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쓰기 120일, 브런치 50일의 소회

by 박은석


오랜 시간 동안 조용히 지내왔다.

그저 나에게 주어진 업무만 충실하게 해 나가자고 했다.

세월이 낙엽처럼 쌓이다 보니 계속 이렇게 살 수만은 없겠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

오래전부터 글을 쓰고 싶었다.

글을 썼었다.

하지만 내 이름으로 남긴 글은 거의 없었다.

내 글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님을 형님이라 부르지 못한다는 홍길동의 외침이 들려왔다.

나의 글들도 그러하리란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도 단련하고 싶었다.

매일 조석 간으로 흔들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기에는 글쓰기만한 것이 없다는 것을 이미 머리로는 잘 알고 있었다.

이제 실천만 하면 되었다.

바쁘다는 핑계,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하면 안 되었다.

2009년부터 시작했던 1년 200권 독서운동이 이미 증명해 주었다.

핑계는 없다.




하루에 한 페이지를 쓰기로 맘먹었다.

너무 무리가 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게을러지지도 않을 만큼의 분량이다.

좋은 주제가 떠오르면 30분이면 충분했고 머리를 짜내야 하는 경우에는 3시간 정도 걸릴 터였다.

하루에 그 정도의 시간은 할애할 수 있었다.

소심한 성격 탓에 일단 페이스북에 100편의 글을 올려보자고 했다.

마지막 페이스북에 글을 쓴 지 5년은 지난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들은 나를 행방불명되었다고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천상병 시인은 조금 안 보인다고 아예 장례식까지 치렀다는데.


6월 13일 몇 편의 글을 올렸다.

그리고 한 달 두 달 지나자 친한 후배로부터 브런치 작가 신청하라는 권유가 들어왔다.

무시했다.

일단 글 100편을 먼저 만들겠다고 했다.

브런치는 아직 나에게는 무리인 것 같기도 했다.




얼추 100편의 글이 모여지던 무렵인 9월 8일에 드디어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가 쓴 글은 작가 심사가 끝나야 공개된다고 했다.

그전까지는 <작가의 서랍>에 차곡차곡 쌓일 수밖에 없었다.

조금은 떨리는 마음으로 작가 신청을 했다.

써 놓은 글들이 있어서 절차는 어렵지 않았다.

브런치 계정을 만들고 앞으로 쓰고 싶은 글의 내용들을 열거하였다.


그리고 9월 11일 브런치 작가 심사와 함께 그동안의 글들을 주르륵 발행했다.

하루에 서른 편이 넘는 글을 발행하는 왕초보다운 행동을 했다.

지금 같아서는 분명 여러 사람에게 민폐가 될 터였지만 그때까지는 내 브런치를 구독하는 사람이 전무했기에 그나마 다행이다 싶다.

그날 이후 하루 한 편의 글을 브런치에 올리는 것을 나 스스로에게 숙제로 내고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아니다.

우선은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 위함이다.

그리고 기왕이면 내가 쓴 글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다가가려고 애를 쓴다.


한 편의 글에서 한 줄의 문장이나 한 개의 단어만이라도 가슴에 남길 수 있다면 성공한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울고 웃고 고민하면서 나름대로 얻은 삶의 지혜들을 나누고 내 가슴에 흔적을 남긴 책들도 슬그머니 소개하려고 한다.


나의 글쓰기는 ‘아래 한글’ 문서 기본 편집이다.

먼저 20포인트로 굵게 제목을 쓰고 내 이름을 쓴다.

글 한 편을 4개의 문단으로 나누고 각 문단은 기본 8줄씩으로 구성하는데 4번째 문단은 9줄로 마무리한다.


마지막 문단에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축약해서 기록하는 귀납적인 글쓰기이다.

이 방법이 나에게 잘 맞는다.

글도 인생도 중간에서는 잘 모른다.

끝에 가서야 제대로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는 오늘도 나의 글쓰기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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