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는 여전히 이런 사람을 찾고 있다

by 박은석


소설 <삼국지>는 중국 후한시대 말기인 서기 184년에 황건적의 난부터 280년 진나라의 통일까지의 역사적 이야기들을 다룬다.

여러 나라들이 등장하지만 조조의 위나라, 유비의 촉나라, 손권의 오나라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사실 위, 촉, 오의 3국 가운데 가장 큰 나라는 위나라이고 가장 작은 나라는 유비의 촉나라이다.

동탁이 한나라의 왕실을 능욕하며 무력화시켰고 조조가 한나라를 무너뜨렸다.

이에 대항해서 한 나라의 왕실을 다시 세우려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그 대표적인 인물이 유비이다.

한나라의 왕실이 유 씨 성을 가졌기에 유비는 왕실 가문이라는 장점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유비의 힘으로는 절대로 조조의 위나라를 이길 수 없었다.

그런데 촉나라와 그리 친하지 않으면서도 위나라와도 관계가 좋지 않은 오나라가 옆에 있었다.

그랬기에 촉나라는 오나라와 연합하여 조조의 위나라에 대항하려 한다.




삼국지의 백미라면 첫째로, 유비, 관우, 장비가 형제의 의를 맺은 도원결의(桃園結義)가 있다.

둘째로, 유비가 제갈공명을 얻기 위해 그의 집에 세 번이나 찾아간 삼고초려(三顧草廬).

셋째로, 제갈공명이 신기에 가까운 전술을 펼쳐 위나라를 물리친 적벽대전(赤壁大戰).

넷째로, “나는 상산의 조자룡이다” 외치며 홀로 위군 복판에 들어가서 유비의 아들 아두를 구한 조자룡의 이야기.

다섯째로, 사마의의 15만 대군이 쳐들어오는 데도 성문을 활짝 열고 홀로 거문고를 뜯으며 초연함을 보여준 제갈공명의 공성계(空城計)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다양한 상황 속에서 수많은 영웅들이 출몰한다.

동탁, 여포, 조조, 장합, 서황, 사마의, 유비, 관우, 장비, 조운, 황충, 마초, 손권, 주유 등 캐고 캐도 영웅들이 나온다.

그 많은 영웅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인물을 꼽으라면 나는 제갈공명을 꼽겠다.

나에게 삼국지는 제갈공명의 이야기 같다.




제갈공명의 집안은 조상 때부터 이름난 가문이었다.

형제들도 출중해서 형 제갈근은 오나라 손권의 책사가 되었고 동생 제갈균은 촉나라의 지방 사령관으로 활약하였다.

형제들 중에서 단연 제갈공명의 지혜가 특출했지만 그 지혜는 유전적으로 전해진 것도 아니고 거저 얻어진 것도 아니었다.

제갈공명의 어머니는 제갈균을 낳은 지 얼마 안 되어 돌아가셨고 아버지도 제갈공명이 열네 살 되던 해에 숨을 거두셨다.

어쩔 수 없이 제갈공명은 동생을 데리고 작은아버지 집에 얹혀살았고 작은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독립하여 초가집을 짓고 살았다.

제갈공명은 날이 밝으면 밭에 나가 일을 하였고 집에 돌아와서는 글을 읽었다.

그는 글벗들을 많이 사귀었고 경전의 뜻을 깊이 파악하는 데 집중했다.

황건적의 난이 일어나고 동탁이 한나라를 집어삼키는 혼란한 시대 속에서도 제갈공명은 묵묵히 때를 기다리며 공부에 전념하였다.




시골에 초가집을 짓고 사는 괴상한 청년으로 그의 인생이 끝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제갈공명을 한번 만난 사람들은 그의 지혜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인재라면 높은 분께 꼭 소개해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어느 날 서서(徐庶)가 “제가 아는 사람 중에 제갈공명이라는 자가 있는데 와룡(臥龍, 땅에 엎드려 있는 용) 같은 인물입니다.

꼭 한번 만나보십시오.”라고 하였다.

유비가 그를 데려오라고 하니까 서서는 “그런 인물을 만나시려면 장군님께서 직접 찾아가셔야 합니다.”라고 하였다.

그래서 유비가 제갈공명의 집을 세 번씩이나 찾아가게 되었다.

어떤 사람은 이 시대가 나를 몰라본다고 한다.

이 시대가 나 같은 사람을 찾지 않는다고 한다.

아니다.

시대는 묵묵히 때를 기다리며 자신의 실력을 기르는 자를 찾고 있다.

이 시대가 나를 몰라보는 게 아니라 내가 실력을 키우고 있지 않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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