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2월 14일 미국 무인 우주선 보이저 1호는 지구에서 61억Km 밖을 날아가고 있었다.
그때 보이저 프로젝트의 영상팀을 맡고 있었던 칼 세이건 교수는 보이저 1호의 카메라를 지구 쪽으로 돌려 사진을 찍으라고 했다.
보이저 1호의 카메라에 태양빛이 반사되어 기다란 빛줄기가 형성되었는데 그 빛줄기 안에 아주 작은 점 하나가 또렷이 보인다.
지구다! 칼 세이건 교수는 이 점을 ‘창백한 푸른 점’이라고 불렀다.
그러면서 지구는 광활한 우주에 떠 있는 아주 보잘것없는 존재에 불과하다고 하였다.
만약 보이저 1호가 61억km가 아니라 100억km 밖에서 사진을 찍었다면 그 작은 점조차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우주에서 보면 지구는 특별한 구석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아주 작은 점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 작은 지구 안에 85억 명의 사람들이 아웅다웅거리며 살아가고 있다.
마치 자기가 대단한 존재인양 착각하면서.
창백한 푸른 점을 둘러싸고 있는 하늘이 보이는가?
하늘이 무너질 것 같다고 말했던 적이 있었을 텐데 정말로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가?
어디가 하늘의 시작이고 어디가 하늘의 끝인지 보여야 하늘이 무너지는 것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하늘의 시작도 끝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까 하늘은 무너지지 않는다.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순전히 나의 착각이다.
내가 하늘을 너무 자그맣게 보기 때문이다.
하늘을 크게 보자.
그러면 하늘이 무너지면서 나를 덮칠 것이라는 생각은 사라질 것이다.
오히려 하늘은 아주 오래전부터 나를 감싸고 있었다고 여겨질 것이다.
살아가면서 심한 고통의 계곡과 깊은 눈물의 강을 건너야 할 때가 있을 것이다.
삶이 끝장나고 희망도 소망도 다 사라졌다고 여겨질 때면 창백한 푸른 점을 생각하라.
고작 해봐야 창백한 푸른 점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아무것도 아니다.
하늘 높이 올라가는 것 같은 마음이 들 때가 있는가?
하는 일이 잘 되고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고 세상을 쥐락펴락하는 높은 자리에 오른 것 같은 마음이 들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세상의 시작도 끝도 보이지 않는다.
내가 쥐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딱 잘라 말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이 내 발 아래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면 그건 순전히 나의 착각이다.
내가 세상을 너무 좁게 보기 때문이다.
세상을 넓게 보자.
그러면 세상이 내 발 밑에 있다는 생각은 사라질 것이다.
오히려 세상은 아주 넓어서 내가 평생을 달려도 다 둘러보지 못할 것임을 알게 될 것이다.
살아가면서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기쁨과 하는 것마다 잘 되는 즐거움을 만끽할 때가 있을 것이다.
이대로 만사형통하고 승승장구하리라 여겨질 때면 창백한 푸른 점을 생각하라.
고작 해봐야 창백한 푸른 점 안이다.
아무것도 아니다.
우주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넓고 깊다.
세상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넓고 깊다.
넓고 깊은 우주에 비하면 내가 살고 있는 지구는 창백한 푸른 점이다.
넓고 깊은 세상에 비하면 내가 괴로워하고 즐거워하는 모든 시간은 보잘것없는 창백한 푸른 점에 불과하다.
아등바등 몸부림쳐봐도 하늘의 눈으로 보면, 우주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조금의 미동도 느껴지지 않는 점 하나에 불과하다.
점 하나 안에 갇힌 85억 명 중의 한 사람이 바로 나이다.
이런 나에게 누가 신경이나 쓰겠는가?
그런데 거꾸로 생각해 보자.
우주의 시선으로 보면 나는 작은 점 안에 갇힌 85억 명 중의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창백한 푸른 점 안의 85억 명 중의 한 사람인 내가 저 광활한 우주를 쳐다보고 있다.
저 높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저 깊은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나는 창백한 푸른 점 안에 갇힌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아니다.
나는 대단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