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아버지를 하늘나라로 보내드리며

by 박은석


당신의 아버님은 늘 밝은 분이셨습니다. 만나면 언제나 활짝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해 주셨습니다. 나한테만 이러시나 해서 봤더니 다른 사람에게도 미소를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1년 넘게 암투병을 하셨다는데 아무도 그 사실을 몰랐습니다. 얼굴의 일그러짐을 한 번도 보이지 않으셨기 때문입니다. 아버님은 내가 밝은 얼굴로 상대방을 대하면 그 사람도 밝아진다는 것을 몸으로 실천하신 분이셨습니다.




당신의 아버님은 사람들을 많이 좋아하신 분이십니다. 상대방을 데면데면하게 대하는 사람도 있고 울타리를 쳐 놓고 특별한 부류만 만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아버님은 울타리가 있으면 다 걷어내고 누구든지 만나주셨습니다. 그랬기에 동료들도 좋아했고 후배들도 좋아했고 제자들도 좋아했습니다. 심지어 동네 테니스 동호회 회원들까지 좋아했습니다. 아버님은 사람이 소중하다는 것을 삶으로 보여주신 분이셨습니다.




당신의 아버님은 가족을 많이 많이 사랑하신 분이십니다. 류시화 시인의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이란 시는 눈이 하나밖에 없는 비목어(比目魚)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어는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살기 위해서 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고 합니다. 아버님은 어머니와 늘 붙어 다니셨습니다.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어처럼 목숨을 다해 사랑하고 싶다는 마음을 행동으로 표현하신 분이십니다.




그런데 이렇게 좋으신 아버님께서 가족들을 이 땅에 두고 훌쩍 천국으로 가셨어요. 하루 전만 해도 정정하셨는데, 얼굴을 뵈었는데, 목소리를 들었는데, 영상전화로 아빠 힘내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꿈을 꾸고 있는 것처럼, 거짓말처럼 떠나가셨어요. 우리도 언젠가 그곳에 가겠지만 지금 막상 떠나보내야 한다니 너무나 힘이 드네요. 미안한 마음이 커요. 그러나 아버님은 괜찮다 괜찮다 다 괜찮다 하시면서 가셨을 거예요.




생각해 보면 우리는 아빠로부터 너무나 많은 선물을 받았습니다. 이 몸이 태어난 것도 아빠의 선물이고, 자라고 배울 수 있었던 것도 아빠의 선물이고,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게 된 것도 아빠의 선물입니다. 아빠는 항상 무엇인가 더 주려고만 하셨어요. “필요한 거 있니?” 굳이 말씀을 하지 않으시더라도 눈빛은 “뭐든지 말만 해라 아빠가 도와주마.”였습니다. 그리고 천국으로 떠나가면서까지 아빠는 우리에게 선물을 주셨어요.




아빠의 마지막 선물은 오늘 이 순간입니다. 우리 온 가족이 함께 앉아 예배를 드리는 지금 이 순간입니다. 그동안은 서로의 분주한 삶 때문에 한자리에 모이기가 무척 어려웠습니다. 어찌어찌 시간을 맞춰 한자리에 모였어도 함께 예배드리는 시간을 갖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오늘 이 시간 아빠 때문에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서 예배를 드립니다. 아빠가 우리를 한 곳으로 모이게 해 주셨습니다. 우리가 거리상으로는 멀리 떨어져 살고 있지만 그 먼 거리를 아빠라는 끈이 연결해 주고 있습니다. 아빠의 선물입니다.




이스라엘의 왕 다윗은 골리앗을 잡은 용사였습니다. 미켈란젤로가 조각한 다비드상은 근육이 탱탱한 젊은 다윗의 모습을 잘 보여줍니다. 아빠도 다윗 같았습니다. 슈퍼맨 같았습니다. 못 하는 게 없는 분이셨습니다. 나의 보호자였습니다. 그런데 그 젊고 건강했던 다윗도 나이가 많아 죽을 때를 맞이했습니다. 그때 다윗이 자신의 아들 솔로몬을 불렀습니다. 마지막 선물을 주려고 했습니다. 아빠도 다윗처럼 그렇게 했습니다.




다윗이 솔로몬에게 준 마지막 선물은 땅이나 돈이 아니었습니다. 좋은 사람을 붙여 준 것도 아닙니다. 다윗의 마지막 선물은 두 개인데 그 하나는 “나는 이제 세상 모든 사람이 가는 길로 간다”는 것입니다. 아버지가 가면 그다음에는 아들이 갑니다. 인생에는 끝이 있으니 겸손하게 살라는 겁니다. 다른 하나의 선물은 힘써서 대장부가 되라는 것입니다. 약해지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대장부가 되는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님을 잘 믿는 것입니다.




다윗은 솔로몬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잘 듣고 지키면 어디로 가든지 무엇을 하든지 형통하게 될 것이라는 말을 남겨주었습니다. 다윗처럼 아버님도 가족들에게 마지막 선물을 주셨습니다. 함께 예배드리는 이 자리를 통해서 하나님을 잘 믿으면 하나님께서 우리 가정을 든든하게 지켜줄 것이라고 알려주신 것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잘 믿으면 하나님은 우리의 아버지가 되어 주셔서 아빠가 못다 한 일들을 완벽하게 해결해 주실 것입니다.




만유인력의 법칙, 열역학법칙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에게 어떤 사람이 물어봤습니다. “어떻게 해서 당신은 이런 엄청난 발견을 하신 것입니까?” 그때 뉴턴이 대답했습니다. “저는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타서 넓은 세상을 보았을 뿐입니다.” 뉴턴이 말한 거인이란 인류 문명을 이끌었던 수많은 위인들입니다. 수많은 학자들입니다. 뉴턴은 자기보다 먼저 살다 간 그분들의 도움을 받아서 위대한 발견을 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 것입니다.




우리 모두에게도 어깨를 빌려주는 거인이 있었습니다. 바로 아빠입니다. 어렸을 때 아빠가 무동(목말)을 태워주었을 것입니다. 그때 우리는 아빠의 어깨에 올라타서 더 높은 세상을 보았고 더 넓은 세상을 보았습니다. 아빠가 징검다리가 되어서 우리를 한 단계 더 넘겨주었습니다. 아빠가 사닥다리가 되어서 우리를 한 단계 더 높이 올라가게 해 주셨습니다. 우리는 아빠의 어깨에 올라타서 더 넓은 세상을 보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를 무동 태워주시던 아빠, 목말 태워주시던 아빠가 떠나가셨습니다. 거센 물살을 헤쳐 넘어갈 징검다리가 없어졌고 높은 장벽을 넘어갈 사닥다리가 없어진 기분입니다. 하지만 아빠는 떠나가시면서까지 그것을 아셨는지 우리에게 귀한 분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바로 하나님 아버지이십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아버지가 되시고 우리를 무동 태워주신답니다. 이제 우리는 거인이신 하나님 아버지의 어깨에 올라타서 더 넓은 세상을 보게 될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아빠는 우리 곁을 떠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어렸을 적에 사람들이 붐비는 백화점 같은 데 갈 때면 아빠가 했던 말이 있습니다. “여기에 가만히 있어라 그러면 아빠가 온다.” 잠시 아빠가 눈앞에 안 보이면 엉엉 울었습니다. 그러면 아빠가 달려왔습니다. “아빠 멀리 가지 않았다. 아빠가 온다고 했지? 이렇게 왔잖니?” 아빠는 멀리 간 게 아닙니다. 항상 우리 곁에 계십니다. 우리가 무섭다고, 보고 싶다고 울면 언제든지 달려오십니다.




살아가면서 아빠가 사무치게 보고 싶을 때가 있을 것입니다. 아빠가 영영 떠나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을 것입니다. 그때는 가만히 거울을 보세요. 그러면 그 안에 아빠가 보일 거예요. 아빠가 말했잖아요. “아빠는 너를 두고 멀리 가지 않는다. 아빠는 온다. 꼭 온다.” 그 약속대로 아빠가 거울 속에서 우리 앞에 나올 거예요. 아빠는 거짓말쟁이가 아니에요. 아빠는 멀리 가지 않았어요. 항상 우리와 함께 있어요. 우리 눈에 잘 안 보일 뿐이에요.




아빠가 먼 나라로 이민갔다고 생각해 보세요. 아빠 혼자 가족을 버리고 도망간 게 아니잖아요? 가족들을 데리고 가려면 더 힘들 수 있으니까 지금 당장은 고통스럽지만 아빠가 먼저 가서 터를 닦으려고 하는 거잖아요? 거기서 기반이 잡히고 안정되면 가족을 부르겠죠? 그때 온 가족이 함께 가겠죠? 다시 아빠를 만나는 거잖아요? 그래서 우리 가족이 완전체가 되는 거잖아요? 아빠가 지금 그 일을 하시는 거예요. 먼저 가서 준비하시는 거요.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하기는요? 우리는 우리의 삶을 힘 있게 살아가야 해요. 그게 우리의 임무이고 우리의 사명이에요. 우리가 낙담하거나 주저앉아서 삶을 포기하는 것은 아빠에 대한 예의가 아니에요. 아빠는 위에서 우리에게 응원하고 계세요. “힘내라! 일어나라! 포기하지 말아라! 끝까지 달려라! 내가 결승선에서 기다리고 있어!” 맞아요. 결승선에 아빠가 기다리고 있어요. 그러니 우리 조금만 더 힘을 내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