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이 피곤한 날에는 스포츠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을 본다.
엘지 트윈스의 야구 경기나 안세영 선수의 배드빈턴 경기도 보고 신유빈 선수의 탁구 경기도 본다.
하이라이트 영상을 볼 때는 생중계로 시청할 때의 쫄깃쫄깃한 맛은 없다.
영상 제목만 보더라도 이긴 경기인지 진 경기인지 대번에 알 수 있다.
이미 승부가 끝났고 그 결과를 알기에 편안한 마음으로 본다.
생중계로 볼 때는...
선수들이 실수하는 장면이 나오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
경기장에서 직관할 때는 옆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목소리를 모아서 야단도 친다.
이기던 경기가 뒤집어지면 혈압이 터질 것 같아진다.
그러다가 선수들이 잘하는 장면이 나오면 이번에는 흥분이 솟아 오른다.
경기장에서 직관할 때는 응원가를 크게 부르고 "제발, 제발"하면서 주문을 걸기도 한다.
지고 있던 경기를 역전시키면 난리가 난다.
방방 뛰면서 소리를 지르고 옆에 있는 사람과 하이파이브를 하기도 한다.
하이라이트 영상을 볼 때는 그러지 않는다.
인생을 다 산 사람처럼 관조적이 된다.
긴장할 필요도 없고 흥분할 필요도 없다.
이미 다 끝난 경기다.
하이라이트 경기를 시청하는 것은 경기 결과에 대한 정보만 확인하는 것이다.
삶은 매 순간 치열한 경기를 하는 것 같다.
옆에 있는 사람들과도 승부를 치르고 곁에 있는 환경들과도 경기를 치른다.
매 순간 긴장감이 돌고 혈압이 치솟는다.
짧은 시간일지라도 온몸과 마음의 에너지를 다 고갈시킨다.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이 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는 마음도 든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확실성을 안고 살아가는 것보다 어떻게 된지 아는 확실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더 나아 보인다.
인생의 하이라이트를 보면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삶의 하이라이트만 모아서 틀어주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인생은 하이라이트가 아니다.
매 순간이 실시간이다.
봤던 부분을 되돌려서 볼 수가 없다.
인생은 보여주는 게 아니라 사는 것이다.
매 순간을 긴장감과 흥분감 속에서 사는 것이다.
하이라이트는 이미 경기가 끝난 상태를 보여준다.
그러나 인생은 하이라이트가 아니다.
아직 끝에 다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하이라이트 영상에서는 점수를 많이 얻는 자가 이긴다.
그러나 인생은 점수를 많이 얻었다고 해서 이기는 게 아니다.
점수가 적다고 해서 지는 것도 아니다.
인생은 누구와 누구를 비교해서 그중에서 누가 더 좋은 인생을 살았는지 점수를 매길 수 없다.
인생은 하이라이트가 아니다.
어느 부분을 자르고 붙이는 등 내 맘대로 편집할 수가 없다.
인생은 풀 영상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살펴봐야 이해할 수 있는 풀 영상이다.
그러니 내 인생이 잘 풀렸다거나 안 좋게 풀렸다는 등 섣불리 점수를 매기지 말아야 한다.
7회를 지나 8회에 이르렀다면 이제 대형 홈런을 날릴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제 날것 그대로의 도전이 밀려온다.
하이라트가 아닌 생생한 생중계로 내 인생의 싸움을 싸워야 한다.