 들어가니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다 마스크를 쓰고 있네? 둘 다 나한테 고개를 돌리고 손에 들고 있던 마스크를 건넨다. 첫째는 “마스크 해주세요.”라고 정확하게 말하고, 둘째는 “우챠 우챠”하며 마스크를 들고 흔든다.(기특한지고) 애들을 들여보내고 어린이집 안을 들여다보니 등원한 아이들은 평소에 절반도 되지 않았다. 다들 불안하니 집에 있게끔 했나 보다. 아내도 이틀 정도 픽업하면서 느낀 것이 있었다, 우리는 화요일 밤에 서로 등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수요일부터는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한 번 놀려보자고 결정했다. 덕분에 오늘 수요일 오전에는 아내가 전담, 오후에는 내가 전담하는 식으로 서로 교대하였는데 나름의 전략에도 결국 그날 밤, 엄마, 아빠가 아이들보다 먼저 파김치가 되었다.(엄마는 뻗어서 먼저 자러 들어가고 아빠는 소파에 멍하니 앉아 있다가 아이들이 와서 자자고, 양치하자고 먼저 재촉하는 상황이 펼쳐졌었다.) 아마 현재 대한민국에서 육아하는 대부분의 부모들이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지 않을까 싶다. 그나저나 언제까지 이렇게 하게 될까, 조금 두렵다.


부지런하게 글을 쓰자는 목표로 2월 첫 주에 완성할 시사에세이의 주제를 코로나 바이러스로 잡았었다. 코로나와 관련한 여러 기사를 읽고 현재 우리나라와 전 세계적으로 어떤 상황인지, 사람들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어떤 선한 일과 악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등을 정리하고 나름의 견해를 담은 에세이를 쓰려고 했지만, 결국 접어 버렸다. 구체적인 전염 경로와 대처법, 교민들에게 보여 준 혐오와 같은 것을 마치 전문적인 시사 평론가처럼 쓰려고 했는데 영 마뜩지 않았다.(내 주제에 뭐라고 그런 글을 쓴담.) 왠지 사람에 대한 진정성보다는 시대의 흐름에 영합한 인기글이나 써보려는 느낌을 스스로 받았다. 사망자들, 그리고 확진을 받아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 여러 사건에 얽힌 각 사람들의 깊은 마음속 이야기에 대한 배려 없이 그들을 그저 글의 도구로서 이용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초안을 잡아 놓았던 것을 결국 다 지워 버렸다. 다만 코로나가 내 삶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은 분명하기에 코로나가 내 삶을 어떤 강도로 긁고 있는지를 담은 소소한 일상의 글 정도로 타협했다. 그래서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쓰면서도 잘한 결정인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벌써 몇 번이나 문단을 지우고 썼다 지우고 썼다 한 것인지…….


확진자는 어서 빨리 완치되었으면 좋겠다. 코로나로 위협받는, 수많은 사람들의 일상에는 더 이상의 생채기가 나지 않기만을 기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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