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처음으로 배드민턴 세계 1위인 안세영 선수의 경기를 실시간으로 봤다.
전영 오픈 배드민턴(All England Open Badminton Championship) 결승전이었다.
상대는 세계 랭킹 2위인 중국의 왕즈이 선수였다.
최근 상대 전적은 안세영이 10승 무패였다.
세계 1위와 2위라고 하지만 압도적인 실력 차이라고 했다.
이 정도의 전적이라면 이기는 선수는 당연히 이길 거라고 생각하고 지는 선수는 당연히 질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나도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봤다.
아넷영 선수가 조금 밀리더라도 곧 따라잡고 역전시킬 것이라 굳게 믿었다.
3게임 중 2게임을 먼저 이기면 된다.
안세영이 1게임을 졌다.
그럴 때도 있지만 2게임과 3게임에서 곧바로 역전했기에 이번에도 그럴 거라 믿었다.
그런데 내 믿음은 현실이 되지 않았다.
19대 20에서 안세영이 20대 20 듀스를 만들 거라 믿었는데 19대 21로 경기가 끝났다.
기적이었다.
10전 전승을 달리던 안세영이 패했다.
왕즈이 입장에서는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장벽이었는데 기적처럼 그 장벽을 넘은 셈이다.
안세영이 진 것도 기적이고 왕즈이가 이긴 것도 기적이다.
순전히 실력으로 이겼다고 하기에는 찜찜한 기분이다.
운이 좋았다고 하기에는 선수들이 흘린 땀방울이 무색해질 수 있다.
안세영이 내리꽂은 셔틀콕이 아슬아슬하게 아웃되는 경우가 많았다.
실력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니다.
하얗게 그어진 그 선에 조금이라도 닿느냐 아니면 그 선을 살짝 벗어나느냐에 따라서 점수가 달라진다.
고작 1센티미터 차이여도 그렇다.
어쩌면 그 자리에 셔틀콕을 떨어뜨릴 수 있는지.
대단하다고밖에 할 말이 없다.
그 자리에 셔틀콕을 꽂아넣는 것도 기적이다.
그런데 아뿔싸, 그렇게 하얀 선 근처에 떨어진 셔틀콕들이 대부분 아웃이 되었다.
점수를 얻는 것도 기적이었지만 아웃이 되는 것도 기적이었다.
오늘은 2026년 월드베이스볼(WBC) 야구 경기를 봤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였는데 우리나라는 1승 2패로 C조 4위였다.
2위까지만 8강에 올라간다.
일본이 3전 전승으로 1위였고, 호주는 2승 1패, 대만은 2승 2패, 우리나라는 1승 2패, 체코는 3패를 기록하고 있었다.
일본은 자동 승격이고 체코는 자동 탈락이 확정되었다.
대만은 4번의 경기를 다 치른 상태였고 우리나라와 호주만 마지막 경기를 치르게 되었다.
승점을 얻는 방침이 복잡했는데 두 팀 이상이 승패가 동률일 경우에는 실점이 적은 팀이 위에 오르는 방식이었다.
만약 우리나라가 호주를 이기면 대한민국, 호주, 대만이 모두 2승 2패가 되는데 그때 실점이 적은 나라가 2위가 되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경우의 수를 연구한 결과 우리나라가 2위 자리를 차지하려면 호주에게 5점 차 이상으로 이기되 3점 이상 실점하면 안 되었다.
5:0, 6:1, 7:2 안에서 끝내야 했다.
우리가 점수를 많이 뽑아서 콜드게임으로 끝나도 복잡해진다.
5회까지 15:0이나 16:1 이상으로 이기면 된다.
아니면 7회까지 12:1 이상, 1실점 이내로 이기면 된다.
그러니까 점수를 많이 얻는 것보다 적절한 점수를 얻고 실점을 최소화하는 게 더 중요하다.
만약 호주가 초반에 1점이나 2점을 얻은 상태에서 경기를 포기한다면 우리는 8강에 들어가지 못한다.
밀고당기기를 잘해야 하는 경기였다.
5회초에 5:0을 만들었다.
기적이었다.
그런데 호주가 5회말에 1점을 얻었다.
큰일났다.
다행히 6회초에 우리가 1점을 더 얻었다.
기적이었다.
하지만 8회말에 호주가 다시 1점을 얻었다.
9회초가 되었다.
딱 1점이 필요했다.
기적이 일어났다.
우리가 1점을 더 얻어 7:2가 되었다.
그리고 9회말을 막아냈다.
경기가 끝나는 순간 내 잎에서 함성이 터져나왔다.
사람들은 종종 묻는다.
기적이 있냐고.
그들에게 답한다.
기적은 늘 일어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