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2026년 2월 18일은 기독교의 사순절(四旬節)이 시작되는 날이다. 사순절은 넉 사(四) 자에 열흘 순(旬) 자가 합쳐진 말로서 40일의 절기라는 뜻이다. 정확하게는 부활절 전날까지 일요일을 뺀 40일이다. 부활절 전날까지 일요일을 뺀 40일을 계산하면 사순절은 수요일부터 시작한다. 사순절 동안 기독교인들은 예수님의 십자가 고난을 묵상하며 참회의 시간을 가진다. 중세시대에는 이 기간에 육류를 먹는 것은 물론 부부관계도 금할 정도로 엄격한 규율을 정해서 지켰다. 육류에 우유와 계란을 포함할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서 심한 논쟁을 할 정도였다. 많은 이들이 사순절 기간에 금식을 했고 고행도 했으며 성지순례를 가기도 했다. 자신을 스스로 죄인이라고 부르며 하늘을 쳐다보는 것조차 죄스러워했다. 사순절이 시작되는 수요일에는 참회의 표시로 이마에 재를 발랐기에 그날을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라고 부른다.
이마에 재를 바르는 행위는 참회한다는 의미 외에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재는 먼지, 흙이다. 흙이라고 하면 퍼뜩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바로 인류의 조상 아담이다. 아담은 하나님이 흙으로 만들었다. 아담이라는 이름에는 ‘흙’이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창세기 3장 19절에서 하나님은 선악과를 따먹은 아담을 에덴동산에서 내쫓으시면서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니라”라고 말씀하셨다. 이 말씀처럼 사람은 죽으면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간다. 이러한 의미들을 종합해 볼 때 이마에 재를 바른다는 것은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니라”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기억하는 의식이라 하겠다. 지금은 건강하고 멀쩡해 보이지만 언젠가는 병약하여 죽게 되는 존재임을 기억하는 것이다. 이것이 인간과 하나님의 차이다. 하나님은 영원한 존재인 반면 인간은 죽을 수밖에 없는 유한한 존재라는 것이 흙에 담긴 의미이다.
사순절이나 부활절이 성경에 나와 있지는 않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모두 유대인들이었기에 예수님의 부활과 승천 후에도 그들은 습관적으로 안식일인 토요일에 회당에서 모임을 가졌을 것이다. 그러다가 예수님이 부활한 날인 일요일에도 한 장소를 정해서 모임을 가졌다. 예루살렘에 있던 마가의 집 같은 곳이었다. 모임이 계속되면서 일요일을 특별한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는데 바로 ‘주의 날(주일)’이라는 표현이었다. 월화수목금토일 모든 날이 주의 날이지만 그중에서도 한 날, 일요일을 콕 집어서 주의 날이라고 부르게 된 것은 일요일에 예수님이 부활했기 때문이다. 즉, 주의 날(주일)은 ‘주님이 부활하신 날’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그러니까 모든 일요일은 부활절의 의미를 지닌다. 1년 52번의 일요일은 51번의 작은 부활절과 한 번의 큰 부활절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겠다. 사순절 기간에 일요일을 포함시키지 않는 이유이다.
초대교회나 제자들의 시대에는 부활절 날짜가 그리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다가 로마제국 내에 기독교가 번성하면서 부활절 날짜를 정해자는 의견이 분분했다. 급기야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325년에 지금의 튀르키예에 있는 니케아에 기독교 지도자들을 소집했다. 니케아 교회회의는 로마제국 내에서 통용되던 양력과 유대인들의 관습을 따른 음력을 적절히 섞어서 부활절 날짜를 정했다. 춘분이 지난 후 첫 보름달을 보낸 다음에 맞이하는 일요일을 부활절로 정한 것이다. 춘분은 낮과 밤의 길이가 똑같은 날로서 양력 3월 20일이나 21일이다. 그 후에 보름달을 봐야 하니까 음력 달력이 끼어든다. 그리고 보름달 후에 오는 일요일을 부활절로 택했으니까 예수님이 일요일에 부활했다는 점을 포함시킨 것이다. 2026년에는 3월 20일이 춘분이고 4월 2일 목요일이 보름이다. 그리고 그다음에 오는 4월 5일 일요일이 부활절이다.
참고 : 기독교의 부활절 날짜는 왜 해마다 바뀌나요? <https://brunch.co.kr/@pacama/14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