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이야기 16
성경은 어떤 책인가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성경이 단순히 기독교의 경전이냐 아니면 이이스라엘의 역사책이냐 혹은 성경이 과학과는 어떤 관련이 있는 책이냐 하는 질문이다. 성경은 분명 기독교의 경전이다. 신앙의 책이다. 신앙의 책은 그 종교를 믿는 신앙이 있어야만 제대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세상과 우주가 어떻게 탄생하였는지에 많은 사람들이 우주의 빅뱅이론을 끌어들인다. 이후 단백질이 세포분열을 하고 진화의 과정을 거쳐서 다양한 생명체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기독교를 믿는 사람들의 대답은 간단하다. “하나님이 창조하셨어요.”이다. 그 근거로 기독교인들은 성경을 꺼낸다. 그런데 성경은 신앙적인 내용만으로 채워진 책이 아니다. 이스라엘이라는 나라의 역사를 담고 있는 책이기도 하고 옛날 사람들의 삶의 모습과 문명의 발전 과정을 보여주는 인류학과 여러 분야의 과학을 담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창세기 11장을 보면 이런 다양한 관점이 그대로 드러난다. 인류의 조상들이 바벨탑을 쌓은 내용이다. 장소는 시날 평지라고 하는데 학자들은 메소포타미아 지역 어디쯤으로 보고 있다. 이라크 지역에서 거대한 지구라트 유적이 발견되기도 했으니까 더욱 신빙성을 얻게 되었다. 창세기 11장 2절은 사람들이 동방으로 옮기다가 시날 평지를 만나 거기 거류했다고 했다. 인류학자들은 인류가 아프리카 지역에서 시작되어 점차 다른 지역으로 이주했다고 한다. 성경은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하와라는 최초의 인간이 창조되었다고 하는데 성경학자들은 에덴동산이 메소포타미아 쪽에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어쨌거나 사람들이 이주했다는 표현이 성경에 나온다. 이것은 굉장한 사건이다. 오늘날이야 이동하는 게 흔한 일이지만 옛날 사람들에게 살던 곳을 옮긴다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뭔가 대단한 일이 발생했다는 암시가 들어 있다.
바벨탑 시대의 사람들에게 뭔가 엄청난 일이 있었다. 거류지를 옮겨야 하는 큰 일이었다. 그들이 유랑하는 습성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시날 평지를 만나니까 거기에 거류했다. 즉, 그들은 자신들이 살 수 있는 땅을 찾아 떠난 것이다. 가뭄이 있었던 걸까? 홍수가 있었던 걸까? 아니면 빙하기였을까? 자세한 사항은 알 수 없지만 시날 평지가 살기 좋은 곳은 분명했다. 그곳에 머물면서 그들은 엄청난 문명사회를 이루었다. 그들의 문명 수준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보여주는 게 바로 바벨탑이다. 창세기 11장 3절에서 그들은 벽돌을 만들고 견고히 굽자고 했다. 벽돌 만드는 기술을 알고 있었다. 벽돌을 불에 구우면 더욱 견고해진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4절에서 성읍과 탑을 건설했다. 탑 꼭대기를 하늘에 닿게 하자고 했으니까 굉장히 높은 탑을 만들려고 했던 것이다. 그만큼 그들은 자신이 있었고 기술과 지식이 있었다.
옛날 사람들의 수준을 무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뭘 몰라서 그러는 거다. 옛날 사람들의 수준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우리는 옛날 사람들이 발견하고 발전시킨 지식을 거저 얻어먹으며 살고 있다. 건축학자들은 바벨탑 이야기를 들으며 경악한다. 어떻게 돌 대신 벽돌을 구워서 만들었을까? 어떻게 벽돌로 높은 탑을 만들 수 있었을까? 철골도 없이 순수 벽돌로만 과연 몇 층 높이까지 건물을 지을 수 있을까? 다양한 질문과 계산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인류학자들은 여기에 덧붙여 그런 엄청난 공사를 하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동원되었을까? 그렇다면 바벨탑 근처는 거대한 도시가 형성되었을 것이고 엄청난 힘을 가진 권력자가 있었을 것 아닌가? 성경은 사람들이 바벨탑을 쌓으려고 했는데 하나님이 그것을 막으셨다는 내용만 툭 던져 놓았다. 그런데 하나씩 뜯어보면 바벨탑 사건은 엄청난 문명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