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하나 때문에 세계의 명운이 달라진다

by 박은석


강원도 강릉이나 속초나 가려면 예전에는 꾸불꾸불한 산길을 넘어야 했다.

산길 꼭대기에 오르면 대관령휴게소, 한계령휴게소, 미시령휴게소가 있는데 거기서 사진을 찍고 매점에서 우동을 먹고 다시 꾸불꾸불한 산길을 내려갔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로서는 차가 굴러떨어지면 어떡하나 잔뜩 긴장하면서 그 길을 내려가야 했다.

서울에서 영동지방을 가려면 이 길 중 하나를 택해야 했기에 대관령, 한계령, 미시령휴게소는 관광객들로 늘 북적였다.

영동지방으로 여행 가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나라에서 산에 터널을 뚫었다.

이제는 꾸불꾸불한 산길을 지나지 않고 곧바른 고속도로를 통해서 서울에서 2시간 반이면 강릉도 속초도 갈 수 있게 되었다.

얼마나 편리해졌는지 모른다.

그런데 영동지방에 가는 길이 편해지는 순간 대관령휴게소, 한계령휴게소, 미시령휴게소는 망했다.

사람들이 그 험한 꼬부랑길을 택하지 않기 때문이다.




길 하나 때문에 어떤 쪽은 잘 되고 어떤 쪽은 망한다.

유럽과 중국 간의 문물이 오가는 비단길이 있었다.

중국의 비단을 실은 보부상이 지나가던 길이다.

이 길은 중국에서 아라비아를 거쳐 튀르키예로지 이어졌다.

거기서 다시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연결되었다.

그때는 지중해 지역이 거대한 상권을 형성했다.

부자 동네가 되었다.

그런데 유럽의 기독교 사회와 아라비아의 이슬람 사회 간의 사이가 안 좋아지는 바람에 비단길이 막히게 되었다.

그러자 유럽 서쪽 끝에 있는 나라들이 기회를 잡았다.

지중해시대에는 맥도 못 추던 나라들이었는데 어차피 밑져야 본전일 거라 생각하고 바닷길을 개척했다.

서쪽 항해를 시작했고 남쪽으로 내려가 희망봉을 지나 아시아로 가는 바닷길을 발견했다.

대박이었다! 낙타의 등에 실어 비단길로 실어 날랐던 문물보다 몇 십 몇 백 배나 많은 문물을 배로 실어 나를 수 있게 되었다.




지중해에서 패권을 쥐고 있었던 이탈리아의 도시들은 망하고 바닷길로 눈을 돌린 스페인, 포르투갈, 네덜란드는 엄청난 부자 나라가 되었다.

바닷길에 재미를 붙인 나라들은 세계 곳곳에 자신들의 배를 정박시킬 수 항구들을 만들었다.

바다를 막고 있는 땅이 있으면 운하를 파서 바닷길을 새롭게 만들어 냈다.

바다를 지배하는 나라가 세계를 지배한다고 믿었다.

영국은 뒤늦게 바닷길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무적함대 스페인을 물리치고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별명을 얻었다.

바닷길을 지배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겨울이면 온 바다가 꽁꽁 얼어붙어 배를 움직일 수 없었다.

당연히 겨울에도 얼지 않는 항구를 찾아야 했다.

크림전쟁을 일으킨 것도 그 이유였고 블라디보스토크를 개발한 것도 그 때문이다.

러시아가 평양 앞바다에서 일본과 전쟁을 한 것도 바닷길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바닷길을 지배하는 나라가 패권국이 되었다.




지구상의 거의 모든 길은 거의 다 개척되었다고 보았다.

아직까지 개척하지 못한 길은 꽁꽁 얼어붙은 빙하로 덮여 있는 길뿐이었다.

그곳은 길이라고 할 수도 없다.

어차피 인간이 지나갈 수 없는 곳이니까.

그런데 요즘 빙하도 길이 될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다.

지구 온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히말라야의 빙하가 녹고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녹아가고 있다.

빙하가 녹은 자리에 바닷길이 새로 열리고 있다.

생각지도 못한 길이다.

러시아가 제일 먼저 쾌재를 불렀다.

북극항로라고 불리는 이 길은 러시아랑 가까운 길이니까.

우리나라에게도 큰 호재이다.

조금만 배 타고 올라가면 북극항로에 들어선다.

부산에서 물건을 싣고 북극항로를 거쳐 유럽에 보낼 수 있다.

미국도 관심이 많은가 보다.

갑자기 그린란드에 관심을 많이 기울인다.

조만간 길싸움이 크게 일어날 것 같다.

길 하나 때문에 세계 각국의 명운이 달라질 것이다.

길 하나 때문에 세계의 명운이 달라진다00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