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잠이 달콤한 것은 나 혼자만의 느낌이 아닐 것이다.
그 달콤함에 취하려는데 답답한 공기가 나를 짓눌렀다.
발로 이불을 걷어찼다.
살갗에 와닿는 공기가 시원했다.
기분이 좋아지려는 순간 발목에 따끔거리는 게 느껴졌다.
무르팍에도 한 군데 따끔거렸다.
설마 모기에 물렸나 싶어서 불을 켰다.
모기는 보이지 않았다.
발목과 무르팍에 모기에 물린 자국도 보이지 않았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가려움증이 살살 올라왔다.
찜찜한 기분으로 불을 끄고 자리에 누웠는데 이번에는 팔뚝에 따끔거림이 있었다.
스마트폰을 켜서 팔뚝을 살펴보는데 모기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다.
냉큼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다시 불을 켰다.
그놈을 잡은 줄 알았는데 잡지 못했다.
방 안 여기저기 뒤적였다.
그놈의 모기 새끼를 꼭 잡고야 말겠다는 일념이었다.
겁도 없이 내 몸의 네 군데에서 피를 빨아먹었으니 그 죗값을 반드시 치르게 하고 싶었다.
불을 켜면 안 보이고 불을 끄면 귓가에 “에엥”하기를 몇 번 반복하더니 모기는 영영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결국 나는 네 군데 헌혈을 하고서도 그놈의 모기 새끼를 잡지 못했다.
세상 살아가면서 억울한 일을 당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닌데 모기에게 피를 뺏기는 게 제일 억울하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이 있는데 충분히 공감이 된다.
모기 잡으려고 열을 올리다 보면 엄청난 일을 저지를 수도 있을 것 같다.
모기에게 네 군데나 물린 것도 억울한 일이지만 지금이 십일월이라는 사실에 억울함이 더욱 크다.
육칠팔월 여름철에 모기에 물렸다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구시월 지나 겨울을 앞두고 있는 십일월에 웬 모기냐고?
진작에 어딘가로 조용히 들어가 있어야 할 녀석이 번지수를 몰라서 아직까지 밖으로 싸다니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런 형편없는 놈에게 네 방이나 얻어맞았다는 사실을 생각하니 너무도 분했다.
따뜻해서 그렇다.
작년보다 훨씬 따뜻한 11월이다.
작년 이맘 때는 찬바람이 불었었다.
대학입학수능시험일이 다가오면 하늘에서 찬바람을 보내줬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가을이 가기 싫어하는 것인지 겨울이 오기 싫어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가을과 겨울이 줄다리기를 하는 가운데 모기가 살판난 것이다.
덕분에 내가 모기에게 피를 뜯긴 것이다.
한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올겨울에는 역대급 추위가 몰려올 것이라는 예측이 뉴스를 탔다.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비싼 겨울 패딩을 사주느라 등골이 휠 거라는 기사도 있었다.
그 기사를 보면서 속으로 ‘웃기고 있네’ 했다.
패딩 제조업체와 짜고서 기사를 쓴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도 그런 기사가 있었다.
하지만 작년 겨울은 포근했다.
한 번 속지 두 번은 안 속는다.
올겨울이 무척 추울 것이라는 기사가 나에게는 전혀 춥지 않을 것이라는 말로 들렸다.
11월 중순인데 안 추운 것, 11월인데 모기가 내 피를 빨아먹는 것도 따지고 보면 지구가 더워졌기 때문이다.
산업혁명 이후 지구가 급속히 더워지는 바람에 지구촌 이곳저곳에서 각종 재난이 일어나고 있다.
환경이 무너져서 재앙을 맞이한다는 말이 들린다.
먼 나라의 뉴스와 같은 상황이 우리나라에도 일어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급기야 2015년에 전 세계 190여 개국의 정상들이 프랑스 파리에서 약속을 했다.
2050년까지 서로 노력해서 산업혁명 당시보다 기온이 1.5도를 넘어가지 못하게 하자고 약속했다.
파리기후협약이라는 이 약속은 거창했다.
하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못할 것 같다.
각 나라들이 온실가스를 줄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눈치를 보며 내뿜는 온실가스의 여파로 지구가 계속 더워지고 있다.
더운 날씨 때문에 11월에도 모기가 기승을 부린다.
11월에 내가 모기에게 얻어터졌다.
기분 더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