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 편 소개, <가장 넓은 길>-양광모

by 박은석


<가장 넓은 길> - 양광모


살다 보면

길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원망하지 말고 기다려라


눈이 왔다고

길이 없어진 것이 아니요

어둠에 묻혔다고

길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묵묵히 빗자루를 들고

눈을 치우다 보면

새벽과 함께

길이 나타날 것이다


가장 넓은 길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 있다




길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지금까지는 길 따라 잘 온 것 같은데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가 있다.

분명히 앞으로 가야 할 것 같은데 앞에 놓은 길이 길 같지 않아 보일 때가 있다.

잘못 왔나 뒤돌아 보는데 지금까지 길이라 생각한 길이 길 같지 않아 보일 때가 있다.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하늘에서 이 땅으로 툭 던져진 것 같을 때가 있다.




길이라 생각한 그 길 끝에 서서 하늘을 잔뜩 노려볼 때가 있다.

왜 나를 이곳으로 오게 했느냐고 따져 묻고 싶을 때가 있다.

누구에게?

그건 모른다.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그 누구라면 아무라도 상관없다.




멀리 바라보니 남들은 각자의 길을 따라 잘 걸어가고 잘 달려가는 것 같다.

나만 혼자 길 아닌 것 같은 길에 서서 헤매고 있는 것 같다.

방향을 잃어버린 채 뱅뱅 돌고 있는 것 같다.

제자리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한 채 시간만 죽이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나 자신을 바라보며 한심한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 가만히 나 말고도 길을 잃어버린 사람은 없었나 생각해 본다.

있다!

있다!

그것도 여러 명이 있다.

아주 많이 있다.




강태공이란 사람도 길을 잃었다.

낚시도 못하는 사람이 낚싯대 들고 맨날 강가로 갔다지!

길을 잃은 사람이 물고기는 제대로 잡았겠나, 그냥 앉아 있는 거지!

그 시간이 3년이라지!

못난 사람 같으니라고 하면서 부인도 떠나버렸다지!




공자라는 사람도 길을 잃었다.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려고 길을 떠났다지!

그것도 쉰다섯 나이에 떠나서 14년 동안 돌아다녔다지!

그래도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한 명도 못 만났다지!

빈손으로 고향땅에 돌아왔다지!




정약용이라는 사람도 길을 잃었다.

수원화성도 멋들어지게 만들고 남한산성도 새롭게 단장했다지!

그런 천재가 약삭빠르게 줄을 잘 서야 하는데 그런 건 통 못했다지!

임금님이 죽고 끈이 떨어지니 먼 땅으로 귀양살이를 갔다지!

18년 동안 촌구석에 처박혀서 나오지 못했다지!




빈센트 반 고흐라는 사람도 길을 잃었다.

전도사가 되겠다고 탄광촌에 갔다가 사람들에게 질려 포기했다지!

열다섯 달 동안 아를에서 200점이 넘는 그림을 그렸는데 한 점도 못 팔았다지!

보다 못한 동생이 그림 한 점 사줬다지!

세상의 소리가 듣기 싫어서 자기 귀를 스스로 잘라버렸다지!




길을 잃어버렸다고 하는 사람의 공통점이 뭔지 알아?

남들은 길이 아니라고 하며 가지 않는 그곳까지 간다는 거야.

길이 끊어진 것 같은 그 자리에서 뱅뱅 돌기만 하는 것 같아.

그러다가 몇 발자국 더 걸어가서 또 뱅뱅 돌기만 하는 것 같아.

그런데 나중에 보니 그렇게 뱅뱅 돌았던 곳에서 뱅뱅 돌았던 곳까지 새로운 길을 생기는 거야.




루쉰이라는 사람이 말했지.

길이란 원래부터 있었던 게 아니야.

한 사람이 가고, 그 뒤를 또 한 사람이 가고, 그 뒤를 또 다른 사람들이 가다 보니까 길이 된 거야.

그러니까 길 위에 서 있는 사람은 두 종류야.

길을 만드는 사람이 있고 길을 따라가는 사람이 있는 거야.




너는 어떻게 할래?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그래서 가만히 있는 거야?

일어나서 발자국을 남겨 봐!

그럼 네가 길을 만드는 사람이 되는 거야!




너는 어떻게 생각할래?

길이 그려지지 않는다고?

그래서 하늘만 쳐다보는 거야?

일어나서 마음이 내키는 쪽으로 걸어가 봐!

길은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라 언제나 네 마음에 있어!


가장 넓은 길은 언제나 우리 마음속에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