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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Nov 26. 2024

동덕여자대학교의 사태를 바라보는 나의 견해

-사회적인 약자에게는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

서울의 동덕여자대학교가 남녀공학대학교로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뉴스가 퍼지자 온 국민이 갑론을박하고 있다.

내가 그 학교의 일에 대해서 왈가왈부할 입장은 아니지만 뉴스를 보면서 씁쓸한 마음이 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어느 학교이든 그 학교와 관계가 있는 이들은 자기 학교가 오래도록 생존할 수 있기를 바랄 것이다.

동덕여자대학교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출산율 저하로 인하여 대학 입시 경쟁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들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불과 한 세대 전인 나 때만 하더라도 100만 명의 학생들이 대학 입시 시험을 치렀고 그중에서 20여 만 명만이 대학에 합격했다.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그동안 대학이 많이 늘어났는데 그에 반해 학생들은 줄어들었다.

45만 명 정도가 시험을 치르고 45만 명 정도가 대학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산술적으로 보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모든 학생들이 대학생이 될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자신이 원하는 학교에 가려고 재수를 하고 삼수를 하는 학생들이 있다.

그 결과 어떤 학교는 경쟁률이 꽤 높고 어떤 학교는 경쟁률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울 만큼 지원자 미달 사태를 빚고 있다.

지원자가 미달인 학교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다.

학생이 없으면 학교가 없어질 게 뻔하다.

그리고 그 학교가 직장인 교수들과 직원들의 생계는 막막할 뿐이다.

그러니 각 대학마다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쟁을 펼치고 있는 게 오늘날의 실정이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동덕여자대학교가 남녀공학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남녀공학이 되면 경쟁률도 높아지고 실력 있는 학생들을 좀 더 많이 끌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일리가 있지만 맞는 말은 아니다.

지금도 충분히 그 학교는 경쟁력이 있고 실력파 학생들이 지원하고 있다.




나는 동덕여자대학교가 동덕대학교로 바뀌는 걸 반대한다.

내가 막연히 학생들을 옹호하거나 페미니스트적 기질이 있어서 그러는 게  아니다.

어떤 존재이든지 존재의 의미가 있을 텐데 나는 그 존재의 의미를 지켜주기를 바라는 입장이다.

동덕여대를 비롯해서 우리 사회에 여학생들만 받는 학교가 세워졌는지 생각해 보자.

학교의 설립 목적이 있다.

그것이 바로 학교의 존재 의미이다.

그 설립목표,  존재의 의미가 다 실현되었나?

아니다.

아직 멀었다. 

어쩌면 영원히 그 목표에 도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에 여성들을 위한 학교의 시작은 1886년에 미국 선교사 스크랜튼 여사가 세운 이화학당이었다.

첫 학생들은 어느 양반의 첩과 거지 여자아이였다고 한다.

스크랜튼 여사는 왜 여자들을 위한 학교를 지었을까?

그건 여성들이 사회적인 약자였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는 여성을 위한 교육기관의 설립이 쉽지 않았다.

남성을 위한 교육기관은 많았지만 여성을 위한 교육기관은 없었다.

사회적인 약자를 위한 배려가 여성 교육기관의 시작이었다.




여성들만 모인 곳이었기에 여성의 꿈과 희망, 고민과 아픔들을 속 편히 말할 수 있었다.

여성들의 장기와 끼를 발산할 수 있었다.

자유와 해방도 누렸다.

남성들은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1929년 당시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작가는 영국 여성 버지니아 울프였다. 

그런 그녀에게도 소원이 하나 있었다.

<자기만의 방>이었다.

그녀조차 자기만의 방이 없었다.

여성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 지폐 중에서 제일 비싼 지폐는 5만원권이다.

신사임당의 초상화가 인쇄되어 있다.

웃긴 건 신사임당의 진짜 이름이 무엇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여성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조선시대나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성은 사회적인 약자이다.
남녀가 평등한 사회가 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이땅에서 여성은 약자이다.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사회적인 약자들은 그들만의 방이 필요하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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