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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Sep 26. 2024

인간의 중심에는 이타심과 이기심이 자리 잡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의 동쪽에서 적도 바로 아래에 우간다라는 나라가 있다.

제국주의 시절에 영국의 지배를 받았던 가난한 나라이다.

이 나라의 북쪽 지역에는 이크(Ik)라는 부족이 살고 있다.

사냥과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던 이 부족에게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이 발생했다.

1950년 후반에 정부가 이 지역을 국립공원으로 선포하였다.

그 정책에 따라서 이 지역에서는 사냥이 금지되었다.

설상가상으로 극심한 가뭄까지 겹쳐서 농사를 지을 수도 없었다.

당장 마실 물도 부족했다.

가축을 키운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그래도 이크족은 살아가려고 노력을 했다.

그들은 어려운 일이 생기면 온 부족민이 함께 힘을 모아 헤쳐 나가는 아름다운 전통이 있었다.

그때도 그랬다.

온 마을에 먹거리가 떨어지자 사람들은 함께 사냥을 떠나기로 했다.

물론 법적으로는 그 지역에서의 사냥을 금하고 있었지만 그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사냥은 쉽지 않았다.

가문 땅에서는 짐승도 생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며칠이나 고생을 해야 작은 짐승이라도 한 마리 잡을 수 있었다.

그러면 그들은 그 짐승을 온 마을 사람이 함께 나누어 먹었다.

기쁨도 함께하고 고난도 함께하는 부족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냥을 떠난 사람들 중에서 한두 명씩 숲에서 사라지는 것이었다.

혹시나 길을 잃었나, 짐승에게 잡아 먹혔나 걱정을 하면서 숲을 샅샅이 뒤졌지만 그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마을로 돌아와 보니 그 사람들은 이미 집에 돌아와 있었다.

어디에 갔었냐고 물어보았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오래지 않아 마을 사람들은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들은 숲에서 짐승을 발견하자 부족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혼자서 조용히 그 짐승을 잡아 집으로 돌아왔던 것이다.

자신이 잡은 짐승을 부족민들과 나누어 먹기 싫었던 것이다.




사냥을 떠났던 남자들만 그런 것이 아니다.

전에는 여자들도 나무 열매와 뿌리를 거두어 마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어 먹었는데 더 이상 그런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사람들이 순식간에 마을 사람들과 나누기를 꺼리게 되었다.

자기 식구들을 먹일 식량도 부족한데 이웃에게 나누어줄 게 어디 있느냐는 생각이 부족민들에게 전염병처럼 번져 나갔다.

공동 사냥의 문화는 더 이상 볼 수가 없게 되었다.

사냥을 나가고 싶은 사람은 부족민들의 눈을 피해서 도둑처럼 조용히 다녀오게 되었다.

이웃에게 선의를 베풀었던 전통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대신에 사람들은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는 존재들로 바뀌고 말았다.

사람들이 만나서 웃고 떠들던 모습은 더 이상 볼 수가 없었다.

이웃을 만나도 반갑게 인사하지 않았다.

서로 경계의 눈초리를 보였다.

최소한의 안부 정도만 나눌 뿐이었다.

마을은 공동묘지처럼 적막감에 감싸였다.




이크족은 자기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이기적으로 변했다.

하지만 이기적인 모습은 곧 자기 혼자만을 생각하는 모습으로 변하였다.

가족 안에서도 나누어 먹는 일이 줄어들었다.

부모 형제가 배고파하는 것을 보면서도 자신의 먹을 것을 나누어 주지 않았다.

아기들은 3살 정도까지만 부모의 돌봄을 받을 뿐이었다.

그 후에는 자기 먹을 것은 자기가 해결해야 했다.

윤리나 도덕도 사라졌다.

언어도 퇴화되고 말았다.

고작 하는 말이라고는 “배고파, 밥 줘” 정도였다.

스코틀랜드의 인류학자 콜린 턴벨(Colin Turnbull)은 <산 사람들(Mountain people)>이라는 책에서 이크족을 연구한 내용들을 자세히 실어 놓었다.

인간은 어려운 환경에 대항해서 찬란한 문화를 만들어 내기도 하지만 힘든 환경의 지배를 받아 찬란한 문화를 잃어버리기도 한다.

그 중심에는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이타심과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심이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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