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일과 쓰는 일
그 두 가지를 다 잘해 보려고 했다.
읽고 쓰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읽는만큼 쓸거리가 생길 줄 알았다.
다독하면 다작은 따라올 줄 알았다.
읽는 것보다 쓸거리가 많은 때가 있었다.
무슨 쓸 글이 그리 많았는지
쓰고 나면 또 쓰고 싶은 글이 있었다.
화수분처럼 쓸 글이 계속 나올 줄 알았다.
글의 가뭄을 겪어보지 못했다.
글은 그냥 써지는 줄 알았다.
붓 가는 대로, 펜 가는 대로 쓰는 글
그런 글이 있는 줄 알았다.
붓 가는 대로, 펜 가는 대로 쓰는 건
낙서일 뿐이지 글이 아니었다.
누군가 글은 쓰는 게 아니라 짓는다고 했다.
집을 짓듯이 글을 지으라고 했다.
구조와 골격이 맞아야 집이 지어지듯이 글도 그렀다.
밥을 짓듯이 글을 지으라고 했다.
물과 시간을 맞추고 뜸을 들여야 밥이 지어지듯이 글도 그렇다.
읽는 것보다 쓸거리가 줄어든 때가 있었다.
키보드 위에 손이 놓여 있지만
한 글자도 타이핑할 수 없었다.
아무 말도 글도 나오지 않았다.
글의 가뭄이 시작되었다.
남들은 글을 어떻게 썼는지 궁금했다.
붓 가는 대로, 펜 가는 대로 쓴 사람은 없었다.
남들의 글을 읽어보니
처절하게 고민하고 썼다 지우기를 반복한 흔적이 보였다.
글은 그냥 써지는 게 아니었다.
누군가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잘 따라서 써 보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좋은 글을 골라서 그대로 따라 써 보았다.
그러다가 위대한 발명은 위대한 모방 다음에 나온다는 생각을 했다.
글을 잘 쓰려면 좋은 글을 잘 읽어야 한다는 말에도 동의했다.
글 쓰는 일은 멈춰지더라도 글 읽는 일은 멈추지 말아야겠다고 맘 먹었다.
그제, 어제, 오늘 삼일 동안
오늘은 한 편의 글을 써야 하는데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도통 글이 써지지 않았다. 단 한 문장도.
밤 열두시가 되면 하루 동안 한 편의 글도 짓지 못했다는 후회가 몰려온다.
그 후회를 상쇄하려고 한 권의 책을 펼친다.
한 줄의 글도 쓰지 못하는 날이 올 수 있다.
그러더라도 한 권의 책은 읽자.
한 권의 책을 읽지 못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
그런 날에는 한 문장의 글이라도 읽자.
읽는 일이 쓰는 일이 되고 쓰는 일이 읽는 일이 될 수도 있으니
읽든지 쓰든지 아니면 그 둘을 다 하든지 간에
읽든지 쓰든지 그 두 가지 일을 동시에 그만 두지는 말자.
읽기 어려우면 조금이라도 쓰고
쓰기 어려우면 조금이라도 읽으며 살자.
그러다 보면 읽기와 쓰기가 시소 타듯 박자를 맞추는 날이 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