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3천 년도 훨씬 전인 중국 주나라에 한 노인이 살고 있었다.
그 사람은 꽤 똑똑하고 사람을 볼 줄 아는 안목도 있었고 군사를 부리는 병법에도 능했는데 이상하게도 관직에 오르지 못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이런 일이 종종 일어난다.
공부를 잘하고 능력이 많고 수완이 좋은 사람이 높은 자리에 오를 것 같은데 꼭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공부에 관심이 없고 능력이 부족하고 수완이 좋지 않은 것 같은데 사장이 되고 회장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
반면에 능력이 많다고 해도 그 능력을 발휘하지 못할 때가 있고 실력이 출중한데도 그 실력을 알아봐 주는 사람을 만나기 힘들 때도 있다.
공자가 자신을 알아봐 주는 제후를 만나기 위해 15년 동안 방랑 생활을 했다는 이야기는 너무 유명하다.
반면에 유비는 제갈공명을 알아보고 그를 얻기 위해서 그의 초가집 앞에서 세 번씩이나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하지만 3천 년 전에 살았던 이 노인을 알아봐 주는 제후는 없었다.
시간은 많고 할 일은 없어서 그랬는지 이 노인은 허구한 날 낚싯대를 들고 강가에 나가 앉아 있었다.
나이는 이미 70세를 넘어섰다.
동네 사람들은 이 사람을 낚시 할아버지 정도로만 생각할 뿐이었다.
그렇게 한 사람의 인생이 끝나는 것 같았다.
이런 남편을 곁에서 바라봐야 하는 부인의 입장은 어땠을까?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을 것이다.
낚시라도 잘했으면 잡은 물고기를 팔아서 살림에 보탬이 되었을 텐데 그 노인은 낚시도 잘 못했던 것 같다.
노인이 물고기를 잡았다는 말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미끼도 없이 빈 낚싯줄만 드리운 것 아니냐고 한다.
어쨌거나 이 노인은 강가에 낚싯대를 드리우기를 무려 3년 동안 했다.
참다 참다 지치고 살다 살다 지친 부인이 어느 날 이 70대의 남편을 버리고 집을 나가 버렸다.
어떤 사람은 그 부인이 너무했다고 하는데 그때까지 참았으면 그것도 대단한 일이다.
남의 일이라고 이러쿵저러쿵 평을 내리지 말아야 한다.
만약 내가 그 부인이라면 3년을 견디는 것도 힘겨웠을 것이다.
그 부인이 남편을 버리고 떠난 지 얼마 안 되어서 주 나라의 임금 문왕이 이 노인을 찾아와서 자신을 도와달라고 했다.
군사들을 훈련시켜서 이웃 나라와의 전쟁에서 이겨달라고 했다.
임금의 간청을 받아들인 노인은 군사들을 잘 훈련시켜서 이웃 나라와의 전쟁에서 승리했다.
그 기세로 아예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 버렸다.
이 노인이 바로 강태공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강상(姜尙)이다.
강태공이 높은 벼슬을 얻었다는 소식을 들은 부인은 급히 강태공에게 돌아왔다.
전에는 기분이 상해서 그랬다느니 너무 살기 힘들어서 그랬다느니 하면서 사정 이야기를 했다.
이제는 남편으로 잘 모실 테니 다시 같이 잘 살자고 했다.
강태공은 부인에게 그릇에 물을 좀 떠 오라고 했다.
부인은 강태공이 물을 마시려나 해서 급히 물을 떠서 왔다.
강태공은 그 물을 땅바닥에 부어버렸다.
깜짝 놀라 하던 부인에게 강태공이 말했다.
“지금 쏟아버린 이 물을 다시 그릇에 담는다면 당신을 다시 나의 아내로 맞아들이겠소”
그 말을 들은 부인은 부끄러운 낯빛을 띠며 강태공의 곁을 떠났다고 한다.
우리는 강태공의 일화에서 분명한 한 가지 교훈을 얻었다.
주나라의 임금인 문왕은 강태공이라는 인물을 알아보았지만 정작 강태공의 부인은 강태공이 어떤 인물이었는지 알아보지 못했다.
우리의 세상은 온통 사람과의 관계로 엮여 있다.
사람과의 관계를 떠나서 홀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좋은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 인생을 잘 살아가는 방법이다.
좋은 사람을 좋은 사람으로 제대로 볼 줄 아는 안목만 있어도 세상을 참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